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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법은 조변 Jul 07. 2024

[조변서평] 불안한 완벽주의자를 위한 책

조변이 선택한 한 문장 "완벽주의는 본질적으로 자기비판적이다."

안녕하세요.

'나만 몰랐던 민법', '박사는 내 운명', '조변명곡', '조변살림&조변육아'를 쓰고 있는 조변입니다.


https://brunch.co.kr/@lawschool/221


위 글 마지막 부분에서 '불안한 완벽주의자를 위한 책'을 읽고 서평을 남기겠다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이번 글은 '불안한 완벽주의자를 위한 책'에 대한 서평입니다.


1. 이 책은 재미로 읽는 책은 아닙니다.

그렇지만 끝까지 읽고 나면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이미지 출처: YES24


브런치 독자님도 작가님도 이미 알고 계실 것이라 생각하지만...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완벽주의자"입니다.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저는 특히 "과정"을 완벽하게 추구하는 프로세스 완벽주의자입니다.

저만의 최적화된 방법론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반복하고 시행착오를 거듭합니다.

그렇게 최적화된 방법론을 통하여 완벽한 과정을 추구하고 이에 따라 꽤 괜찮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기한 내 못 끝내면 어떻게 하지"

"기한 내 끝내더라도 형편 없으면 어떻게 하지"

"평가가 좋더라도 큰 도움이 못되면 어떻게 하지"

"도움이 되더라도 큰 의미가 못되면 어떻게 하지"


문제는, 그 최적화된 방법론을 찾아가는 과정, 최적화된 방법론을 추구하는 과정이 즐겁지 않다는 것입니다.

완벽한 과정, 무결점의 프로세스를 추구하는 것이 장점만 있는 것이 아니어서 이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저 자신을 옭아매고, 다른 사람들도 숨 막히게 하는 점을 고치고 싶었습니다.


저와 같은 완벽주의자가 세상에 꽤 많습니다.

저는 과정 완벽주의자인데, 제 짝꿍은 결과 완벽주의자 성향이 있습니다.

제 아들은 "과정 + 결과 완벽주의자"의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래서 "완벽주의"에 대하여 조금 더 깊이 이해하고 앞으로 잘 대처하고 싶었습니다.

"완벽주의"의 삶을 피할 수 없다면, 잘 알고 잘 대처할 필요가 있습니다.  


결코 재미가 있거나, 박진감이 넘치는 책은 아닙니다.

그러나 완벽주의자라면 꼭 읽어볼 필요가 있는 책입니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완벽주의를 더 이해할 수 있게 되었고, 완벽하지 않은 저 자신을 인정하게 되었고, 더 편안한 마음을 갖게 되었습니다.


2. 인상 깊었던 몇 문장을 소개합니다.


"완벽주의는 본질적으로 자기비판적이다."

제 마음에 팍 꽂혔던 한 문장입니다. 완벽하기 위하여 끊임없이 의심하고 비판하는 제 자신이 떠올랐습니다.

더 완벽하기 위하여 더 비판적인 성격을 인정함과 동시에 저만 그렇지는 않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자기비판은 스스로를 갉아먹는다."

이 책이 완벽주의자에게 하고 싶은 말입니다. 완벽할 때 완벽하더라도 완벽하지 않을 때도 있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매 순간, 모든 장면에서 완벽하고자 하는 것은, 매 순간 모든 장면에서 자기비판적인 삶을 사는 것이라 말합니다. 그럴 필요가 없다고, 그렇게 살지 않아도 된다고 말합니다.


"완벽주의는 게으름을 경멸한다. 그러나 당신은 결코 게으르지 않다."

완벽주의자는 주위에서 성실하다, 책임감 있다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 그런 칭찬을 듣기 위해서 그렇게 사는 것은 아니지만, 그런 칭찬을 많이 듣습니다. 사실, 완벽주의자에게 그런 칭찬은 "채찍"과 같습니다. 더 성실해야 하고, 더 책임감이 있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 더 완벽해야 한다는 "채찍"과 같은 자극이 됩니다. 1분, 1초도 완벽하게 써야 하는 사람이 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완벽주의를 버린다는 것은 일을 망쳤어도 견딜 수 있는 것이며 자신이 인간임을 허락하는 것이다." 

저처럼 완벽주의자는 실패를 용납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일을 망쳐서도 안되고 망칠 수도 없습니다. 그렇게 살면 안 된다고 배웠습니다. 그러나 이 책은 그렇지 않아도 된다고 말합니다. 완벽주의와 거리를 둘 수 있는 삶이 더 행복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완벽주의는 성장과정에 뿌리를 두고 있다. 완벽하거나 절대 실수하지 않아야 사랑받을 수 있다는 것을 배웠을 것이다."

수학 시험 96점에 대한 반응은 두 가지입니다. "왜 100점이 아니니?" 또는 "시험 잘 쳤구나!"입니다.

왜 100점이 아니냐에 대한 물음이 반복되면 결과 완벽주의자로 이어지게 됩니다.

정해진 기준을 반드시 충족해야 하는 사람으로 커가고, 스스로도 완벽한 기준을 설정하게 됩니다.


"완벽주의자는 스스로 정해놓은 기준에 도달했어도 그것을 성공으로 치지 않는다. 그 목표는 애초부터 너무 쉬운 목표였기 때문이다."

