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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법은 조변 Dec 12. 2023

민법총칙 기본형에서 "쿠폰" 응용형을 살펴봅니다.

2-4. 나만 몰랐던 민법: 민법총칙 "권리 쿠폰" 응용형

안녕하세요. '좋은 노래' 글도 쓰지만 '민법' 글도 쓰는 조변입니다.



지난 글에서 우리는 민법총칙의 "사람" 응용형을 살펴봤습니다.


"사람"은 휴먼(자연인)과 인조인간(법인)으로 구분됩니다. 휴먼(자연인)에는 권리 쿠폰을 혼자서 완결적으로 쓸 수 있는 성인이 있고, 그렇지 않은 미성년자가 있습니다. 인조인간(법인) 운영 실무를 위해서는 민법 외에도 법무부에서 발간한 "비영리법인 관리감독 업무편람"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리고 반복해서 강조합니다만, 민법총칙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은 "사람이 권리를 행사한다."입니다.

쉬운 말로, "사람이 권리 쿠폰을 쓴다."입니다. 중요한 문장이니 꼭 기억해 두세요.



그리고 권리란 적법한 절차에 따라 권리의 내용을 강제로 실현하는 '쿠폰'과 같은 것이라고 이미 배웠습니다. 국가가 인정하는 가장 강력한 쿠폰이라고도 볼 수 있겠습니다. 그래서 '나만 몰랐던 민법'에서는 권리를 쿠폰으로 비유해서 설명하고 있고, 필요한 경우에는 '권리 쿠폰'으로 호칭하고도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민법총칙의 "권리 쿠폰"의 응용형을 살펴보겠습니다.


본격적으로 "쿠폰"의 응용형을 살펴보기 전에, 간단히 "쿠폰"의 기본형을 복습하겠습니다. 쿠폰 발생 행위(=법률행위)N 개의 일방적 통보(=의사표시)로 이루어집니다. 가장 일반적인 쿠폰 발생 행위(=법률행위)는 "계약"입니다. 2개의 일방적 통보(=의사표시)가 하나의 계약을 만들어 냅니다(아래 그림 참조). 이 계약이 성립되면 '소유권을 요구하는 쿠폰(권리)''200만원을 요구하는 쿠폰(권리)'이 생깁니다.





쿠폰의 '응용형'에는 "쿠폰의 종류""쿠폰의 옵션"이 있습니다. "쿠폰의 종류"에는 물권 쿠폰과 채권 쿠폰의 모습을 간단히 살펴봅니다. "쿠폰의 옵션"에서는 N% 확률의 예약기능(=조건), 100% 확률의 예약기능(=기한), 기간 계산 방법을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쿠폰의 종류"를 살펴봅니다. 


경제적 가치가 핵심인(=돈 느낌이 나는) 권리 쿠폰은 "물권"과 "채권"이 있습니다. 


이전 글에서 살펴봤습니다만, 물권의 핵심은 "명의"입니다. 물건을 누구의 명의로 소유할 것이냐가 핵심입니다. 채권의 핵심은 "신뢰"입니다. 사람은 100% 믿을 수 없기 때문에, 채권은 어떻게 신뢰할 것이냐가 핵심입니다. 그리고 신뢰가 깨졌을 때, 어떻게 조치할 것이냐도 중요합니다(아래 그림 참조).  




우선, "물권(물건의 소유에 관한 권리)"에 관하여 살펴봅니다.

                                 


보통 1,000페이지가 넘는 두꺼운 민법 교과서에서는 위 그림과 같이 물권을 분류하고 있습니다. 물권, 점유권, 본권, 소유권, 제한물권, 용익물권, 담보물권 등 아주 다양한 용어가 등장합니다. 


물권은 점유권과 본권으로 나뉘고, 본권은 소유권과 제한물권으로 나뉩니다. 또, 제한물권은 용익물권과 담보물권으로 나뉩니다. 용익물권은 지상권, 지역권, 전세권으로, 담보물권은 유치권, 질권, 저당권으로 나뉩니다. 아주 복잡합니다.  


로스쿨 1학년들을 멘붕에 빠지게 하는 분류입니다. 로스쿨에서는 실제로 위 분류에 나오는 각 용어에 대하여 자세히 공부합니다만, 실무적으로 또는 상식적으로 알아두어야 하는 용어는 일부에 불과합니다. 자, 제가 특별히 준비한 아래 그림을 보시죠. 


출처: 망고보드


6가지 맛을 한꺼번에 맛볼 수 있는 피자 1박스로 민법에 등장하는 모든 물권을 설명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말씀드리면, '하... 조변이 좋아요와 조회수 좀 올려보겠다고 또 막 던진다.'라고 생각하고 있지요? 그렇지요? 그렇지만, 정말로 민법에 등장하는 모든 물권은 위 피자 1박스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믿어주십시오!!!


민법이 설계한 가장 큰 물권, 가장 완벽한 물권은 소유권입니다. 다른 물권은 소유권을 능가할 수 없습니다(★). 다른 물권은 6개의 조각피자와 피클과 같은 지위에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다음 장(제3장 물권법)에서 배웁니다. 지금 이 순간! 이해할 것은 "소유권은 가장 완벽한! 물권입니다." 이 한마디입니다. 


