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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법은 조변 Sep 19. 2023

'1호 변호사'로 입사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마라.

입사 초기에 기반을 잘 다져두면, 꽤 괜찮은 회사생활이 기다리고 있다.

출처: https://tv.jtbc.co.kr/number1  (JTBC 예능, '1호가 될 순 없어' 소개 이미지)


JTBC 예능으로 코미디언 부부를 모시고 혼 커플 1호가 될 순 없어”라는 프로그램이 방영된 적이 있다. 코미디언 부부들이 있지만, 아직 이혼한 부부가 없다는 점에 착안한 프로그램이었다. 꽤 재미있게 챙겨 본 기억이 있다.      


변호사는 1호가 될 수 있다. 조직 내 1호 변호사가 되는 것은 그만한 가치가 있다. 나는 컨설팅펌 엘리오와 경북대학교병원에서 ‘1호 변호사’로 채용되었다. 나 역시 변호사를 처음 채용하는 조직에 들어가는 것이 두려웠다. 다녀보니 그곳도 사람이 사는 곳이고, 일을 하는 곳이며, 법률사무가 있는 곳이었다. 변호사를 채용하지 않았던 회사도 변호사를 점점 채용하고 있다. 이번에는 조직 내 ‘1호 변호사’가 될 때 유의해야 할 점을 살펴보겠다.



변호사가 없던 조직에서 변호사를 처음 채용하게 되는 계기는 여러 가지이다. 내가 엘리오에 지원했던 것처럼 변호사가 먼저 지원을 하는 경우가 있을 것이고, 경북대병원처럼 다른 국립대병원에서 변호사를 채용하기 시작하면서 비슷한 시점에 채용한 경우도 있을 것이다. 나의 좁은 경험에 비추어 보면 변호사를 많이 활용한 조직보다는 처음 채용하는 조직이 변호사에 대한 처우가 박하지 않았던 것 같다.

      

‘1호 변호사’에 대한 처우는 대체로 좋은 편이다. 급여가 다소 낮다면 업무환경이 좋을 것이고, 독립된 방이 없다면 복무관리가 유연할 것이다. 전반적인 처우는 양호할 것이다. 꼭 필요한 점이 있다면 연봉계약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요구할 필요가 있다. 그들에게는 ‘변호사’라는 전문가를 평가절하할 의도가 없기 때문에, 가급적 맞춰줄 용의도 있다.     


조직 생활을 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조직 내에서 어떤 인물을 자주 만나는가에 따라 비공식적인 지위가 형성된다. 변호사는 주로 최고경영층, 중간관리자 등의 보직자와 자주 만나고 의견을 나눈다. 실무자와의 협업도 적지 않지만, 실무자가 직접 변호사에게 연락하는 경우보다는 관리자를 통하여 연락을 하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다. 특히, 1호 변호사는 조직 내에서의 지위가 열악하지 않을 확률이 높다. 물론, 변호사를 말단 실무자로 채용하겠다고 선언한 조직에 가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변호사 의견이 가볍게 무시될 가능성이 있음).  


‘1호 변호사’는 입사 후에 신속히 ‘업무영역’과 ‘협업관계’를 명확하게 정립할 필요가 있다. 기본적으로는 채용계약에서의 근로조건을 준수해야 할 것이, 이외에는 대한변호사협회에서 발간한 ‘사내변호사 업무편람’을 참고하여 업무영역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 ‘1호 변호사’로 간다면 ‘사내변호사 업무편람’을 정독하여야 한다. 전임자가 없는 상황에서 '인수인계서'와 같은 역할을 할 것이다.     


일반적으로 사내변호사는 ‘자문’ 업무를 중심으로 하면서, 해당 조직에 관한 송무를 관리한다. 아주 예외적으로 직접 소송을 수행하기도 한다. 송무는 외부의 ‘고문변호사’에게 맡기는 경우가 많다. 그동안 조직 내에 변호사가 없었더라도, 보통 ‘고문변호사’는 위촉되어 있기 때문에, 송무를 직접 수행하는 업무는 ‘고문변호사’에게 맡기고, 사내변호사는 여러 소송 사건을 관리하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조직 내 ‘1호 변호사’와 기존의 ‘고문변호사’ 사이의 협업관계를 잘 정리하는 것 매우 중요하다. 이들은 대등한 관계에 있다고 보아야 한다. 어느 한쪽의 기수나 연차가 높다고 하여, 상하 관계로 접근할 필요가 없다. 또한 ‘1호 변호사’가 여러 소송 사건을 관리한다고 하여 ‘고문변호사’에게 갑질하는 것도 금물이다. 때로는 ‘1호 변호사’가 ‘고문변호사’에게 자문의견을 부탁하는 역할을 해야 하기도 한다. 상호 대등한 관계로 인식하고 행동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더 섬세하게 접근해야 할 부분이 있다. 조직 내 이사회ㆍ등기, 인사ㆍ노무, 세무ㆍ재무 등 법령에 따라 실무를 수행하는 부서와의 협에 관한 것이다. 관련 부서에는 재야의 ‘숨은 고수’들이 있다. 품격 있는 그들이 변호사 자격을 무시하지 않듯이, 1호 변호사도 그들의 경험과 지식을 가볍게 여길 필요가 없다. 따라서 관련 부서와 수평적이고 협조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따금 특정 사안에서 의견 충돌이 발생할 수도 있는데, 1호 변호사는 법률전문가로서 의견을 제시하면 된다. 최종 판단은 경영진의 몫이다.


한편, '1호 변호사'의 실적과 성과는 스스로 챙기고 잘 관리하여야 한다. 1호 변호사 정년이 보장된 정규직이 아니라면 더욱 그렇다. 재계약 및 연봉협상을 앞두고 상담실적, 자문의견 제공실적 등을 정리한 보고서를 만들어 두면 좋다. 나는 전화로 이루어지는 구두 상담도 모두 메모했다가, 시간 날 때마다 엑셀로 정리를 하였다.



1호 변호사는 입사 초기 보다 일이 많아지는 경우가 대부분일 텐데, 일이 얼마나 많아졌는지, 1인분의 양을 넘어섰는지 인사팀이 파악할 수 있도록 하자. 변호사 충원에 대한 의사결정은 최고경영자가 할 때가 많다. 인사팀에서 최고경영자에게 숫자와 근거로 보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변호사 충원이 있으면, 승진도 있을 것이다. 


1호 변호사로 입사하게 되면, 위와 같이 초기에 기반을 다지고 프로세스를 잡아가는 어려움이 있다. 기반을 다지는 두어 달이 지나고 나면, 해당 산업과 업계를 가장 잘 아는 변호사가 되어 있을 것이다. 그리고 해당 업계의 '숨은 고수'와 인맥이 가장 탄탄한 변호사가 되어 있을 것이다. '1호 변호사'를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1호가 될 순 없다? 아니다. 1호도 꽤 괜찮다.



1. ‘1호 변호사’에 대한 처우는 대체로 좋은 편이다.

2. ‘1호 변호사’는 입사 후에 신속히 ‘업무영역’과 ‘협업관계’를 명확하게 정립할 필요가 있다. 특히 고문변호사와의 관계, 법률사무 관련 부서와의 관계를 잘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3. '1호 변호사'의 실적과 성과는 스스로 챙기고 리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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