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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법은 조변 Jul 04. 2024

'목화솜 피는 날'을 봤습니다.

세월호 참사 10주기 장편 극영화

안녕하세요.

'나만 몰랐던 민법', '박사는 내 운명', '조변명곡', '조변살림&조변육아'를 쓰고 있는 조변입니다.



세월호 참사 10주기 장편 극영화 '목화솜 피는 날'을 봤습니다.


지난 6월에 개봉하였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대학원 과정과 육아를 한다는 핑계로 극장에 직접 가서 보지는 못했습니다. 그리고 오늘 오전에 네이버 시리즈온 VOD로 '목화솜 피는 날'을 봤습니다. 영화를 본 후기를 짧게 남깁니다.


1. 여운이 참 많이 남습니다.


브런치 독자님과 작가님들은 2014년 4월 16일 어디서 무엇을 하고 계셨는지요?

저는 전략컨설팅펌에서 일하면서 대구에 있는 칠곡가톨릭병원 컨설팅 프로젝트를 하고 있었습니다.

여느 아침과 같이 출근 준비하고 아내와 같이 출근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칠곡가톨릭병원 회의실에 출근을 하고 세월호 소식을 접했던 것 같습니다.


제가 위에서 "것 같습니다."에 밑줄을 친 이유는 그날의 기억도 조금씩 희미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진도, 팽목항, 에어포켓, 손석희, 노란 리본 등 세월호를 생각나게 하는 많은 기억들이 있지만,

그 기억도 조금씩 흐릿해지고 희미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도 있습니다.

강산도 변한다는 10년이라는 시간이 지나갔으니, 기억도 희미해질 법도 합니다.

이 영화 '목화솜 피는 날'은 세월호 참사와 그 이후 10년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다큐멘터리가 아니라 드라마입니다. 그래서 극 중 인물에 더 몰입할 수 있습니다.


물론, 기쁘고 유쾌한 기억은 아닙니다. 슬프고 답답하고 어찌할 수 없어 무력감을 느끼며 한편으로는 분노하기도 했었던 어렵고 힘들었던 기억입니다. 그렇지만 이 영화는 10년 전 세월호 참사와 그 이후 10년을 제법 잔잔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생각보다 그렇게 힘들지 않다고, 그렇기 때문에 조금 더 오래 기억해도 괜찮을 것 같다고 얘기해 주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여운이 많이 남는 것 같기도 합니다.


2. 이 영화를 꼭 보시라고 강요하지는 않겠습니다.


그렇지만, 세월호 참사 10주기에 맞춰서 '목화솜 피는 날'이라는 영화가 개봉했다는 사실은 기억하여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이 영화에는 목포신항에 보존되어 있는 세월호 선체 내부의 영상이 담겨있습니다. 지금은 더 이상 세월호 선체 내부를 관람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선체 내부를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습니다.


눈물 없이 이 영화를 볼 수는 없습니다. 다시 10년 전 그날로 우리를 돌아가게 합니다. 그 답답하고 슬프고 무기력했던 그 시점을 마주하게 합니다. 감정의 동요 없이 볼 수 있는 영화는 아니기 때문에 꼭 보실 것을 추천할 수는 없습니다. 그럼에도 이 영화 '목화솜 피는 날'을 보면, 그날과 그날 이후 10년을 인식하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다시금 세월호 참사가 '우리의 일'이었다는 점을 상기시켜 줍니다.


그날 이후 10년 간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의 심정이 어떠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어떤 순간을 보냈으며, 어떤 마음이었는지, 어떻게 이겨내고 있고 그 와중에 여전히 얼마나 또 힘들어하고 있는지를 리얼하게 보여줍니다. 그리고 그들의 상황은 결코 그들만의 상황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삶과 다르지 않다는 점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3. "다시 피어나자, 우리"


많이 울었습니다. 이 영화를 보면서 눈물을 흘리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영화를 보면서 많이 슬프고 먹먹하고, 마지막 부분에서는 꺼이꺼이 목놓아 울기도 했습니다.

10년 전 세월호 참사는 그렇게 우리에게 슬프고 아프고 힘든 기억입니다. 잊을 수 없는 기억입니다.


이 영화는 10년 전 세월호 참사를 집중적으로 다루기보다는 그 이후 10년 간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보여주려고 노력합니다. 절망을 하면서도 희망을 생각하는 세월호 참사 유가족의 모습에 우리는 마음을 함께 나눌 수 있습니다. 이 영화는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우리 봄날은 우리 경은이 있던 날에서 끝난 거야."라고 절망을 말하면서도, "우리 경은이 예쁜 모습으로, 우리 아가는 아니어도, 누군가의 아가로 다시 태어나서 예쁘게 크고 있을 거라고."라면서 또 다른 희망을 말합니다. '잊고 다시 시작하자'가 아니라 '기억하면서 다시 일어서자'라고 말합니다.


목화솜은 목화가 진 후의 열매이지만, 꽃처럼 예쁘고 고와 두 번째 꽃이라 불린다고 합니다.

두 번째 꽃으로 피어나는 목화솜처럼 다시 피어나길 희망하는 영화입니다.


4.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 


대한민국헌법 제10조 2문의 내용입니다. 헌법학에서는 "국가의 기본권 보호의무"라고 합니다. 국가는 주권자인 국민을 위하여 존재하고, 국민의 인권과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존재임을 명시하고 있는 규정입니다. 우리는 세월호 참사를 겪으면서 헌법 조문이 헌법 조문에 그쳐서는 안 된다는 점을 알게 되었습니다. 국민의 생명, 권리, 재산을 지키기 위하여 국가가 존재한다는 점을 조금 더 적극적으로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대한민국헌법까지 가지 않더라도 "4ㆍ16세월호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 등의 법률도 제정되어 시행되었습니다. 이러한 법이 있는 이유는 왜 그러한 참사가 발생했는지 똑바로 알아서 다시는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임은 법조인이 아닌 평범한 사람도 잘 알고 있습니다. 우리는 왜 국가가 존재하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이제 세월호는 지겹다는 분이 계십니다.

세월호 정치 얘기는 그만하자는 분도 계십니다.


그러나 우리는 주권자입니다.

그래서 기억하고, 재발을 방지하고, 더 나은 방향으로 사회가 나아가도록 해야 합니다.

지켜보고 의견을 개진하며 주권자로서의 역할을 해야 합니다.


무릇 삶은 치열한 정치의 순간입니다. 과격하게 투쟁하고 싸우고 다투는 것만이 정치가 아닙니다. 지켜보고, 설득하고, 선택하고, 행동하는 것도 정치입니다. 우리 모두에게는 정치적 기본권이 보장되어 있고, 국가는 기본권을 보장할 의무가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기억해야 합니다.


https://youtu.be/QvcyOH0EMQ0?si=O7NzxELrV2xD_383


목화솜 피는 날 메인 예고편을 소개하면서 이번 글을 마칩니다.

여러분들에게도 기억하면서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영화가 되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제가 쓴 매거진과 브런치북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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