지금 단계에서 '물권'이라는 용어가 어렵다면, '물권'을 '소유권'으로 바꿔 읽으셔도 크게 틀리지는 않습니다.  


한편, 물권은 메뉴판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메뉴판에 있는 물권 쿠폰만 유효합니다(어려운 말로 "물권법정주의"). 고객 맞춤형 물권이라는 것은 있을 수 없습니다. 이 느낌만 정리하시고, 자세한 것은 나중에 배웁니다.  



다음으로, "채권(사람에 대하여 요구하는 권리)"에 관하여 살펴봅니다.


물권과 달리, 채권은 사람이 쿠폰 발생 행위(법률행위, 주로 "계약")를 하여서 자유롭게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물권은 메뉴판에 있는 것만 활용할 수 있지만, 채권은 그렇지 않습니다. 메뉴판이 있기는 하지만 그것도 예시에 불과합니다. 


'물권'은 기성품이고, 이미 존재하는 물건에 이름표를 바꿔다는 것이 핵심이라면, '채권'은 계약 등을 통하여 '맞춤형 쿠폰'과 같이 자유롭게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이런 느낌을 그림으로 표현하면 아래와 같이 됩니다. 


출처: 망고보드


채권의 핵심은 '신뢰'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신뢰'를 지켜서 액션을 하느냐 마느냐가 중요한 것이죠. 그리고 사람이 직접 행동으로 하는 것이 "채권"입니다. 그래서 채권은 '액션 쿠폰' 정도로 이해해더라도 무방합니다. 


실무적으로 채권 쿠폰의 "액션"이 자주 문제가 됩니다. 액션을 100% 했느냐, 100%가 아니냐로 옥신각신합니다. 어려운 말로 채무이행(=액션 100%), 채무불이행(=액션 100% 아님)이라고 하는데, 자세한 내용은 다다음 장(제4장 채권법)에서 배웁니다.  


"액션 쿠폰(=채권)"도 물건처럼 사고팔 수 있습니다. 그것을 어려운 말로 "채권양도"라고 합니다(채권양도 정도는 들어본 분도 계실 겁니다). 이것도 '제4장 채권법'에서 배울 예정입니다. 느낌만 잘 정리해 두세요. 



다음으로 "쿠폰의 옵션"을 살펴봅니다. 




저는 업무상 메일을 보낼 때에는 반드시 5분 또는 10분 예약 발송 기능을 사용합니다. 메일을 보내기 전에는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던 오타들이 메일 발송 버튼을 클릭한 후에는 샤라락 눈에 보이기 때문입니다. 


아직까지 기억에 남는 오타로는 메일 제목으로 "법제처 로스쿨 실무수습 일정 공유"로 보내야 하는데, "법제처 로스쿨 실수수습 일정 공유"로 보냈던 사례입니다. 딱 한 글자 오타인데, 느낌이 많이 다릅니다. 그 이후로 예약 발송 기능을 적극 활용하고 있습니다.   


쿠폰을 사용할 때에도, 쿠폰을 넘겨줄 때에도 예약 기능을 옵션으로 쓸 수 있습니다. 예컨대, '내가 쿠폰을 쓰긴 쓸 건대, 대한민국이 월드컵 우승하고 나면 그때 쓰는 것으로 하겠다'는 일방적 통보(의사표시), '내 제네시스 G80 자동차를 당신이 60세가 될 때 주겠다.'는 일방적 통보(의사표시)도 가능합니다. 



지금 이 순간에는 나의 확고한 의지를 보여주되, 나중에 그 의지의 결과가 발생하도록 예약 기능을 걸어둘 수가 있는 것이죠. 문제는 가능성 또는 확률입니다. 앞으로 대한민국이 월드컵 우승할 확률이 얼마나 된다고 보십니까? 그리고 나이가 60세가 되는 것은 건강을 유지한다면 그 확률은 100%가 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먼저, 확률 N% 옵션인 '조건'에 관하여 살펴봅니다.


민법에서 발생확률이 N%인 옵션을 "조건"이라 부르고, 발생확률이 100%인 옵션을 "기한"이라 부릅니다. N% 확률 옵션이 실제로 발생하는 것을 "조건 성취"라고 합니다. 그리고 조건은 성취 시점 전후로 효과를 두 가지로 줄 수 있습니다.


조건 성취 전에는 아무런 효과가 없다가 성취 후에 어떤 효과가 나타나게 하는 옵션을 "정지조건(X→O)"이라 하고, 반대로 조건 성취 전에 어떤 효과가 지속하다가 성취 후에 그 효과를 없애는 옵션을 "해제조건(O→X)"이라고 합니다. 


민법 제147조에서 "조건(N% 옵션)"에 대한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제1항은 정지조건에 관한 규정, 제2항은 해제조건에 관한 규정입니다. 민법 번역본을 찬찬히 읽어보시면 이해가 어렵지 않으실 겁니다. 

