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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법은 조변 Jul 17. 2024

[조변분석] 충남대병원은 정말 '부도 위기'에 있는가?

부도 위기 기사를 보고 직접 재무자료를 분석해 봤습니다.

안녕하세요.

'나만 몰랐던 민법', '박사는 내 운명', '조변명곡', '조변살림&조변육아'를 쓰고 있는 조변입니다.


이번 글은 '조변분석' 충남대병원은 정말 부도 위기에 있는가? 입니다.


국립대병원 기획조정실에서 법무총괄 변호사로 기획, 전략, 법무업무를 수행했던 경험 엘리오앤컴퍼니에서 대학병원 전략 컨설팅을 한 경험을 토대로, 충남대병원의 위기 상황에 대 개인적인 견해를 남깁니다.  


1. 특수법인 충남대학교병원의 현재 상황


우선 아래 언론보도를 보겠습니다. 기사는 모두 작성 시점 기준 24시간 이내에 보도된 기사입니다.  



국립대학병원을 비롯한 상급종합병원의 주요 수익(매출)은 입원수익에서 발생합니다. 입원환자가 많고 병실가동률이 높아야, 기본적인 병원 살림을 살아갈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됩니다. 통상적으로 외래수익은 30%, 입원수익은 70% 정도의 비중을 차지합니다.


그렇게 매출이 발생하면 그 돈으로 의료인, 의료기사, 행적직 등의 병원 임직원에게 급여를 지급하고, 의료장비를 구입하거나 대여한 비용을 지급하며, 병원을 새로 짓는데 들어가는 비용을 충당하게 됩니다. 매출 규모가 크지만, 병원에 당기 순이익으로 떨어지는 규모는 매출의 1% 정도에 불과합니다. 대부분 인건비, 재료비 등의 비용으로 지출합니다.

(인건비 수준이 적정한지 여부는 매우 민감한 문제라 논의에서 제외하겠습니다. 양해 바랍니다)   


그런데 의정갈등으로 인하여 전공의가 대학병원에서 빠지면서, 입원환자를 케어할 수 있는 환경이 대폭 축소되었고, 이로 인하여 입원수익도 대폭 감소하게 됩니다. 이것은 전국적으로 대학병원에서 발생한 공통적인 현상입니다.


한편, 충남대병원은 '세종충남대병원' 오픈이라는 다른 큰 변수가 있었습니다. 개원시점이 코로나19와 맞물려서 입원병동을 단계적으로 오픈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입원수익'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병원 내부에서 발생하는 인건비, 재료비 등의 비용을 스스로 충당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대전의 본원 충남대병원에서 2023년까지 1,200억원이 넘는 운영자금을 지원했고, 2024년이 되면서 전공의가 사직하는 의정갈등이 초래되면서 입원병동의 병실가동률을 계속 저조한 상태로 머무르게 됩니다.


그래서 충남대병원은 인건비를 줄이는 여러 정책(무급휴직, 행정직 통합운영 등)을 시도하지만, 역부족인 상황입니다. 지난 5월 비상경영을 선포하고 비상진료 2단계에 돌입했지만, 비용을 줄이는 것만으로는 상황을 개선하는데 한계가 있습니다. 전공의가 없이는 입원병동의 병실가동률이 예전 수준으로 올라갈 수 없고, 병실가동률이 올라가지 않으면, 주요 수익(매출)인 입원수익을 예전 수준으로 기대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2. 얼마나 심각한 상황인가? 공시된 정보를 보겠습니다.

 

충남대병원을 비롯한 국립대학병원은 모두 "공공기관"으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공공기관은 매년 또는 매분기마다 경영정보를 알리오 공시 사이트에 공시하여야 합니다.   



위 알리오 공시 사이트에서 충남대병원의 손익계산서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2019년부터 2023년까지 5년 연속 당기 순손실이 발생하였습니다. 5년 간 누적된 손실이 2,277억원에 달합니다. 그리고 2024년 의정갈등으로 인하여 발생한 손실은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을 참고해야 합니다.



충남대병원 재무상태표는 조금 더 심각합니다.

충남대병원의 자산 총계는 5,606억원 정도 되는데, 부채가 5,848억원이고 자기자본은 -242억원입니다.

