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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법은 조변 Sep 24. 2024

어느덧 아들이 스스로 하면, 아빠는 어떤 생각이 들까?

유아의 아빠에서 초등학생의 아빠로 변하고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나만 몰랐던 민법', '박사는 내 운명', '조변명곡', '조변살림&조변육아'를 쓰고 있는 조변입니다.


이번 글은 '조변육아',  초등학교 1학년 아들을 둔 아빠의 혼란스러움에 관한 글입니다.


1. 아들이 초등학생이 되면서 아빠의 할 일이 조금 줄어들었습니다.


아들이 갓난아기였을 때,

아들이 걷기 시작했을 때,

아들이 어린이집을 다니고 있을 때, 부모의 역할과 책임은 절대적입니다.


아들이 깨어있는 동안에는 한 순간도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나태해서는 안 됩니다.

매 순간 아들의 상태를 살피고, 불편한 점을 해결해 주어야 하는 존재로 살았습니다.


그런데, 아들이 초등학교 1학년이 되고 2학기가 되면서 조금씩 그렇게 포괄적이었던 아빠의 역할에 구멍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아들 혼자 스스로 할 수 있는 일들이 생겨납니다.


양치를 스스로 하고, 양치 세트 정리도 혼자서 정리를 합니다.

샤워 후에 스스로 로션을 바르고, 스스로 속옷을 입습니다.

스스로 받아쓰기 시험을 준비하고, 영어 단어 시험을 준비합니다.

조금씩 아빠가 챙겨주지 않고, 아들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자연스러운 것임에도 불구하고, 약간의 서운함도 느껴집니다.

어렸을 때에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아빠가 챙겨주고 신경 써줬는데, 이제는 그러지 않아도 된다고 합니다.

몸은 조금 편해졌지만, 그보다 조금 더 서운한 마음도 있습니다.


2. 아빠는 육아휴직 복직을 앞두고 아들에게 많은 루틴을 잡아주고 있습니다.

  

저의 커리어, 경제적인 문제 그리고 아들이 커가는 상황 등을 고려하여 저는 올해 하반기에는 복직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지금은 아침에 학교 등교와 하교, 학원 등원과 하원을 모두 제가 챙겨주고 있지만, 아들 스스로 혼자서 학교에 다녀오고 또 학원에 다녀올 시점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아파트에서 초등학교까지 도보로 15분 거리인데, 혼자서 충분히 갈 수 있는 길로 매일 반복하여 등교하고 있습니다. 횡단보고 없이 육교를 이용하여 도로를 건너고 그 육교가 끝나는 지점에 초등학교 후문이 이어지는 동선으로 매일 등교하고 있습니다. 이번 주부터는 아들이 앞에, 제가 뒤에서 걸어가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 전학 온 학교이지만, 등교하는 길은 어렵지 않아 금방 익숙해진 것 같습니다.  


진짜 문제는 초등학교 방과 후입니다. 다행히 아들이 다니는 초등학교 바로 옆에 도서관이 있는 복합커뮤니티센터(주민센터)가 있습니다. 저와 아들은 이곳에서 초등학교 하교 후부터 영어학원 셔틀버스를 타는 시간을 보냅니다. 아들에게 샤오미 밴드 9를 사주었습니다. 샤오미 밴드 9에 매일 울리는 알람을 설정했습니다. 스스로 화장실을 다녀올 14시 8분, 스스로 셔틀버스 탑승장소로 이동할 14시 14분, 셔틀버스 탑승장소에 도착해야 할 14시 19분을 모두 알람 설정을 하고 스스로 시간을 지키도록 루틴을 잡아주고 있습니다.


10월이 되면 아들 명의로 핸드폰을 개통하여 줄 예정입니다. 아직은 핸드폰에 크게 의존하지 않을 것 같고, 샤오미 밴드를 통하여 알림을 받을 것이기 때문에 연락을 주고받는 것에 큰 문제는 없을 것 같습니다. 최신 키즈폰으로 개통하지 않고, 이미 집에서 영어사전 대용으로 쓰고 있는 익숙한 스마트폰 단말기로 개통해 주기로 이미 아들과 협의를 마쳤습니다.


그 핸드폰 뒤편에는 체크카드를 하나 보관할 수 있는 카드지갑을 붙여놨습니다. 오후 1시부터 오후 6시까지 혼자서 간식을 사 먹을 수 있는 루틴을 잡아주기 위한 목적입니다. 16시 50분 영어학원 셔틀버스에서 내리면 바로 앞에 있는 파리바게뜨에서 빵과 우유를 사 먹는 훈련도 매일 하고 있습니다. 배가 고프면 빵과 우유, 배가 고프지 않으면 우유만 사 먹도록 루틴을 잡고 있습니다. 다 먹고 나면 쓰레기통에 버리는 훈련도 하고 있습니다. 아들은 매우 즐거워합니다. 스스로 무언가를 사 먹을 수 있는 기쁨을 느끼는가 봅니다.


