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민법은 조변 Jul 31. 2024

부끄럽지만, 저의 첫 논문을 소개합니다.

[법학논고 제86집] 생활임금 조례의 주요 쟁점과 판례에 대한 검토

안녕하세요.

'나만 몰랐던 민법', '박사는 내 운명', '조변명곡', '조변살림&조변육아'를 쓰고 있는 조변입니다.


https://brunch.co.kr/@lawschool/241


위 글에서 저의 첫 논문 게재가 확정되었다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그리고 오늘 발간된 경북대학교 법학연구원 학술지 '법학논고' 제86집에 저의 논문이 수록되었습니다.

http://lawins.knu.ac.kr/?status=menu4&code=01&no=1282


다시 읽어보니 부족한 점이 꽤 많이 보입니다.  


의욕을 가지고 처음 쓰려고 했던 방향대로 썼다는 점에 안도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그 '방향'만 나쁘지 않다고 생각될 뿐, 제가 쓴 글이지만 부족한 점이 많이 보입니다.


학계에서는 자신의 논문을 '졸고'라고 지칭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졸고'의 사전적 의미는 '내용이 보잘것없는 원고' 또는 '자기나 자기와 관련된 사람의 원고를 겸손하게 이르는 말'입니다. 저의 첫 논문은 첫 번째 의미인 '내용이 보잘것없는 원고'로서의 졸고입니다.


약간의 의미를 찾자면, '생활임금'에 대한 행정법 측면의 접근이라는 점입니다.  


"최저임금"은 들어보기도 하셨을 것이고, 익히 잘 알고 계시는 개념일 것입니다.

근로계약을 체결할 때 최소한 최저임금 액수 이상의 금액을 지급하도록 '최저임금법'에서 정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 결정된 2025년 최저임금 시간급은 10030원입니다.  


"생활임금"은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조례'라는 규범으로 규정하고 있는 개념입니다.

조금씩 다르게 정의하고 있지만, 공통적으로 최저임금보다 조금 더 많은 임금을 지급하도록 하여 근로자(노동자)가 인간답게 문화적인 삶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취지의 임금을 "생활임금"으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제 논문에서도 언급하고 있지만, 전국 생활임금의 평균치는 최저임금액에 비하여 약 35만 원 정도 더 받는 수준으로 결정되어 있습니다. 2024년 생활임금 기준으로 광주광역시가 12,760원으로 가장 높고, 울산광역시가 11,270원으로 가장 낮았습니다. 가장 낮더라도 2024년 최저임금 시간급 9,860원보다는 높은 수준입니다.


노동자에게 더 많은 임금을 지급하는 것은 좋은 것이나, 현실적인 한계도 있습니다.  


교육청을 포함한 전국 260개 지방자치단체(지방정부) 중에서 최저임금보다 높은 수준의 생활임금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여 시행하는 곳은 딱 절반인 130곳입니다. 2013년 말 부천시에서 생활임금 조례를 최초로 제정한 후 10년이 지났고, 전국 절반의 지방정부가 생활임금에 관한 조례를 두고 있습니다.


생활임금 조례에는 중요한 법리가 숨어있습니다. 근로계약은 행정법의 영역이 아니라 일반 민사법의 영역에서 규율됩니다. 고용주와 근로자 사이에서 임금 등의 근로조건을 자유롭게 합의하면 되는 것이므로, 얼핏 보면 "조례"라는 법규범으로 생활임금 지급을 강제하는 것이 어색해 보일 수 있습니다. 편의점 사장님과 근로자 사이의 근로계약에 대하여 도지사가 개입하는 것은 어색하기도 하고 위법한 것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생활임금 조례는 여러 단계를 예정하고 있습니다. 우선, 지방정부 예산으로 지급되는 지방정부 소속의 근로자(공무원이 아닌 사람)에게는 생활임금을 지급하는 것에 큰 어려움이 없습니다. 다음으로, 지방정부와 거래를 하는 민간기업에 계약대금 중 노무비(인건비)를 최저임금이 아닌 생활임금 수준으로 책정하여 예산을 집행하는 것도 조례의 내용에 포함됩니다. 조례에 따라 지방정부의 위탁사무를 수행하는 업체, 공사나 용역계약을 수행하는 업체에 대하여는 생활임금 수준으로 인건비를 책정하여 예산을 편성합니다.


