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은 ‘로스쿨을 가야 한다’와 ‘변호사가 되고 싶다’ 사이의 어딘가에 있었던 것 같다.
로스쿨을 생각하고 변호사를 희망하는 사람이면 대부분 그런 막연함이 있지 않을까.
“우리 사회를 움직인 판결(전국사회교사모임 공저, 휴머니스트 출판)”은 변호사라면 반드시 알아야 할 판결을 아주 쉽게 설명하는 책이다. ‘판결서(판결문)’은 사법부가 만든 공문서라서, 보통의 사람이 읽기에는 매우 불편하다. 특히 대법원 판결문에는 사실관계가 생략되어 있어, 전체 스토리를 파악하는데 한계가 있다. 이 책은 그렇지 않다. 39개의 사건을 스토리텔링 형식으로, 쉬운 단어로 서술하고 있다.
우리의 삶과 판결은 분리되어 있지 않음을 알려준다. “죽도록 일만 하다가 진짜 죽으면 어떡하지?”, “나의 권리인가, 국가가 베푸는 은혜인가”, “악법은 법이 아니다!” 등 읽어보고 싶게 손짓하는 제목들이 독자를 기다리고 있다. 실제로 필자가 중ㆍ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직업탐험 특강을 할 때, 이 책에 있는 판례를 소개했었고, 청중의 반응이 꽤 좋았다. [이 책은 2014년에 출간되었기 때문에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무죄 취지의 대법원 판결(2018.11.1. 선고 2016도10912 전원합의체 판결)이 반영되어 있지 않은 점을 참고해야 한다.]
한편, 변호사가 되기 전까지는 변호사의 일상이 무척이나 궁금했다. 어떤 일을 하는지, 어떤 고민을 하는지, 어떤 보람이 있는지 궁금했었다. 나는 조우성 변호사님과 류재언 변호사님이 쓴 책이 좋았다. 조우성 변호사님의 책 “한 개의 기쁨이 천 개의 슬픔을 이긴다(서삼독 출판)”에는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원작 에피소드가 수록되어 있기도 한데, 조우성 변호사님이 25년 간의 치열한 변호사의 생활을 하면서 엮은 에세이집이다. 변호사의 고민을 생생히 느낄 수 있다.
로스쿨 1기인 류재언 변호사님의 책 “대화의 밀도(라이프레코드 출판)”에서는 ‘대화’와 ‘관계’ 중심으로 묘사된 변호사의 일상을 접할 수 있다. 로스쿨에 입학하고 변호사가 된 그 사람에게도 가족이 있고 친구가 있다. 변호사 일을 할 때 그리고 일을 하지 않을 때, 주위 사람들과 어떤 말을 하고 어떤 관계로 살아가는지 담담하게 보여준다. 변호사도 평범한 한 사람임을 여러 사례로 말해 준다. “하루를 살아내는 것도 보통일이 아니다.”, “좋은 대화는 잊을 수 없고, 나쁜 대화는 견딜 수 없다.”, “동생의 결혼식 축사” 등 따뜻하고 공감되는 글이 기다리고 있다. 내 친구 중에 변호사가 있다면, 그로부터 직접 들을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생생함이 있다. 따뜻한 책이다.
로스쿨에서 본격적인 법공부를 하기 전에 용기내어 법서를 읽고 싶다면, “지금 다시 헌법(차병직, 윤재왕, 윤지영 공저, 노르웨이숲 출판)”을 제안한다. 우선, 헌법은 민법과 형법에 비해 분량이 적다. 그리고 이 책은 헌법 전체 조문을 모두 담고 있고, 또한 각 조문을 쉽게 설명하고 있다. 어떤 배경과 취지로 각 조문이 마련되었는지도 알려준다. 변호사로서 감히 말하자면, 헌법은 권력과 권리의 사용설명서 같은 것이다. 국민인 주권자를 왕이라 부른다면, 왕을 왕답게 해주는 것이 헌법이다. 헌법의 입문서이자 교양서로 적절한 책이다. 더 가볍게 헌법을 느끼고 싶다면, 문유석 작가님(전 판사)의 '최소한의 선의'를 추천한다.
마지막으로, 학부 전공에만 매진하여 스스로 사회를 바라보는 시야가 좁다고 느낀다면 “한국의 교양을 읽는다 1~5편(김용석 등 공저, 휴머니스트 출판)”가 도움이 될 수 있다. 나도 로스쿨 준비를 하면서, 세상을 보는 시야가 좁아서 논술이나 면접에 부담이 많았다. 통찰력은 커녕 배경지식이 부족하여 문제를 받고 한참을 가만히 있었다. 한 문장도 쉽게 쓴 적이 없고, 한마디 말도 쉽게 한 적이 없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빈약했던 인문학적 소양을 조금이나마 채울 수 있었다. 법학과 직접 관련은 없지만, 법학도로서의 내공을 다질 수 있는 책이라 생각한다. 법과 삶은 이어져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