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봄비 오는 날, 어머니를 불러봅니다.

by 이보

봄비가 하루 종일 내리고 있다.
유난히 조용한 오늘 같은 날에는
문득, 작년 9월 하늘로 떠나신 어머니가 생각난다.

창밖에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는
마음 깊은 곳을 두드린다.

마치 그리움을 꺼내라는 신호처럼.




사람들은 '잊는다'라고 말하지만,
나는 그 말이 현실과는 조금 멀다고 느낀다.
사람을 어떻게 잊나.
사랑했던 사람을, 어떻게 완전히 놓을 수 있겠나.


우리는 잊는 게 아니라
깊이 간직하고,
때로는 덮어두고,
그러다 문득 다시 꺼내본다.


그렇게 우리는
기억과 그리움 사이를
오가며 살아간다.


어머니를 떠올리면
먼저 떠오르는 건 손이다.
밥을 짓고, 얼굴을 닦아주시고,
아무 말 없이 등을 두드려 주던 따뜻한 손.

그 손의 감촉은 여전히 내 삶 속에 살아 있다.

잊지 못한다.
아니, 잊을 수 없다.

사람들은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거라고 말한다.
하지만 나는 안다.
괜찮아지는 게 아니라
그 빈자리에 말을 거는 법을 배우는 것이라고.
없는 사람과 함께 사는 법을 익혀가는 것이라고.


오늘처럼 봄비가 내리는 날이면
나는 그 빈자리에 조용히 말을 건넨다.


“어머니, 잘 계시지요.
오늘은 유독 많이 보고 싶네요.”


그 말을 다 하고 나면
빗소리처럼 조용한 일상으로
다시 걸음을 옮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부끄러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