스스로 설정한 기준을 충족하여도 만족하지 못한다는 것이 완벽주의자의 특징입니다. 충분히 어려운 목표를 어렵게 달성했지만, 그 과정과 노력을 폄하합니다. 100점을 기록했지만, 시험이 너무 쉬웠다고 생각합니다. 이 책은 그렇지 않다고 합니다. 그런 마음을 내려놓을 필요가 있다고 말합니다.


"수면 부족은 기분에 영향을 주어서 당신을 어울리기 힘든 사람으로 만들고 그로 인해 인간관계의 질이 훼손된다."

완벽주의자에게 늘 부족한 것은 "잠"입니다. 더 완벽하기 위하여 필요한 것은 "시간"입니다. "시간"을 더 많이 확보하고, 더 많이 고민하며, 더 많이 노력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중간고사, 기말고사처럼 단기간에는 그렇게 사는 것이 나쁘지 않을 수 있지만, 평생을 그렇게 살 수는 없습니다. 잠이 부족한 완벽주의자가 왜 괴팍한 성격을 가지는지 직관적으로 알려줍니다. 완벽주의자도 푹 자야 합니다. 좀비가 아닌 사람처럼 살아야 합니다.


"1년 전보다 삶에 더 만족하는가?"

저를 한참 멍하게 만든 한 문장입니다.

1년 전에 비하여, 더 여유롭고 자기주도적인 삶을 사는 육아휴직자이지만, 스스로 더 만족하고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고 느끼고 있는가. 미래의 목표를 위하여 현재를 갈아 넣고 있지 않은가. 충분히 즐거울 수 있고 여유로울 수 있는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가. 등의 물음이 이어졌기 때문입니다.

이 책은 현재의 삶에 만족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당신이 정작 주의를 집중해야 할 대상은 자기 자신이다. 당신의 건강과 행복이다."

스스로 설정한 목표, 주위의 기대와 칭찬, 실적과 평가 등에서 자유로워질 필요가 있습니다. 끊임없이 목표를 설정하고, 진도를 체크하며, 퀄리티를 고민하는 삶에서 가끔씩은 허물 벗듯이 나올 필요가 있습니다. 이 책은 완벽주의자가 그 목표를 버릴 수 없다는 점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목표만큼 소중하고 챙겨야 하는 다른 가치가 있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자신의 건강과 행복입니다.


변호사들은 대부분 완벽주의자입니다. 저처럼 과정에 대한 강박을 가지는 변호사도 있고, 결과에 대한 강박을 가지는 변호사도 있습니다. 그래서 변호사들끼리 지내면 완벽주의가 당연한 분위기처럼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다들 완벽하게 일을 잘하고, 완벽하게 친절하며, 완벽하게 커뮤니케이션도 잘하는 것처럼 모입니다.


'김앤장', '태평양', '광장', '세종', '율촌' 등의 대형로펌변호사 이미지가 그렇게 잡혀있기도 합니다. 그런데 30대에 디스크가 터지고, 40대에 고혈압약을 먹기 시작하며, 50대에 건강이 확 나빠지기도 합니다. 건강을 돌보지 않고, 행복을 챙기지 않는 것이 프로이고, 완벽주의자의 모습이라는 환상이 있기도 합니다. 그래서 대부분 응급실이나 입원실 신세를 지고 난 후에야, 건강과 행복과 가족을 챙깁니다. 그들에게도 이 책이 필요합니다.


3. 이 책이 알려주는 방법론은 구체적이고 실용적입니다.


이 책이 완벽주의자에게 "완벽" 외에 지향해야 할 가치를 어떻게 찾고 어떻게 추구해야 하는지, 그 방법을 상당히 구체적이고 실용적으로 알려주고 있습니다. 이 책의 전반부는 완벽주의자의 특징을 설명하면서 독자의 마음이 움직이도록 합니다. 이 책의 후반부는 완벽주의자에게 자신의 삶을 개선하고 변화를 주는 방법을 제시합니다. 여러 단계를 거치면서, 어렵지 않게 그 방법을 연습하도록 합니다. 그 과정이 조금 귀찮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 과정을 거치면서 마음이 편안해지고, 삶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리짐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 "방법론"은 제가 요약해서 알려드릴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닙니다. 전체의 텍스트를 꼼꼼하게 읽으면서 그 글에 따라 고민하고 연습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완벽주의자라면 그 과정도 당연히 잘 해낼 것입니다.

자기증명과 인정욕구로부터 벗어나는 10가지 심리학 기술을 자세히 설명하고 있습니다.


(조변사족) 번역이 가끔 투박하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유일하게 느껴졌던 아쉬움은 '번역'입니다. 가끔 번역한 용어가 조금 투박하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자기연민"을 "자기친절"로 번역하고 있는데, 제 사견으로는 "자기존중"이 조금 더 정확한 느낌인 것 같기도 합니다. 이 외에도 사소하게 아쉬운 번역이 있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완벽주의자에게는 큰 도움이 되는 책입니다.

그래서 '불안한 완벽주의자'에게 추천니다.




제가 쓴 매거진과 브런치북을 소개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목화솜 피는 날'을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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