제가 예산에 붉은 표시를 해두었지만, 실무적으로 그리고 현실적으로 접근하면 결국 이 문제가 됩니다. 지방의회 입장에서는 조례를 만드는 역할만 하기 때문에 생활임금 도입에 적극적일 수 있으나, 실제로 정책을 집행하고 예산을 지출해야 하는 지방정부 입장에서는 생활임금만큼 중요한 다른 정책도 있고, 생활임금보다 더 중요한 다른 정책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지방의회와 지방정부 사이에서 시각 차이가 발생하는 것입니다. 한정된 예산을 "생활임금"에 우선적으로 사용할 것인지, 아니면 다른 중요한 사업과 정책에 사용할 것인지에 대한 견해 대립이 실제로 있었습니다.


2023년 7월, 대법원에서 생활임금 조례에 문제가 없다는 최초의 판결을 내렸습니다.  


2022년 부산광역시의회는 생활임금 조례를 개정하여 부산광역시장에게 보냈습니다. 그런데 부산광역시장은 개정된 생활임금 조례가 부산광역시장의 예산권한을 침해하고, 부산시 소속 근로자에 대한 인사권을 침해하며, 근로기준법 등의 법률에도 위반된다고 하여 재의요구(거부권)를 하였습니다. 부산시장은 이러한 조례를 공포하고 시행하며 집행할 수 없다는 뜻이었습니다.


부산광역시의회는 부산광역시장이 거부한 생활임금 조례안에 대하여 재의결을 하여, 다시 부산광역시장에게 보냈습니다. 부산광역시장은 다시 돌아온 생활임금 조례안에 위와 같은 위법한 이유가 있다고 대법원에 조례안 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합니다. 대법원은 부산광역시장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원고 부산시장 패소 판결을 내립니다. 생활임금 조례가 위법할 정도로 부산광역시장의 권한을 침해하지는 않고, 다른 법률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봤습니다.


부산광역시 생활임금 조례를 포함한 전국의 생활임금 조례에서는 매년 생활임금 시간급 금액을 결정할 권한을 지방자치단체장(시장, 도지사, 구청장 등)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즉 생활임금 정책에 대한 최종적인 결정권은 지자체장이 갖고 있으니, 실질적인 권한 침해가 발생할 수 없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단이었습니다.  


사실, 최초의 생활임금 조례가 제정된 후 10년 간 견해 대립이 꽤 많이 있었습니다. 


대부분 적극적인 지방의회와 신중한 지방정부 사이의 견해 대립이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여러 법적 쟁점들이 있었는데, 2023년 7월 최초의 대법원 판결이 나오면서 대부분의 쟁점들이 정리되었습니다. 제 논문은 지난 10년 간 있었던 법적 쟁점을 나열하고, 각 쟁점에 대한 타당한 견해를 논증하였으며, 마지막 부분에서는 대법원 판결로 그러한 논증을 검증하는 취지로 작성되었습니다.


몇몇 지방정부와 행정안전부는 여러 법적인 이유와 근거를 제시하면서 생활임금 조례의 도입 자체에 대단히 소극적인 입장을 보였으나, 오로지 법리적인 측면에서 접근하면 오히려 생활임금 조례의 도입에 법적인 한계는 없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었습니다. 대법원 판결도 이와 같은 방향성 아래에서 설시를 하였습니다.


지방의회가 무조건 옳고, 지방정부는 무조건 그르다고 볼 사안은 아닙니다. 아무리 좋은 법규범을 만든다고 하더라도 그 법규범을 현실에서 집행할 여력이 없다면, 그 법규범은 죽은 법에 지나지 않습니다. 생활임금 조례는 생활임금 정책을 뒷받침하기 위한 근거에 불과합니다. 실제로 근로자의 삶이 더 인간다워지고 문화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생활임금 정책과 예산이지, 생활임금 조례가 아닙니다.


지난 10년 간 생활임금 조례에 관한 연구가 많지 않았고, 2023년 7월 대법원 판결에 대한 평석도 1건에 불과하여, 생활임금 조례에 관한 배경, 현황, 쟁점과 이에 대한 결론을 찬찬히 정리했다는 점에서 제 논문은 의미가 아주 약간이나마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앞서 말씀드렸지만, 생활임금 조례를 제정한 지방정부는 절반에 불과합니다. 전국적으로 더 많은 근로자(노동자)들이 최저임금이 아닌 생활임금으로 근로계약을 체결할 수 있기 위해서는 더 많은 생활임금 조례 제정필요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저의 논문이 조금이나마 실무적인 차원에서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혹시라도 생활임금 조례의 법적 쟁점과 대법원의 판단이 궁금하시다면(또는 불면증이 심하여 잠을 잘 수 없는 분이 계시다면), 아래 첨부된 저의 논문을 참고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제가 쓴 매거진과 브런치북을 소개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처음 투고한 논문, '등재지 게재'가 확정되었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