17시 5분에 샤오미 밴드에서 알람이 울리면 간식시간을 정리하고, 바로 옆 건물 4층에 있는 피아노학원으로 이동하는 루틴도 잡아주고 있습니다. 피아노학원에 들어가기 전에 화장실에 다녀오는 것도 매일 연습하고 있습니다. 시간과 동선 자체가 익숙해지도록 충분히 반복하려고 합니다. 실수 없이 잘하는 것은 어렵겠지만, 연습할 때만큼은 꽤 의젓하게 스스로 잘하는 것 같습니다. 남은 시간에는 여러 돌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에 대하여 연습할 예정입니다.   


3. 아빠의 역할은 좁아지는 대신에 깊어지는 느낌입니다.


초등학교 1학년은 유치원생과 달리 스스로 할 수 있고 또 스스로 해야 하는 것들이 많습니다. 학교 숙제도, 학원 숙제도 아들 스스로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 수준이 완벽하지는 않습니다. 가끔은 어떤 목적으로 그 숙제를 해야 하는지 모를 때도 있고, 전혀 다른 방향으로 숙제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집에서 하는 공부도 그렇습니다. 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 문제를 읽고, 스스로 문제를 풀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 공부의 취지와 목적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기계적으로 문제를 푸는 경우가 더러 있습니다. 그렇다고 실시간으로 공부하고 문제를 푸는 상황에 개입하는 것도 적절하지 않습니다. 아빠에게 의존하지 않도록 일단은 아들 스스로 고독한 시간을 갖게 해주어야 합니다.


초등학교 1학년의 공부라고 하지만, 제대로 교육하려면 많은 배경지식이 필요하고, 그 배경지식을 쉽게 알려줄 수 있어야 합니다. 아들의 영어 숙제에 "Each person has one vote."라는 문장이 있었습니다. 영어학원에서 사회에 관한 글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커뮤니티가 무엇인지, 리더가 무엇인지, 룰이 무엇인지를 배우고, 리더를 어떻게 뽑는지에 관한 부분에서 위와 같은 문장이 있었습니다.


아들 입장에서는 너무나도 당연한 문장입니다. 시민은 각자 1표의 투표권을 가진다는 것은 현대에서는 당연한 명제입니다. 그러나 이를 위한 길고 긴 과거의 역사가 있습니다. 백인과 흑인, 남성과 여성, 주류와 비주류 등의 구분과 그 구분에 따른 차별의 역사가 있습니다. 이를 알아야 "Each person has one vote."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마틴 루터킹 2세와 "I have a dream." 연설에 대하여 찬찬히 알려주었습니다. 피부색으로, 국적으로, 성별로, 나이로 사람이 다른 사람을 차별했던 역사에 대해서 알려주었습니다(아들은 어두웠던 과거의 역사를 들을 때는 눈물을 뚝뚝 흘렸는데, 인권감수성이 상당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투표하는 날에는 반드시 투표를 해야 한다는 점도 알려주었습니다.


수학학원에서는 단답형 문제가 아닌 "서술형 문제"를 왜 풀어야 하는지 또 어떻게 풀어야 하는지에 대하여 찬찬히 설명해 준 적이 있습니다. 저 또한 선생님이 서술형 문제에서 궁금한 것은, 문제라는 계단을 차근차근 올라가서 답에 어떻게 도착했는지 그 "여행한 흔적"이라고 알려주었습니다. 선생님에게 이야기하는 것처럼 차근차근 서술형 문제을 풀면 된다고 했더니, 스스로 문제 풀이 여행 이야기를 제법 잘 써내려 가고 있습니다.


국어도, 영어도, 수학도 그 공부에 필요한 배경지식을 충분히 알려주는 것, 그 공부의 지향점(목표)이 무엇인지 분명하게 알려주는 것, 공부가 아니더라도 삶의 매 순간에서 아들이 맞이하는 것들의 의미를 제대로 알려주는 것 등이 아빠의 역할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아들의 불편함을 해결하는 존재에서 아들에게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는 존재로 바뀌어 가는 것을 느낍니다.


아들은 점점 더 완전한 인격체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아빠는 아쉽더라도 아들의 모든 순간에 개입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필요한 시점에만 적절히 아들을 도와주는 아빠가 되어야 하는 것 같습니다.

아들 스스로 자신의 삶에 주도권을 가질 수 있도록 묵묵히 지켜보는 것도 필요한 것 같습니다.




제가 쓴 매거진과 브런치북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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