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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법은 조변 Mar 08. 2024

겨울을 더 좋아했던 내가 아빠가 되니 봄이 더 좋아졌다

더 잘 먹고, 더 잘 자고, 더  잘 크는 계절. 봄이 왔다.


학생이었던 어린 시절에는 봄이 싫었다.


새로운 학교, 새로운 학년, 새로운 반, 새로운 친구들...

새롭게 알아야 하고, 새롭게 적응해야 하는 것을 투성이었다.

많은 것이 낯설었지만, 그렇다고 힘들다고 티를 낼 수도 없었다.

누구나 그러했고, 누구나 그렇게 적응을 했으니...

그래서 매년 봄은 새로운 것에 적응해야 하는 제법 힘든 시기였다.



그래서 추운 겨울이 더 좋았다.


어느덧 친해진 친구들, 익숙한 교실, 익숙한 시간표...

마음 편하게 지낼 수 있고, 더 이상 새로운 것이 없는 그때가 편했다.  

친한 친구들과 같은 학원을 다니고, 함께 놀기도 하면서 즐거웠다.  

제법 뚱뚱했던 몸을 가릴 수 있는 계절인 겨울이 더 좋았다.

크리스마스도 있고 겨울방학이 있던 그 무렵이 더 좋았다.



한 아이의 아빠가 되니 겨울이 싫어졌다.  


칼바람이 부는 밖으로 나갈 수 없는 겨울은 감옥과 같았다.

기침하고 콧물을 흘릴까 봐 아들을 데리고 나갈 수가 없었다.

따뜻하고 촉촉한 집안에서 하루 종일 지내야 하는 갑갑함이 있었다.  

용기를 내어 아들과 산책이라도 하고 돌아오면, 아들의 손과 이마에서 열이 났다.

자주 아파서 병원도 꽤 자주 갔다. 아프고 나면, 살도 쏙 빠져서 마음이 더 아팠다.



찬 바람이 물러가고 따뜻한 봄이 온다.   


지독히도 추웠던 겨울이 물러가는 그즈음, 자그마한 기대가 생긴다.

목련 꽃봉오리가 생기고, 개나리꽃이 피어나면서 봄의 시작을 알린다.

여전히 두꺼운 옷을 입히지만, 산책을 하러 나갈 수 있다.

특별한 것 없는 집 앞 개울가이지만, 그렇게 한참을 놀 수 있었다.  

아들의 얼굴에, 나의 마음에도 꽃이 핀다.



아빠가 되니 봄이 겨울보다 더 좋다.   


새로운 환경, 새로운 일정, 새로운 사람도 괜찮다.

따뜻한 햇살 아래에서 마음껏 돌아다닐 수 있기만 하면 다 괜찮다.

뚱뚱한 뱃살이 드러나도 괜찮다. 볼품없는 몸매가 드러나도 괜찮다.

공 하나로 한참 놀고, 바람개비 하나로 뛰어다닐 수만 있다면 다 괜찮다. 

그렇게 뛰어다녀 잘 먹고, 잘 자고, 잘 크는 계절, 봄이 겨울보다 100배는 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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