  


자, 우리도 이제는 대법원 판례를 한 번 보겠습니다. 괜찮습니다. 어렵지 않습니다. 번역도 붙여놨습니다. 안심하세요. 대법원 2018다201702 판결의 요지에서 조건과 기한에 대한 설명이 나와있습니다


출처: 망고보드


결국, 조건은 미래의 "불확실한(= N%)" 사항의 달성 여부에 따르게 하는 권리 쿠폰 옵션이고, 향후 달성 시점을 분명하게 찍을 수 없더라도 어쨌든 반드시 달성되는 것이면 "확실한(=100%)" 것으로 보아 기한으로 처리하겠다는 것이 사법부의 판단이자 입장입니다. 


근데 왜? 위와 같은 판결이 있었을까요? 불확실한 옵션이면 조건이고, 확실한 옵션이면 기한인데 그것을 무려 대법원에서 판단하다니... 실무적으로 보면, '계약서'나 '공문' 등에 적혀 있는 '옵션 문구'가 분명하지 않을 때가 더러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조건 같고, 달리 보면 기한 같기도 할 때가 있습니다. 매우 어려운 문제입니다.


그래서 불분명한 옵션 문구가 '조건'인지, '기한'인지 뜻을 밝혀야 하는 것이 판사의 일이 된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계약서를 쓰거나 다른 쿠폰 발생 행위(=법률행위)를 하면서 옵션 문구를 붙일 때에는 반드시 변호사 등 법률전문가의 검토를 거칠 필요가 있습니다. 조건을 조건대로, 기한을 기한대로 말이죠.   



간단하게, 확률 100% 옵션인 '기한'에 관하여 살펴봅니다.


100% 옵션인 기한에 관한 규정도 민법 제152조에 있습니다. '시기'란 starting point이고, '종기'란 ending point입니다. '도래'란 '그때가 되었음'을 의미합니다. 그렇게 어렵지는 않습니다. 




조건이나 기한 등의 옵션은 일방적 통보(=의사표시)에 붙이기도 하지만, 보더 더 정확하게 접근하면 계약 등의 쿠폰 발생 행위(=법률행위)에 붙이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사실 큰 차이는 없습니다만, 쿠폰 옵션은 법률행위에 붙이는 것이 더 정확하다고 보시면 좋을 것 같네요. 




이제 마지막으로 '기간'에 대한 법리를 살펴봅니다.


'기간'은 시간의 흐름입니다. 1시간, 3일, 1주일, 3달, 1년, 30년 등 시간의 흐름을 판단하는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아래 기간 관련 규정부터 보시죠. 




민법 제156조에 따라 N시간, N분, N초의 기간을 계산하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시작점을 늦출 필요가 없습니다. "땅!" 하면 바로 그때부터 계산하면 됩니다. 


좀 헷갈리는 규정은 민법 제157조입니다. 시작점을 보통 하루를 늦춥니다. 10일 후, 10개월 후, 10년 후를 계산할 때 보통 첫째 날은 빼고, 둘째 날이 1일이 됩니다. 그런데 첫째 날이 1일이 되는 예외적인 상황이 있습니다. 바로 0시 0분 0초 정각에 쿠폰을 쓰는 상황입니다. 이때는 첫째 날이 FULL로 24시간으로 계산할 수 있기 때문에 첫째 날이 1일이 됩니다(아래 그림 참고).


출처: 망고보드


법적인 조치를 0시 0분 0초에 하는 경우에만 첫째 날이 1일이 됩니다. 법적인 조치를 0시 0분 0초를 지나서 하게 되면 그날은 뺍니다. 어려운 말로 "초일불산입(첫째 날은 계산에서 뺀다)"이라고 합니다. 위 그림에서도 오후 9시에 쿠폰을 쓴 경우에는 첫째 날이 3시간이기 때문에, 첫째 날은 0일이고, 둘째 날이 1일이 됩니다. 꽤 중요한 개념입니다.  



돌발퀴즈! 썸 타고 있는 토끼 친구들이 "오늘부터 1일"을 하려면 언제 오렌지주스를 마셔야 할까요? 그렇습니다. 0시 0분 0초에 원샷해야 합니다. 조금이라도 늦어 버리면, 오늘부터 0일, 내일부터 1일이 됩니다. 이해가 어렵지 않지요?


나머지 기간 계산 방법은 심화편(우리 모두의 민법)에서 살펴보겠습니다. 이번 글은 여기서 끝입니다. 앗싸!!  




오늘 살펴본 "권리 쿠폰의 응용형"은 아래 그림과 같이 정리할 수 있습니다. 두 이미지를 좌우(↔)로 샤샤샥 하시면서 쉬운 말과 어려운 말을 잘 정리하시기 바랍니다.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 짝짝짝!   








제가 쓴 브런치북을 소개합니다. 

https://brunch.co.kr/brunchbook/lawschool


좋은 노래 모음글 [조변명곡]도 소개합니다.

https://brunch.co.kr/@lawschool/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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