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분들이 교통사고도 원칙적으로는 형사책임을 부담하는 사건이라고 생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루에도 수십 번, 수백 번씩 일어나는 교통사고에서 누가 가해자인지 과실이 누구에게 있는지 판별하기도 어려울뿐더러 그 수많은 운전자들을 일일이 형사처벌하는 것도 현실적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경미한 과실의 교통사고까지 모두 형사처벌하여 전과자를 양산하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는 점을 고려하여 교통사고처리특례법에는 면책규정이 도입되어 있습니다. 특례법에 따르면 교통사고로 사람이 다쳤다고 해도 중대한 과실이 없다면 피해자와 합의하거나 종합보험처리를 할 경우 처벌이 되지 않는 것입니다.
그런데, 만약, 교통사고처리특례법이 처벌이 면제하지 않는다고 규정한 12대 중과실의 교통사고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이 경우에는 피해자와의 합의나 종합보험처리가 이루어지더라도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이라는 형사처벌 조항이 그대로 적용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면제조항이 적용되지 않는 12대 중과실의 대표적인 것이 음주·무면허운전을 비롯하여 ‘신호위반교통사고’입니다. 신호기는 원활한 도로교통 흐름을 위해 설치된 것으로서 이 신호를 위반하여 자동차가 진행하다가 사고가 난 경우에는 중대한 과실에 해당하고 형사처벌 면제조항 적용을 받을 수 없습니다.
그런데, 교통사고의 발생원인이 신호위반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애매한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설사 신호위반이 있다고 하더라도 사고의 원인이 다른 곳에 있는 경우가 존재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간혹 여러 논란 끝에 무죄가 나오는 사례도 존재하는데요.
대표적으로 논란이 가장 많은 유형이 교차로 진입 전에 노란색 정지신호로 신호가 변경된 경우입니다. 노란색불과 관련된 원칙적인 기준은 교차로의 정지선을 진입 후 노란불로 바뀌었다면 차량을 정지시키지 말고 신속하게 교차로를 빠져나가라는 것이고, 교차로 정지선을 지나기 전에 노란색불로 바뀌었다면 차량을 정지시켜야 합니다. 이와 관련되어 하급심과 대법원이 상반된 판결을 내린 사건이 있어서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A는 교차로를 행해서 상당히 빠른 속도로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교차로의 정지선을 지나기 직전에 신호가 노란색으로 변경되었습니다. A는 이대로 브레이크를 정지시키는 경우 차량이 정지선 부근에 멈추는 것이 아니라 교차로 한가운데에 정차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대로 가속페달을 밟아 차량을 진행시켰습니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A의 차량은 다른 차선에서 진행하던 B의 차량과 추돌하게 되었고 그대로 신호위반교통사고가 발생해 입건이 되었습니다.
A는 자신이 신호대로 차량을 정지시켰다면 오히려 교차로 내에서 차량을 멈추게 하는 결과가 되어 사고를 유발할 가능성이 높았고, 그 상황에서 차량을 진행시키는 것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주장하였습니다. 그리고 블랙박스 영상과 차량 정지거리를 계산한 자료를 증거로 제출하였습니다. 다행스럽게도 하급심은 이러한 주장을 받아들였습니다. 차량의 정지거리가 길어 교차로 내에 정차할 것이 예상되는 상황이었으므로 신호위반으로 볼 수 없다는 점에서 무죄를 선고하여 주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대법원은 교차로 진입 전에 교차로 신호가 노란색 신호로 바뀐 이상 차량의 정지거리가 정지선까지의 거리보다 길 것으로 예상되더라도 교차로에 정지하지 않았다면 신호위반에 해당한다고 보아 유죄를 인정하였습니다. 형사처벌 대상인 신호위반교통사고로 본 것인데요. 대법원의 기준에 따르면 노란색 신호를 위반하여 진행하다가 사고가 난 경우 형사처벌을 대상이 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하겠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경우에 반드시 기소되어 형사처벌이 이루어진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사안에 따라서는 '무죄'가 가능할 수도 있고, 설사 유죄라도 교통사고의 내용, 피해자의 피해 정도, 피해자와의 합의 여부, 과거의 범죄 전력을 고려하여 '기소유예' 처분이 내려질 가능성도 충분하기 때문입니다.
기소유예란 검사가 피의자의 정상 정도를 참작하여 기소하지 않고 사건을 종결하는 처분입니다. 12대중과실 교통사고의 경우 처벌을 피할 수 있는 마지막 수단이기도 한데요. 기소유예처분은 피해자와 합의하였는지 여부, 피의자의 정상에 대해서 논리 정연하고 상세하게 검사에게 설명할 수 있었는지 여부에 달려 있습니다. 실제 신호위반교통사고로 기소유예처분을 받은 사례를 하나 소개해드리겠습니다.
X는 일요일 약속장소에 서둘러 가다가 직진 신호임에도 불구하고 교차로에 진입하여 좌회전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바뀐 신호에 다른 방향에서 주행하던 오토바이 운전자 Y를 가볍게 추돌하게 되었고 Y는 전치 2주 정도의 상해를 입게 되었습니다. 신호위반이 연루된 사고이다 보니 Y는 오토바이 수리비를 합하여 과도한 합의금을 요구하였습니다.
공직생활을 하고 있던 X는 형사처벌을 받을 경우 각종 불이익에 큰 걱정을 하게 되었는데요. 다행히 교통범죄전문변호사의 도움을 받아서 형사합의금을 합리적인 수준에서 조정하여 합의에 이르렀고, 수사기관에 X가 과거 범죄를 저지를 적이 없고, 자기 행동을 반성하고 있으며 사고 책임이 오로지 X에게 있는 것으로 보기 힘들다는 점을 설명하여 기소유예 처분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X처럼 신호위반교통사고라고 하더라도 반드시 기소되어 형사처벌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므로 변호사와 가능한 방법이 없는지에 대해서 충분히 논의를 해보는 것이 필요하겠습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무죄까지도 가능한 사안도 있으므로 경찰조사 이전에 자세한 상담 정도는 꼭 받아보실 것을 추천합니다.
특히, 형사합의금이나 변호사 선임비용이 부담되더라도 운전자보험에 가입한 사실이 있다면 교통사고처리지원금을 통해 비용을 보전받을 수 있으므로 보험증권을 함께 들고 오시면 특약내용을 확인하여 지원범위를 함께 안내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