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범과 무죄
과음을 한 다음날 혹시 전날 마신 술로 숙취음주운전 처벌을 당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보신 적이 있나요?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음주운전은 술집에서 술을 마시고 나와 바로 운전대를 잡는 모습을 떠올리는 경우가 많을 겁니다. 그런데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집에 귀가해 샤워까지 마치고 잠을 청한 이후 다음날 아침 차를 가지고 출근을 하는 과정에서 단속을 당했다면 억울함을 느낄 수 있는 것도 충분히 이해가 가는 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도로교통법은 전날 마신 술인지 혹은 당일에 마신 술인지 구별하지 않고 혈중알코올농도가 단속기준인 0.03%를 초과하는 상태에서 운전을 하는 일체의 행위를 처벌 대상으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아무리 숙취음주운전이라고 할지라도 무죄를 주장하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물론 이에 대해서 일부 비판의 목소리도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왜냐하면 음주운전은 가장 대표적인 고의범(故意犯)에 해당하는데, 이 고의범이라는 것은 쉽게 설명드리면 범행을 저지를 목적을 가지고 의도적으로 저지른 범죄를 뜻합니다. 따라서 범죄를 저지를 의도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과실범에 가까운 숙취음주운전을 처벌하는 것이 타당하지 않다는 의견이 존재하는 것이죠.
그래서 술을 마시고 바로 운전을 했다면 변명의 여지가 결코 없겠지만, 충분한 수면을 취한 이후 전날 마신 술로 다음날 단속을 당한 숙취음주운전을 확정적 고의가 있는 자들과 동일 선상에 놓고 처벌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의견은 일응 타당한 면도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판례는 이에 대해서 미필적 고의를 인정하며 유죄로 처벌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데요.
판례는 비록 확정적 고의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전날 마신 술로 인한 숙취가 다음날 충분히 깨지 않을 수 있다는 예견이 가능한 상황에서 운전을 했다면 이에 대해서 미필적 고의가 있다고 간주하며 유죄로 처벌해야 한다는 입장에 속하는 것이죠. 그리고 이러한 논리에 의하여 집에 귀가해 10시간가량 충분한 휴식을 취한 자들에 대해서도 유죄로 처벌하는 것이 일선 법원의 태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전날 마신 술로 다음날 단속을 당한 숙취음주운전의 경우 무조건 처벌을 피할 수가 없는 것일까요?
다행히도 방법은 존재합니다.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확정적 고의를 가지고 범행을 저지른 자와 범행경위에 있어서 뚜렷한 구별점이 있다는 것은 비록 유죄는 피해 갈 수 없을지라도 양형적인 면에서 고려 대상으로 삼는 것이 가능한데요. 즉 유죄이나 부디 선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받아들여질 소지가 많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경우 최대한의 선처를 받는다면 ‘기소유예’ 및 ‘선고유예’를 통해 처벌 자체를 면제받는 경우도 가능할 수 있는데요(제가 이러한 주장을 통해 3회 재범자도 기소유예를 받은 경험을 가지고 있습니다).
『기소유예』는 수사단계에서 내려지는 처분에 해당하고, 유죄임에도 불구하고 여러 유리한 정상참작 사유를 고려해 기소를 유예하여 처벌을 면제하는 검사의 결정을 말합니다.
『선고유예』는 법원단계에서 내려지는 판결에 해당하고, 역시나 유죄임에도 불구하고 여러 유리한 정상참작 사유를 고려해 판결 선고를 유예하여 처벌을 면제하는 판사의 결정을 말합니다.
즉 쉽게 말하면 혐의는 인정되나 여러 유리한 양형사유가 존재하므로 처벌을 하지 않고 봐주는 검사와 판사의 온정 어린 선처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소유예와 선고유예를 받을 경우 처벌을 면제받고 전과기록이 남지 않는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것이죠.
더욱이 운전면허가 절실한 분들의 경우 희소식도 있습니다. 기소유예와 선고유예를 받을 경우 도로교통법 규정에 따라서 면허취득 결격기간도 사라지므로 즉시 면허를 다시 취득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범죄유형에 따라 운전면허 취소 이후 1년에서 5년까지 면허를 취득할 수 없는 상태였다면 즉시 면허를 취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엄청난 장점을 가지고 있는 것이죠.
물론 기소유예와 선고유예는 매우 이례적인 선처에 해당하므로 누구나 얻을 수 있는 결과가 아니라는 점에서 큰 기대를 가지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기소유예와 선고유예가 꼭 아니더라도 범행경위를 잘만 해명한다면 선처의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이점이 있는 것은 분명하지요. 그래서 자신이 엄벌이 예고되는 부정적인 상황에 처해 있다면 더욱 전략적인 양형전략을 구상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특히 범행 횟수가 3회 이상인 경우, 누범 혹은 집행유예 기간 중에 발생한 경우, 교통사고가 발생한 경우 등 구속 가능성이 존재하는 비관적인 사례라면 숙취음주운전은 일반적인 사례에 비해 검찰과 법원을 설득할만한 무기를 하나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이롭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물론 단순히 전날 마신 술로 다음날 단속을 당했다는 점만 가지고 선처를 받기에는 부족하겠지만 다른 노력들을 함께 병행한다면 아무래도 선처의 필요성을 부각해 검찰과 법원을 설득하는 일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겠지요. 실제 제가 이러한 시도를 통해 집행유예 혹은 누범 기간 중에 발생한 재범 사건에 대해서도 구속을 방어하는 쾌거를 달성한 바가 있습니다.
하지만 전날 마신 술로 다음날 단속을 당한 숙취음주운전이라며 마치 선처를 결정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 마냥 검찰 및 법원의 심기를 뻔뻔한 태도로 자극한다면 좋을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현행법상 처벌 대상으로 삼고 있는 것이 분명하고 그저 범행 경위에 있어 참작할 소재가 하나 있는 것에 불과하므로 이를 확대해석하여 당연히 선처를 결정해야 한다며 요구하는 행태는 결코 유익할 리가 없겠죠.
오히려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지 않고 변명으로 일관하는 태도를 감안할 때 재범의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로 엄벌을 결정하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장점을 어떻게 활용하고, 단점을 어떻게 해명할지에 대해서는 음주운전전문변호사와 충분한 상의를 마칠 것을 당부드리는 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