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좋은 일들만 생길 수는 없습니다 4

Episode 5 - 공익근무

by 안갑철 변호사

① 민원인


저는 공익근무로서 병역을 수행했습니다. 당시 세무서에서 근무했는데, 정말 수많은 사람을 만났습니다.

세무서에 오는 사람들은 대부분 예민했습니다. 돈 때문에 방문하기 때문에 더욱 그렇겠지요. 세무대리인 선임이 가능한 사람들이라면, 애초에 세무서에 방문할 이유가 없으므로, 세무서에 방문하는 민원인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사업적으로도 어려운 사람들이었으리라 생각합니다.


정말 여러 유형의 민원인을 만났지만, 아직도 기억나는 한 사람이 있습니다. 공익근무요원이 세무서 1층에서 기본 안내를 하던 시절이었습니다. 아마도 이중주차 때문에 차를 빼달라는 방송을 부탁한 사람 같은데, 상부에 전달했는데도 방송이 나가지 않는 상황이었습니다. 하도 저한테 짜증을 내니까, 저도 짜증을 냈더니 저의 이름은 뭐냐며 엄청 화를 내더라고요. 일이 커지니까 나중에 관리자가 사과하라고 했고 저는 눈물을 보였습니다. 제가 눈물을 보이니까 그놈도 놀라는 눈치였습니다.


큰 소리를 내지 못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사법시험을 봐야만 했으니까요. 그 어떤 문제도 만들고 싶지 않았습니다. 정말 치욕스러웠습니다. 저는 민원인이 원하는 대로 당시 업무지원팀에 요청한 상황이었고, 민원인도 ‘기다리면’ 되는 상황이었습니다.


이제는 오래된 일이지만, 여러 ‘진상’ 민원인 중 한 사람일 뿐이었습니다.

지금은 공익근무요원이 어느 청사에서 안내를 보는 건 사라졌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② 관리자들


제가 공익근무할 때의 목표는, 공익근무요원으로 있을 때 사법시험 1차 합격이었습니다. 합격 수기를 통해 공익근무할 때 사법시험 1차 시험을 합격하고, 결국 최종 합격까지 한 사람을 봤는데, 저도 그렇게 되고 싶었습니다. 한 선배님은, 공익근무할 때 사시 1차만 합격하는 것도 큰일이며, 정말 어려운 일이라고도 말씀해 주셨습니다.


패기 넘치는 나이, 민원인들 눈을 피해 토익 공부를 하다가 원하는 점수가 나오자 가벼운 토익 교재 대신, 법서를 들고 출근했습니다.


그래도 저의 원칙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민원인이 없을 때만’ 책을 보자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보수적인 집단은 어쩔 수 없었던 것 같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대다수 직원이 책 보는 저를 탐탁지 않게 여겼던 것 같습니다.


문제는, 해당 세무서장까지 저의 책 보는 문제를 지적했던 것입니다. 과장님을 통해, 계장님까지 이야기가 전해졌고 결국, 저는 책을 보지 말라는 이야기까지 들었습니다. 분통함에 눈물 흘린 게 기억이 납니다. 너무 분통했습니다. 저는 지금도 맹세할 수 있습니다. 책을 가지고 온 것은 사실이지만, 정말로 민원인이 없을 때에만 책을 봤습니다. 민원인이 공식적으로, ‘저 공익은 민원인 응대 않고, 책만 보고 있다’라는 항의조차 없었습니다. 정말 눈치보면서 책을 봤는데, 그걸 보지 말라고 하니 억울했습니다. 그만큼 절실했다는 이야기입니다.

결국, 저는 그 갈등 끝에 부서를 옮기게 됐습니다. 다행히, 민원인 없을 때 책볼 수 있는 환경이었으나, 그땐 사람이 문제였습니다.


그나저나, 달리 생각해보면, 공익이 공부하고 있는 모습이 꼴사나워 보일 수도 있다는 생각은 듭니다. 당시 저에 대한 민원인의 인식이 좋지 않으면, 결국 그것은 그 조직에 대한 문제로 비춰질 수도 있으니까요.


‘쟤는 참 편하게 일하네, 빽이 있나?’라는 인식, 그 여지를 아예 주고 싶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저는 지금 외치고 싶습니다.


“아니, 그러면 민원인이 없을 땐 멍 때리고 있는 게 낫습니까?”


“지금 시대라면, 민원인이 없으면 핸드폰 게임 하느라 정신없을 텐데요? 그래도 책이 낫지 않아요?”

③ 관리자 1


공익근무요원을 관리하는 분이 여러 번 바뀌었는데, 그중 한 명은 제게 잊지 못할 기억을 선사했습니다.

너무 오래되어 기억이 잘 나지 않는 게 문제인데,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이었습니다. 어느 정도였냐면 외할머니가 돌아가셨는데, 저는 조문할 수 없었습니다. 그 이유가 정말 그 사람 때문이었습니다.


말 다 했죠?


그 사람 하면 떠오르는 것이, 제가 독서실에도 그 스트레스를 가지고 와서 공부를 했다는 것입니다. 저는 ‘증오’라는 것을 그때 처음 해봤습니다. 나는 잘못이 없었으니까요.


④ 관리자 2


민원실에 있을 때 최악의 관리자 두 사람을 만났습니다.


요즘 분위기는 휴가 쓰는 것에 거의 눈치를 보지 않는 것 같습니다. 공익근무할 때에도 휴가가 주어졌었는데요, 그는 휴가 사용 기한을 여름과 겨울에 나눠서 쓸 것을 권고했습니다. 아무래도 제가 휴가를 쓰면, 제가 해야 할 일을 직원이 해야 하니 그랬던 것 같은데, 그런 구조라면 애초에 공익근무요원에게 직원의 일을 주지 말아야 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한 사람은 권한은 있는데 조금 모자라 보이는 사람이었습니다. 나이도 꽤 있었는데, 자기 결정권이 부족했습니다. 답을 정해놓고, 이견을 보이면 화를 내는 사람이었습니다.


위 두 사람의 경우, 지금도 친분 있는 직원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면 가장 대단했던 관리자라고들 합니다. 몇십 년 이상 경력의 직원도 혀를 내두를 정도의 사람을, 한 팀에서 두 명이나 경험해 봤으니, 이 또한 복이라면 복입니다.


두 사람 다 세무사 개업했다는데, 안부 전화라도 걸어보고 싶네요. 어떻게 지내는지.


⑤ 수준 떨어지는 동료


저는 바른길만 걷다 보니 탈선하는 동료들과 잘 어울리지 못했습니다. 그렇다 보니, 관리자의 부조리 외에도 동료들로부터도 부조리를 겪었네요.


이미, 지난 일이기 때문에 다시 이야기를 꺼내는 것조차 민망할 수준이긴 하지만, 그때로 돌아가면 힘든 일이잖아요?


업무 배정 때문에 제가 목소리를 낸 적이 있었는데, 저랑 동갑이면서 선임인 한 녀석이 ‘충고’랍시고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말 같지도 않아서, 그때 그가 무슨 말을 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제가 눈을 뜨고 그냥 당할 사람은 아니지 않습니까? 적절한 시기에 훌륭한 관리자분이 오셨습니다. 저는 그분께 그동안 있었던 모든 일을 정리해서 말씀드렸습니다. 그분께서는 공정하게 역할 분담하여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주셨습니다. 관리자가 누구인가는 정말 중요한 일입니다.


하여튼, 수준 떨어지는 동료는 제가 신림동에서 공부할 때 네이트온으로 아는 체하길래 바로 차단했습니다. ^^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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