자본잠식 상태 중에서도 '완전 자본잠식' 상태로 보입니다.


정상적인 회사라면 재무 상태는 '자본=자본금+잉여금'이라는 기본 구조를 갖추게 된다. 그런데 계속해서 적자가 나 결손금이 누적되면 기존의 잉여금으로 결손을 메워야 한다. 만일 회사의 적자폭이 커져 잉여금이 바닥나고 납입자본금을 상쇄하기 시작하면 이를 자본잠식 또는 부분잠식상태라고 한다.
특히 누적적자가 많아져 잉여금은 물론 납입자본금마저 모두 잠식하면 결국 자본이 모두 바닥나게 되고 자본총계가 마이너스 상태로 접어들게 되는데, 이를 자본전액잠식 또는 완전자본잠식(完全資本蠶食, 영어: negative shareholders' equity)이라 한다.
자본금이 50% 이상 잠식된 기업은 관리종목으로 지정되며 2년 계속될 경우 상장폐지된다. 자본금이 전액잠식된 기업은 관리종목 지정 없이 즉시 상장폐지된다. 자본잠식을 해소하기 위해서 일반적으로 무상감자를 활용하고 있다.

출처: https://ko.wikipedia.org/wiki/%EC%9E%90%EB%B3%B8%EC%9E%A0%EC%8B%9D

  

충남대병원은 "국립대학병원 설치법"에 따라 설립된 특수법인(재단법인 성격)으로서 일반적인 주식회사가 아니기 때문에 '상장폐지'와 같은 절차를 밟지는 않습니다(애초에 주식을 발행하지도 않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있는 법인에게 추가 대출을 하는 것은 RISKY 하다고 생각하는 금융기관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충남대병원이 공시한 재무상태표 중 자본계정 부분을 보겠습니다.




충남대병원이 설립될 당시의 법인기본금(순수 자본금)은 300억원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후에 병원이 성장하면서 거둔 이익을 지속적으로 기타기본금으로 1,548억원 가량을 편입하여서 기본금은 1,850억원 규모입니다. 문제는 이익잉여금(결손금) 부분입니다. '차기이월결손금'이 2023년 한 해동안 800억원이 늘어났고, 2023년 말 결손금 누적액이 2,899억원에 달합니다. 이로 인하여 자본총액은 -242억원이 됩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위 숫자는 모두 2023년 말 기준으로 작성된 것입니다.

2024년 의정갈등으로 인하여 발생한 손실이 반영되기 전의 숫자입니다.



위 보도에 따르면, 충남대병원은 7월 15일(월) 긴급보도자료를 통해 "충남대 세종병원 개원으로 발생한 차입금과 의정갈등사태로 빚어진 의료 수익 감소 등으로 더 이상 병원을 운영할 자금이 없다며 보건복지부와 대전시, 세종시 등 정부와 자치단체에 긴급 운영자금 지원을 요청하고, 지역필수의료 유지를 위한 재정투입이 절실하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충남대병원은 비용 지출을 감당할 수 있는 현금이 부족한 상태를 맞이할 가능성을 얘기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빚이 있지만 빚을 갚을 수 없는 상태를 '부도', '디폴트 선언(채무불이행 선언)'이라고 합니다.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지게 될 수 있습니다. 국립대병원이라는 공공기관이 부도를 낸다는 것이 국내 경제, 국제 경제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게 될지는 아무도 섣불리 예측할 수 없습니다.


금융시장이 '세종충남대병원 개원'이라는 특수성을 고려하여, 특수한 상황으로 축소해석할 것인지 아니면 공공부문의 신인도에 영향을 줄 사건으로 해석할 것인지는 금융당국, 정책당국의 대처에 달려있는 것 같아 보입니다. 단순히 지방의 한 대학병원의 금융위기만으로 치부해도 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의문이 있습니다(강원도 레고랜드 사태가 아직 기억에 남아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김진태 강원도지사가 지난달 28일 레고랜드 조성을 위해 발행했던 2050억원 규모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만기일 하루를 앞두고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한 이후 시장 참가자들이 채권투자를 꺼린데 따른 것이다. 지방자치단체가 보증을 선 2000억원 상당의 채권이 휴지조각이 되면서 100조원의 자금을 삼킨 것이다.


