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배 문화에 대한 고찰
한국 직장에서는 사생활을 보다 중시하게 되면서 회식 술자리가 점점 줄어드는 경향이라고 들었다.
절대로 애주가라고 칭할 수 없는 나 같은 사람들에게는(즉, 기껏해야 와인 두, 세잔 정도가 최대치인) 경우에 따라 회식 자리에서 어쩔 수 없이 음주를 해야하는 직장 문화의 변화는 희소식임에 분명하다. 그렇지만 술을 몇 잔만 마셔도 얼굴이 빨개지는 이 숙맥도, 술자리 분위기를 아예 즐기지 못하는 건 아니라고 은근 슬쩍 항변하고 싶다. 직장 선후배들과 다 같이 모인 회식 자리에서 나누는 떠들썩한 대화와 새로 알게 된 사람들과 화기애애한 분위기의 교류 시간에서 얻는 즐거움을 결코 모르지는 않는다고나 할까.
직장에서 영업하는 직책에 있는 사람이라면 술자리가 매우 잦을 수도 있고, 정기적으로 고객사와 만나서 술을 마시는 자리가 필요한 경우도 있을 것이다.
각국의 술자리 문화는 비슷하면서도 미묘한 차이점을 갖고 있는데, 중국에서의 술자리 문화는 과연 어떨까?
먼저, 중국의 '건배(干杯, ganbei)'는 재미있게도 한국의 '건배'와도 발음이 매우 유사하다. 서로 잔을 부딪치는 대신 중국에서는 잔으로 테이블을 탁탁 치며 건배를 외치는 경우가 빈번하다. 또 중국 술자리에서의 예의는 상대방보다 더 낮게 잔을 들고 술을 마시는 것인데, 한국에서 고개를 돌려 잔을 마시면서 살며시 배려를 표현하는 것과 비슷한 의미를 나타낸다고 보여진다.
밀리의 서재앱으로 '중국, 마오타이와 알리바바의 나라'라는 책을 단숨에 읽어나간 적이 있는데, 중국 경제를 쉽게 이해하고 사람들에게 매우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이 책에서 마오타이 생산 기업이자 대표적인 중국의 국유 기업인 구이저우마오타이(귀주모태, 貴州茅台)에 대해 알기 쉽게 설명되어 있다.
백주(바이주, 白酒)는 중국의 시장 경제에서도 상당히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대표적인 고량주 업계 선두 기업인 구이저우마오타이는 최근에 주가 흐름도 나쁘지 않았다. 백주를 마셔봤다는 왠만한 사람은 다 아는, 독특한 풍미로 소비자에게 인기가 많은 고급술인 구이저우 마오타이 브랜드의 판매 가격은 한화로 몇 십만원(병당)을 호가한다.
특히 중국 술자리의 중심에는 고량주(高粱酒, gāoliángjiǔ)가 깊숙이 자리잡고 있다. 고량주는 선물용으로도 많이 선호되는 소비재이고, 아주 작은 미니 백주잔에 부어서 마시지만, 솔직히 도수가 너무 높고 독해서 금방 들이키기는 어렵다.
중국 비즈니스 관계에서 오고 가는 술자리 대화는 상대방으로부터 신뢰를 얻거나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이렇게 보면 비지니스와 술은 상당히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고 보여진다. 비싼 고량주를 대접한다는 건, 상대방을 그만큼 중시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의미로도 받아들여질 수 있다. 하물며 술자리일지라도, 상호간 배려와 신뢰를 중심으로 관계를 잘 쌓는다면, 단순 거래 관계를 넘어서 장기적인 파트너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술에 관하여 거의 일도 모르지만, 비니니스 관계에서 중요성 만큼은 실감하면서 적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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