주행 중이던 차량에 사람이 치여 사망하는 교통사고사망 사건이 벌어졌다면 원칙적으로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치사)이라는 죄명에 의하여 ‘구속’을 당하는 것이 당연했습니다. 그러나 간혹 이러한 위기 속에서도 구속을 피하거나 심지어 처벌 자체를 피하는 경우도 존재했는데요. 과연 그 이유는 무엇인지 실제 사례를 소개하며 함께 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법무법인 세웅의 대표이자 교통범죄전문 현승진변호사입니다. 지금도 도로 위에는 다수의 차들이 운행 중에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운행 중에 교통사고가 발생한다면 12대 중과실이 있거나 피해자가 큰 인명 피해를 입은 것이 아니라면 종합보험을 통해 피해를 변제하는 것만으로 처벌을 면제받는 것이 가능합니다.
그런데 만약 피해자가 사망하는 사건이 벌어졌다면 가해운전자의 과실이 전혀 없는 것이 아닌 이상 책임을 면치 못했는데요. 심지어 교통사고사망 사건에 책임을 물어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치사)에 정해진 금고형의 범위 내에서 구속을 당하는 것이 일반적인 상황에 해당했습니다. 더욱이 피해자가 사망하는 중대한 결과를 초래했기에 사건 직후 ‘구속영장 발부’가 이루어지는 경우도 많아 초기부터 긴장할 수밖에 없는 것인데요.
하지만 교통사고사망 사건이라고 할지라도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치사) 혐의에 대해 ‘무죄’가 가능한 경우도 존재할 수 있습니다. 얼마 전 대전지방법원에서 있었던 사건이었는데요. A씨는 2022년 9월 10일 오전 3시 30분쯤 충남 보령시의 한 도로에서 차량을 몰고 가다 도로 위에 누워 있던 B(55)씨를 피하지 못하고 그대로 밟고 지나갔고, 결국 B씨는 사망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검찰은 “A씨가 운전 중 전방주시 의무를 소홀히 해 B씨를 치어 숨지게 했다”라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술에 취해 새벽 도로에 누워있던 사람을 치어 숨지게 한 운전자에게 1, 2심 모두 무죄를 선고했는데요. 통상적으로 사고를 예견하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B씨의 사망 사고와 A씨의 과실 사이의 인과 관계를 인정하는 것은 신중해야 하고 다양한 사정을 감안할 때 검찰의 ‘전방 주의 의무’를 소홀히 했다는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무죄를 판결한 이유를 밝혔는데요.
즉 교통사고사망 사건이라고 할지라도 가해운전자가 전방 주시 의무를 태만히 하지 않았고 도저히 예견할 수 없었던 상황에서 불가피하게 벌어진 사고라면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치사) 혐의를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사실상 사고의 책임이 운전자에게 전혀 없고 피해자에게 오로지 있다면 이를 벌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입장이었는데요.
그런데 현실적으로 운전자에게 어떠한 과실도 없다고 인정되는 것은 매우 어려운 게 분명했습니다. 이론적으로 운전자에게 단 1%의 과실이 있다고 할지라도 형사책임의 무게를 좀 덜어줄 수 있을지언정 무죄로 판단할 수는 없기 때문인데요. 그런데 여기서 우리는 하나의 단서를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바로 사고의 책임을 온전히 면할 수 없다면 피해자의 책임도 상당히 있다는 점을 근거로 최대한의 감형을 노려볼 수 있다는 것이죠.
그래서 제가 맡았던 사건도 의뢰인인 가해운전자 乙씨가 자신의 자가용을 이용해 도로를 주행 중인 상황에서 무단횡단을 하던 보행자를 늦게 발견하고 사고가 발생해 병원에 후송된 피해자가 결국 사망에 이른 사건에 해당했습니다. 이 일로 가족을 잃은 유족들은 깊은 슬픔에 잠겼고 의뢰인 乙씨도 사고 충격에 큰 죄책감에 빠지며 힘든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었는데요.
이 사건은 처음 유족들이 분노를 격렬히 표출하는 상황이었기에 합의가 상당히 어려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또한 의뢰인 乙씨에게 사고 책임이 명백히 보였기에 위에서 언급한 사유처럼 무죄를 주장하기도 힘든 사례에 해당했습니다. 이대로 교통사고사망 사건이 흘러간다면 의뢰인은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치사) 혐의로 구속을 피하기가 어려웠던 것이 분명했는데요.
그런데 문제는 의뢰인 乙씨는 전문직종 종사자였고 금고 이상의 형을 받아서도 곤란했고 반드시 벌금형의 선처를 받아야만 신분을 유지하는 일이 가능했습니다. 구속을 피하는 것도 어려운 상황에서 집행유예가 아닌 벌금형까지 노려야 하니 매우 변호 난이도가 높은 사건에 해당했습니다.
그런데 이 사건 『벌금형의 선처』를 받아내었습니다. 어떻게 그게 가능했을까요?
우선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유족들에게 진심으로 사죄의 뜻을 전하는 일을 반복했습니다. 욕을 먹어도 감내했습니다. 소리를 지르며 밀쳐도 견뎌냈습니다. 그저 눈물을 흘리며 묵묵히 사과를 반복했습니다. 또한 저와 함께 여러 노력을 기울인 결과 점차 유족들의 마음이 누그러질 수 있었고 결국에는 합의에 이를 수도 있었습니다. 단순히 합의만 성사시킨 것이 아니라 그 과정에 있어서도 바람직하였기에 이 점을 법원에 최대한 밝히며 선처를 구했는데요.
더불어 여러 유리한 양형사유가 다수 존재함을 적극적으로 주장했습니다. 가족 관계, 사회적 유대 관계, 경제적 상황, 사회 공헌 활동, 재범 가능성, 개전의 정 등 조금이라도 주장할 수 있는 부분은 모두 주장을 하며 선처할 사유가 충분히 존재함을 적극적으로 밝혔습니다. 범행 경위와 범행 직후 모습도 충분히 해명하며 조금이라도 불리할 수 있는 부분은 전부 걷어내는 일을 진행했는데요.
또한 잘못을 인정하고 깊이 반성하고 있지만 이와 별론으로 교통사고사망 책임이 모두 운전자에게만 있는 게 아닌 점을 지적했습니다. 당시 피해자는 무단횡단을 하던 중이었고 당시 교통상황을 살펴보면 이를 즉시 알아차리고 사고를 피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는 점을 근거로 피해자에게도 일부 책임이 있다는 점을 언급했는데요.
그렇게 교통사고사망 사건으로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치사)에 해당해 구속을 당할 것이 유력했던 乙씨는 위와 같은 변호사의 주장을 통하여 책임을 최대한 줄이는 일에 성공하면서 벌금형의 선처까지 받아낼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같은 사안이라고 할지라도 대응방식에 따라 전혀 다른 결론을 얻는 것이 가능하니 절망적인 상황이라고 할지라도 결코 포기하지 말 것을 독려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