3. 앞으로 어떻게 전개되고 수습될 것인가?


국립대학병원 설치법

제19조(출연 또는 보조) ① 정부는 대학병원의 기본 시설ㆍ설비 등의 설치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는 출연금(出捐金)을 지급할 수 있다.

② 대학병원의 의학계 교육 및 연구에 드는 경비는 예산의 범위에서 정부가 보조한다.

③ 대학병원의 운영비 및 시설ㆍ설비에 드는 경비와 차관(借款)의 원리금 상환 경비는 대학병원의 수익으로 충당한다. 다만, 부족한 경우에는 정부가 보조할 수 있다.

④ 제1항부터 제3항까지의 규정에 따른 출연금 및 보조금의 지급ㆍ사용 및 관리 등에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⑤ 개인이나 법인 또는 단체는 대학병원의 사업을 지원하기 위하여 대학병원에 금전이나 그 밖의 재산을 출연할 수 있다.


국립대학병원이 교육부나 보건복지부 등 국가로부터 그냥 생돈을 받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위 국립대학병원 설치법 제19조 제1항은 주로 병원건물을 지을 때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주는 돈입니다. 그 돈으로 땅을 사고 건물을 지은 다음에 그 부동산을 국가에 다시 기부채납(소유권 이전)을 합니다. 이 경우, 결국 국가는 손해 보는 것이 없습니다.


위 국립대학병원 설치법 제19조 제3항에 따라 대학병원의 운영비, 각종 경비, 대출의 원리금 상환 경비는 병원의 수익(매출)로 충당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그리고 예외적으로 그 정부가 보조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실제로 정부가 보조금을 지급한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국립대병원 중에서 충남대병원 한 곳만 유독 힘들다고 하면 정부가 이례적으로 크게 결단하여 보조금을 지급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지금은 다른 국립대병원도 의정갈등의 여파로 재무적으로 매우 열악한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즉, 충남대병원에 국가 지원금이 투입되는 순간, 다른 국립대병원에도 국가 지원금 투입이 고려되어야 하고, 다른 사립대학병원에도 국가 지원금 투입 여부가 논의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예산을 확보해야 하는 주체가 교육부(또는 보건복지부)이기 때문에 예산확보 자체가 쉽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개인적인 추측으로는 충남대병원에 국가 재정이 투입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입니다. 최소한 2024년에 국가 재정이 투입될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입니다. 수많은 이해관계자들이 충남대병원을 우려 섞인 눈으로 바라만 볼뿐 적극적인 지원 등의 액션을 취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돈을 받아야 하는 채권자, 채권단에서 채무를 감면해 주는 통 큰 결단을 하는 것도 쉽지 않을 것입니다.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한 상태가 장기화될 가능성도 있어 보입니다. 병원의 운영을 채권단에 맡기는 조차 법리적으로 가능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문제는 충남대병원의 역할입니다. 위와 같은 어려운 상황이 장기화되면 대전, 충남, 세종에서의 의료공백이 장기화되는 것입니다. 세종충남대병원 개원과 코로나 19로 인하여 재정난이 악화되었지만, 의정갈등으로 인하여 재정난이 회복불가능한 수준에 접어드는 것이 아닌가 하는 개인적인 우려와 걱정도 있습니다.


대한민국 공공부문 전체에 대한 신인도 문제, 충청권의 의료공백 장기화 문제, 다른 국립대학병원과 사립대학병원이 재정난 문제가 엮여있습니다. 충남대병원이 스스로 알아서 잘 해결해야 하고 잘 해결할 수 있는 사소한 문제로 볼 것인지에 대한 '어떠한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싶습니다. 언젠가는 어떻게든 수습은 될 것이라 봅니다. 문제는 그 과정에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아무도 이 상황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에 있습니다. 결국 정부가 도와줄거라는 생각, 어떻게든 해결될 것이라는 생각이 있는 것이 아닐까 짐작됩니다.


다음 달, 정말로 충남대병원이 '디폴트 선언(채무불이행 선언)'을 한다면, 그 이후 단계가 어떻게 전개되고 어떻게 수습될 것인지를 면밀히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뉴스 업데이트) 2024. 8.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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