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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법은 조변 May 15. 2024

아들이 100살 때까지 아빠랑 같이 놀아준다고 했다.

안녕하세요.

'나만 몰랐던 민법', '박사는 내 운명', '조변명곡', '조변살림&조변육아'를 쓰고 있는 조변입니다.


이번 글은 조변육아에 관한 글입니다.


아들은 요즘 육아휴직 중인 아빠와 초등학교 등교와 하교, 학원 등원과 하원을 함께 합니다.

아빠가 대구에 있는 대학원에 가 있을 때 외에는 아빠와 함께 보내는 시간도 많습니다.


1. 아들은 100살 때까지 아빠랑 같이 놀아준다고 합니다.


아들은 외동이라 그런지, 엄마와는 친구처럼, 아빠와는 형처럼 지내는 것 같기도 합니다.

아빠는 새로운 문물과 문화(레고, 기차, 축구, 게임, 놀이 등)를 전해주는 사람이기도 하고, 아들보다 뭐든 훨씬 더 잘하는 사람이기도 해서 "형"과 같이 느끼는 것 같습니다. 아들이 지금보다 어렸던 4~5살 무렵에는 아빠가 장난감도 잘 만들고, 딱지치기도 더 잘하는 훨씬 더 멋진 캐릭터였을 것입니다.    


매일 밤 아들이 자기 전에 "오늘도 멋진 하루였어?"라고 물어보는데, 한 번은 "몇 살까지 아빠랑 놀아줄 거야?"라고 다른 질문을 했습니다. 아들은 바로 100살까지 아빠랑 놀아줄 거라고 했습니다. 아직은 아빠랑 놀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좋은가 봅니다.


2. 매일 저녁 영어학원 숙제를 아빠와 함께 하고 있습니다.


아들은 5월부터 새로운 영어학원에 매일 다니고 있습니다.

지난 3월에 다니기 시작한 영어학원은 아들 수준에 너무 어려운 교재로 수업을 했고, 교육 시스템은 없다시피 해서 다른 영어학원으로 바꿨습니다. 새로운 영어학원에서는 태블릿이나 컴퓨터 기반으로 매일 과제를 수행하여야 합니다. 매일 20~30분 정도 혼자서 숙제를 하는 것이 이상적이지만, 원래 숙제를 혼자 하면 외롭고 재미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렇기 때문에 아빠와 함께 노는 것처럼 숙제를 합니다.


아빠가 일하는 서재방에서, 아빠가 쓰는 컴퓨터 화면으로 아빠의 마우스와 키보드로 아빠와 함께 숙제를 합니다. 그날그날 수업시간에 공부했던 표현과 단어를 화면에서 고르기도 하고 듣고 맞추기도 합니다. 아빠는 일부러 오답을 가리키며, "이거 같은데?"라고 합니다. 아들은 깔깔거리면서 아니라고, 자기가 정답을 안다고 하면서 우쭐거리면서 "정답"을 클릭합니다. 아빠가 스펠링을 틀리게 입력을 하면, 자기가 제대로 입력하겠다고 하면서 "정답"을 입력합니다. 그렇게 아빠의 헛발질, 헛스윙 덕분에 웃고 떠들면서 숙제를 마무리합니다.


3. 그렇게 미루고 미루던 영어 동화책 읽기를 스스로 하기 시작합니다.


영어학원에서는 최대 하루 3권까지 영어 동화책을 대여해주고 있습니다. 영어학원에 적응하고 숙제하는 것도 힘들고 바쁠 것이라 생각해서 영어 동화책 읽기는 전혀 강제하지 않았습니다. 읽고 싶으면 읽고 읽기 싫으면 읽지 않아도 된다고 했습니다. 그러니 일주일에 3권을 읽을까 말까 했습니다.


그래서 어제저녁에 아들과 엄청난 "거래"를 했습니다. 아들의 태블릿에 간단한 온라인 축구 게임을 설치했습니다. 그리고 아빠가 딱 한 판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아들이 직접 게임을 해보기도 했지만, 조작이 어려워 구경하는 것이 좋겠다고 합니다. 구경하면서 "캐스터 배성재"처럼 중계하는 것이 더 좋다고 합니다.


"아들아. 1권 읽으면 아빠가 2판 축구를 할게"

아들은 갑자기 영어 동화책을 하루 저녁에 3권을 다 읽습니다. 그리고 아빠는 축구 게임을 6판 모두 승리하였습니다. 아들은 배성재로 빙의하여 골~! 골~~~~~! 을 외쳐댔습니다. 사실, 아들에게 제대로 된 게임은 처음이었을 것입니다. 스스로 게임을 하지 않더라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너무 재미있다고 하니, 당분간은 영어 동화책을 아주 열심히 읽을 것 같습니다. 역시 적절한 동기부여가 필요한 시점이었습니다.


4. 벌써부터 유로 2024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습니다.


아들이 좋아하는 것은 매우 뚜렷합니다. 축구, 레고, 기차입니다. 어릴 때에는 기차를 가장 좋아했습니다. 그래서 어린이집 끝나면 오송역까지 가서 1시간씩 기차 구경을 하고 귀가할 때도 있었습니다(세종시에는 기차도 지하철도 없습니다). 기차에 대한 열정이 레고로 옮겨갔다가, 요즘에는 축구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요즈음 아들의 여가 생활에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단연 "축구"입니다.


아들은 매일 저녁 9시가 되기 전에 모든 일과를 끝내야 합니다. 식사도 숙제도 목욕도 다 끝내야 합니다. 9시부터는 티비(+유튜브)로 축구영상 하이라이트를 3편 보고 자야 하기 때문입니다. SBS 습츠 월드컵 클래식 유튜브 채널 덕분에 월드컵 본선 하이라이트 영상을 아주 잘 보고 있습니다.


 위 SBS 습츠 월드컵 클래식 플레이리스트에는 1994년 미국 월드컵부터 2022년 카타르 월드컵까지의 본선 게임 하이라이트 영상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아들은 2022년 카타르 월드컵부터 역순으로 2002년 한일월드컵까지의 본선 하이라이트 영상을 다 봤습니다. 그리고 오늘부터 유로 2020 본선 하이라이트를 보기 시작했습니다. 다음 달 6월 14일부터 유로 2024가 시작하기 때문입니다. 그전에 유로 2020 영상을 다 봐야 합니다.


5. 아들의 하루하루가 요즘처럼 계속 매일 반짝이면 좋겠습니다.


아들이 더 크면 아빠보다 친구가 더 좋아질 것입니다.

아들이 더 크면 공부보다 게임이 더 좋아질 것입니다.

아들이 더 크면 예쁘기도 하겠지만, 밉기도 할 것입니다.


그런데 아직은 아들이 참 착하고 진지하고 성실하며 투명합니다.

그래서 이런 아들과 매일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어 즐겁고 행복합니다.

매일 자기 전에 오늘 하루도 멋진 하루였다고 말해 주는 아들의 말에 매일 안도합니다.    


아들이 맞이하는 하루하루의 모든 순간이 다 즐겁고 빛날 수는 없겠지만,

매일마다 반짝이는 순간이 있었다고 말하는 아들의 그 하루하루가 계속 반짝이면 좋겠습니다.




제가 쓴 매거진과 브런치북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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