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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법은 조변 Aug 18. 2024

깨달음: 초등 1학년 여름방학은 "밥"이 전부다.

4주 동안 길었던 초등 1학년 아들의 여름방학이 끝나는 저녁입니다.

안녕하세요.

'나만 몰랐던 민법', '박사는 내 운명', '조변명곡', '조변살림&조변육아'를 쓰고 있는 조변입니다.


올해 1월 1일에 유치원생 아들의 10일간의 방학이 끝날 때의 안도감에 대한 글을 썼습니다.


이번 글은 '조변육아' 4주간의 초1 아들 여름방학이 끝나는 시점에서 쓰는 글입니다.


초1 여름방학은 "밥"이 전부다.


초1 아들은 매일 늦잠을 만끽하였습니다.

보통 9시 30분쯤 일어났고, 늦게 일어날 때는 10시 넘어서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그냥 두었습니다. 매일 8시에 깨워야 일어났었는데, 방학에라도 편히 푹 자게 해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아침은 시리얼, 과일, 요거트, 계란이나 두부 정도로 간단히 먹었습니다.


관건은 매일 "점심식사"와 "저녁식사"였습니다.

학기 중에는 매일 점심을 학교에서 먹으니 점심식사 메뉴와 겹치지 않은 것들로 저녁식사를 챙겨주면 되었는데, 방학 중에는 점심과 저녁을 제대로 먹여야 하는 것이 큰 고민이자 우려이자 걱정이었습니다.

자녀와 길고 긴 방학을 함께 보내신 수많은 선배 학부모님께 진심으로 존경의 마음을 표합니다.



대부분 제 나름대로 열심히 차려서 먹인 사진입니다. 매일 밥을 차리다가 지칠 때도 있었습니다.

마지막 중간 사진은 한식뷔페에 갔었던 사진이고, 맨 마지막 사진은 한솥도시락에서 식사를 한 사진입니다.

아들이 화요일과 목요일 오전 11시에 축구교실 수업이 있을 때가 있어서, 그때는 외식을 했습니다.


식판에 식사를 차려주니 제법 잘 먹었습니다.

국은 닭곰탕, 미역국, 뭇국 등을 반복하였고, 고기반찬은 소불고기, 호주산 안심구이 등을 반복하였습니다.

나물반찬은 대부분 반찬가게에서 조달하였습니다. 호박볶음, 오이, 토마토 등은 제가 직접 했습니다.

냉동실에 있는 치킨으로 치킨마요덮밥을 해준 것이 유일한 별미였습니다.


4주 간의 여름방학이 끝나가는 시점에 아들이 살이 빠지지 않았다는 점만으로도 안도감이 듭니다.

삼시 세끼를 모두 챙겨줘야 하는 육아휴직 아빠의 입장에서는 고민과 걱정이 적지 않았습니다.

맛없는 밥, 반복되는 메뉴였지만 맛있게 잘 먹어준 아들에게 고마운 마음이 큽니다.

 

아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길어서 참 좋았습니다.

 

물론, 제 개인 시간은 많이 적었지만 속상하지 않았습니다.

토익 공부할 시간도, 논문 쓸 시간도 충분하지 않았지만 괜찮았습니다.

아침에 눈 뜰 때부터 밤에 잠잘 때까지 함께 붙어 있었던 4주를 보냈습니다.


엄마가 "오늘의 공부와 숙제"를 아침에 챙겨두고 가면,

공부도 좀 하고, 좀 놀기도 하고 그러다가 밥도 먹고 학원도 다녀오고를 반복했습니다.  

특히, 좋았던 것은 아들이 좋아하는 축구게임을 아빠와 마음껏(?) 했다는 것입니다.


아빠가 축구를 하면, 아들은 축구 중계를 하는 놀이였습니다. 중계하면서 녹화도 했습니다.  

아래 유튜브 영상 플레이리스트에서 직접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https://youtube.com/playlist?list=PLt0VZGREEdBS9INZaSQLqIV5o9jXzTEFw&si=k9TPb5dph_9KUzv8 

 

함께 즐길 수 있는 취미생활이 있다는 것이 참 좋습니다.

아들에게는 공부와 숙제를 할 원동력이 되기도 합니다.

저에게는 그 한순간, 한 순간이 소중한 추억이 되고 있습니다.

 

아들과 붙어 있으니 그동안 못했던 살림을 정리했습니다.  

 

아들이 아기였을 때, 유아였을 때 가지고 놀았던 장난감을 정리할 기회가 생겼습니다.

그리고 아들이 어렸을 때 읽었던 동화책을 정리할 기회가 생겼습니다.

아들에게 과거의 아이템을 하나씩 물어보면서 처분할 수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처분 승인을 받은 책과 장난감은 "당근"으로 신속히 매각할 수 있었습니다.



  

'당근'을 통해서 30만 원을 벌었습니다. 동화책, 장난감, 플레이팩토 교구 등 지금은 아들에게 큰 도움이 되지 않는 것들을 필요한 분들께 저렴하게 드릴 수 있었습니다. 전부 비대면 문고리 거래를 했기 때문에 제가 사는 곳까지 오셔야 했습니다.


2022년 입주해서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는 "앱"을 통해서 방문차량 등록을 날짜별로 지정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당근하러 오시는 분들의 차량을 모두 방문차량으로 등록해 드렸습니다. 당근하러 갈 때 가장 불편한 점이 바로 "주차"이기 때문입니다. 낯선 아파트 단지에 들어가는 것도 쉽지 않고, 들어가서 주차하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비대면 문고리 거래가 편한 점도 있지만, 아파트 단지에 들어가고 주차하는 과정은 쉽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덜 불편하시게 해드리고 싶었습니다.


내일부터는 개학입니다. 또 새로운 시작입니다.


아들이 아침에 등교하고 나면 조금 더 저만의 시간이 생길 것입니다.

지체되었던 두 번째 논문을 열심히 쓸 생각입니다.

저의 박사과정 2학기도 조금씩 준비를 해야 합니다.


내일로 육아휴직 1년이 됩니다. 이제 슬슬 회사로 돌아갈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아들은 초등학교 생활에 잘 적응하고 있고, 학원 생활도 잘 적응하고 있습니다.

지쳤던 저의 몸과 마음도 어느 정도 회복되었습니다.

박사과정도 어느 정도 본 궤도에 오른 것 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제 저만의 일상으로 다시 돌아갈 시점을 생각해야 합니다.  

지난 1년 동안 아들과 참 행복했고, 즐거웠습니다.

계속 그렇게 살고 싶은 욕심이 어떻게 없겠습니까.

아들도 크고 있고, 저도 다시 커리어를 쌓으러 가야 합니다.

제 머리로는 다 알고 있는데, 제 마음이 머리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동화책에서 나와서 리얼리티 프로그램으로 들어갈 시점을 생각해야 합니다.  

당장 복직을 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돌아갈 시점을 생각할 때가 온 것 같습니다.

섭섭하고 서운하고 헛헛하지만, 그래도 마음을 다잡아야 할 때가 오고 있습니다.




제가 쓴 매거진과 브런치북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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