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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법은 조변 Sep 04. 2023

경영학과 로스쿨은 시너지가 있는가?

경영학과 법학은 상극이다. 하지만 실무에서는 케미가 완벽하다.


경영학과 법학은 결코 서로 어울릴 수 없다. 축구의 룰을 정하는 것이 법학이라면, 축구장 안에서 화려한 플레이를 하고 골을 넣는 것이 경영학이다. 룰을 어겨 레드카드가 나오는 모습이 법학이라면, 골을 넣는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경영학의 모습니다. 축구를 위하여 반드시 필요하지만, 서로가 등장하는 때가 다르다. 법학이 인프라를 담당한다면, 경영학은 그 안에서 플레이를 담당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즉, 법학은 당연한 것만 얘기해서 재미가 없고, 경영학은 불가능을 극복하기 때문에 흥미를 끈다.


그런데 개별 사건을 다루는 변호사실무에서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페널티킥'인지 아닌지 VAR 비디오 판독을 하는 그 순간에 '룰'과 '골'이 엮이는 것처럼, 변호사실무에서는 법과 경영학이 자주 연결된다. 이익과 합법에는 묘한 긴장 관계가 있기 때문일까.   

   


나는 학부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로스쿨에 진학했다. 세부전공으로 회계학, 재무학, 마케팅원론, 조직행동론, 협상론 등을 공부했는데, 변호사실무를 하면서 상당한 시너지가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오히려 로스쿨에서 법학을 공부할 때에는 상대적으로 시너지를 크게 느낄 수 없었지만, 상법을 공부할 때에는 회사의 설립과 의사결정(이사회, 주주총회 등) 부분을 쉽게 공부할 수 있었던 기억이 있다.  


경영학과 법학은 그 성격이 꽤 달라서 각각을 공부할 때에는 연계성이 크지 않은 것 같았지만, 실무에서는 경영학이 변호사실무를 보완하는 느낌이 컸다. 기업법무와 세법실무를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회계학을 알아야 한다. 실무자들이 사용하는 회계용어(감가상각비, 우발채무 등)가 어떤 의미인지 이해하여야 법적인 검토를 할 수 있다. 특히 회계학은 매우 중요하다. 변호사라면 회계원리만이라도 알아두는 것이 좋다.

     

공사계약, 용역계약, MOU 등 각종 계약과 협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도 경영학은 해당 사업을 전반적으로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고, 이를 통해 사업 진행 단계별로 리스크를 대비할 수 있었다. 특히 다양한 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자주 “합법의 경계선”을 검토하게 된다. 법학만으로는 그 경계선을 명확히 인식하기 어려울 수 있는데, 경영학이 현미경 역할을 해줄 때가 많았다.


경영학이 '기업의 운영'에 관한 실무적인 학문이다 보니, 여러 거래관계와 법률관계가 얽혀 있는 기업법무에 자주 활용되는 것일 뿐, 다른 전공 분야도 법학과 시너지가 있거나 변호사실무와 시너지가 있다. 관건은 그 연결점을 ‘발견’하는 것이다. 로스쿨 입시 자소서를 쓸 때 어떻게든 반드시 녹여내야 하는 사항이기도 하다.      


대부분의 전공 분야는 관련 산업이 있다. 산업은 쉽게 말해 ‘자본’과 ‘일자리’가 있는 곳이고,  관계 당국의 규제(인허가 등)를 받는 경우가 많다. 해당 산업에서 만들어지는 재화나 서비스가 안전한지, 건전한지 등을 관리하기 위하여 규제가 필요하다. 그 규제는 법령으로 만들어지고, 사업자가 법령을 위반할 때 처벌이 뒤따른다. 규제의 근거를 법령으로 만드는 것이 입법과정이고, 규제를 준수하도록 하는 것은 행정의 영역이고, 위반자를 처벌하는 것이 사법절차이다. 이렇게 어떠한 '전공'이 '산업'을 거쳐 '법'을 만나게 되는 것이다.      


법제처가 운영하는 ‘찾기 쉬운 생활법령정보’ 사이트에서 키워드를 검색하면 특정 산업에 관한 규제를 간단히 확인할 수 있다. 또한 국가법령정보센터에서 관련 법령과 규정을 직접 검색할 수도 있다. 대부분의 규제는 ‘행정법’으로 분류된다. ‘행정법’은 행정기본법에서 시작하여, 개별 법령으로 이어진 후, 행정절차법까지 연결된다는 점도 참고하자.   


학부 전공이 당장 법학과 관련성이 없거나 적다고 하여 실망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변호사실무에서는 해당 분야의 전문가로 인정받을 수 있는 든든한 배경이 된다. 유능한 변호사는 해당 산업의 전문성을 가지면서 동시에 관련 법률사무를 탁월하게 수행할 수 있는 자이다. 해당 산업의 언어를 법률용어로, 법률용어를 해당 산업의 언어로 수시로 통역해 주는 자이기도 하다. 그런 측면에서 학부 전공을 앞으로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그 시작은 연결점을 찾는 것이다.



이미지 출처 : yes24

우리나라에 어떤 산업이 있는지, 그 산업의 트렌드는 무엇이지, 그 업종에서의 주요 기업은 누구인지를 알고 싶다면, 위와 같은 업종별, 산업별 개요서를 참고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1. 경영학(특히, 회계학)은 법학, 변호사실무와 시너지가 상당하다.

2. 대부분의 전공에도 시너지는 있다. 그 연결점을 발견하고 활용하는 것이 관건이다.

3. 법제처의 '찾기 쉬운 생활법령정보' 사이트 등을 통해 그 연결점을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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