받아쓰기를 1개 틀렸다고 그렇게 울었다.
화요일. 오후 1시 50분에 아들이 하교를 한다.
2시 10분에 영어학원 셔틀버스를 타야 하고, 그 사이에 학교 옆 도서관에서 잠시 쉰다.
어제까지는 내가 초등학교 후문에서 기다렸지만,
오늘부터는 아들이 직접 새롬동 도서관으로 걸어오기로 했다.
오후 1시 50분을 훌쩍 넘겼는데, 아들이 오지 않는다.
조금 더 기다리다가 마중을 나갔다.
걸어오는 아들의 모습이 심상치 않다.
나와 눈이 마주치는 순간 엉엉 울기 시작한다.
다친 곳이 있는지, 친구랑 안 좋은 일이 있었는지,
다른 힘든 일이 있었는지 물어봐도 한참을 울기만 한다.
눈물을 닦아주며, 식은땀을 닦아주며 아들이 말을 기다렸다.
"바, 바, 받아쓰기를 하나 틀렸어요."
초등학교 1학년 2학기부터 받아쓰기 교육을 하고, 매주 화요일에 시험을 친다.
집에서는 매주 주말과 월요일 저녁에 받아쓰기 연습 시험을 친다.
지난 주말에도, 어제 저녁에도 받아쓰기 연습 시험을 쳤다.
아들은 늘 그랬듯 한 문제도 틀리지 않았다.
그런데 오늘 처음으로 받아쓰기 시험 10번 문제를 틀렸다.
"차례대로 차근차근"을 "차려대로 차근차근"으로 썼단다.
화내지 않았다. 아니 화가 나지 않았다.
"괜찮아. 괜찮으니깐. 그만 울자. 괜찮다."
초1 아들은 충분히 열심히 살고 있다. 그리고 잘 하고 있다.
오전에는 학교에서, 오후에는 영어학원과 피아노학원(또는 수학학원)에서 시간을 보낸다.
저녁 6시가 넘어야 집에 다시 돌아온다. 주말에는 축구교실도 간다.
빽빽한 일정을 아프지 않고 잘 보내는 것만으로도 대견하다.
이제 곧 아빠가 복직하고 나면, 그 일정을 혼자서 감당해야 한다.
매주 있는 받아쓰기 시험, 매주 있는 영어단어 시험,
매달 있는 수학학원 시험, 매달 있는 영어학원 시험을 감당하고 있다.
결과가 만점이 아니라고, 아들을 다그칠 수 없다.
이미 아들은 충분히 열심히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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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글에도 썼지만, 아들에게 바라는 것은 1등도, 스펙도, 상장도 아니다.
"목표"를 위하여 진지하게 노력하는 태도를 바랄 뿐이다.
기대보다 낮은 결과를 겸허하게 받아들일 줄 아는 마음,
그다음 단계에서 조금 더 노력할 수 있는 태도가 중요하다.
초등학교 1학년의 받아쓰기 시험 점수가 뭐 그리 중요하겠는가.
스스로 조금 더 신경 쓰면 되는 것이고, 실수를 줄이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아들과 약속을 했다. 실수하지 않고, 조금 더 신경 쓰기로.
아내와 약속을 했다. 아들에게 꾸지람하지 않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