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sode 6 – 사랑에 실패
그렇습니다. 저는 늘 사랑에 실패했‘었’습니다.
① 고백 못 하는 남자
저는 초등학교 때에도 좋아하는 친구가 있어도 쉽게 고백하지 못했습니다. 제 기억에 늘 좋아하던 아이가 있었습니다. 2학년 때에도, 3학년 때에도, 4학년 때에도 있었습니다. 5학년 때만 없었던 것 같고 6학년 때에도 당연히 있었습니다. 그런데, 거절당했을 때의 상황을 상상하고, 늘 쉽지 않을 것이라고만 생각했습니다. “갑철이가 ○○한테 고백했대.”, “갑철이가 ○○한테 차였대”라는 말을 용납할 수 없었습니다.
6학년 때에는, 제가 좋아하던 친구가 춤을 잘 추는 아이랑 사귀었던 게 기억에 남습니다. 그걸 지켜보는 만 열두 살의 나. 수학여행 때 그 친구들이 손잡고, 같이 이야기하는 게 그렇게 부러웠습니다.
② 첫 고백 아닌 고백
중학교 1학년 때 처음으로 마음에 드는 친구가 생겼습니다. 제 기억이 맞는다면 수련회 때 처음 봤을 것입니다. 덧니가 인상적인 귀여운 친구였습니다. 그때에도 저는 고백하지 못했습니다.
시간이 흘러 겨울 즈음 됐습니다. 그때는, ‘데이’도 참 많을 때입니다. 발렌타인데이, 화이트데이, 로즈데이, 빼빼로데이, 오렌지데이 등등.
빼빼로데이 같은 때에 친구한테 전달을 부탁했습니다. 정식으로 사귀자는 말도 못 했습니다. 좋아한다고도 말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그저 친구 통해서 전해준 것이 다입니다. 그래도, 그 일 자체가 굉장히 화제 됐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착한 아이들이라, 저의 행보에 놀라기는 했으나 그 일을 두고 저를 놀리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쉬는 시간에 만나러 가지도 못했고, 방과 후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매우 수줍어했던 것 같습니다. 오히려 그 친구가 적극적으로 제게 여러 제안을 했습니다. 쪽지를 먼저 준 것도 그 친구고, 함께 스티커 사진을 찍으러 가자고 한 것도 그 친구였습니다. 스티커 사진을 찍을 때 사장님이 어퍼컷을 날리며 응원해 주시던 때도 생각나네요. 그러나, 그게 저의 한계였습니다. 흔한 표현으로, 제가 남자답게 리드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 친구는 오래 가지 않아 ‘좋은 친구’로 지내자고 했거든요. 기말고사 성적은 처참했고, 부모님께 삐삐를 사달라고 했다가 대차게 혼났으며, 결과적으로는 흔한 말로 차이게 되었습니다.
그해 겨울 친구 집에서 밤새워 놀던 때가 생각납니다. 당시 김현철 6집이 발매됐을 때인데, 〈서울도 비가 오면 괜찮은 도시〉, 〈이게 바로 나에요〉라는 곡을 듣고 따라 불렀습니다. 가사 중에, ‘내가 어쩌다 이리 됐나, 그깟 여자 하나 때문에’라는 부분과 ‘이런 내가 그렇게 창피했었던가요? 창피했었던가요’라는 부분이 와닿았거든요. 중학교 1학년 때에…….
고백 아닌 저의 첫 고백은 그렇게 추억이 되었습니다.
③ 사랑은 사랑으로 잊는다지만
아픔도 잠시, 곧바로 중학교 2학년이 올라갈 즈음 새로운 친구를 사귀었습니다. 밤새워 놀던 친구의 소개로 노래방에서 놀았습니다.
노래방에서 그 어떤 대화도 안 하고 노래만 부르고 헤어졌습니다! 헤어지고 나서 집에 와서 친구와 궁리했습니다. 전화 연결이 됐고, 사귀자는 말은 못 하고
“우리 좋은 관계로 지내보자.”라고 말하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그 친구도 싫지는 않았는지 “그래.”라고 대답했습니다.
사귀는 사이는 아닌데, 사탕 같은 것을 주기도 했던 것 같고 편지도 주고받았던 것 같습니다. 뭐, 이 정도는 사귀는 것 아닌가 할 수도 있는데, 제 기준에 사귀는 건 아니었습니다.
사실, 완전히 제 스타일은 아니어서 이도 저도 아닌 관계로 흐지부지됐습니다.
④ 착각
중학교 3학년 때에는 3:3으로 미팅을 했습니다. ‘유생촌’이라는 돈까스 가게에서 식사하고, 노래방에 갔습니다. 저는 마음에 들어하는 친구에게 말했습니다.
“나 어때?”
“괜찮은 놈인 것 같아.”
“그럼, 나랑 사귈래?”
.
.
.
“아니.”
노래방에서 고백했다가 바로 차였습니다. 그리고 그 친구는 소위 일진이라고 불리는 친구랑 사귀었습니다. 자괴감에 공부나 해야겠다고도 생각했습니다.
“괜찮은 거니, 나를 이렇게 버려두고서~ (중략) 니가 맘에 들어 그런게 아냐~ 저번 그애에게 못해준 게 맘에 걸려, 너에게만은 잘해주려고 한거야 (후략)”
장호일의 <착각>이라는 노래를 즐겨들었습니다.
저는 당시 그 친구와 사귄 적도 없었는데…….
⑤ 소주 한 잔
중학교를 졸업할 즈음 저는 인근 학교 졸업앨범을 봤습니다. 거기서 한 친구를 알게 됐고, 친구를 통해 겨우 연락을 주고받았습니다. 고등학교 입학 이후로는 저의 설렘을 담당하던 아이였습니다.
3월 14일, 하교 이후 그 친구 집 앞에 가서 사탕을 전달해 주던 때도 있었네요. 그런데, 제가 너무 어른이 되고 싶었나 봅니다. 어른을 흉내 내고 싶었는지도 모릅니다.
저는 집에서 소주 한 병을 다 마시고 그 친구에게 전화했습니다.
“나 지금 술 마셨어.”
“얼마나?”
“소주 한 병.”
“미친놈, 전화하지 마라.”
그 아이는 몹시도 제게 실망했고, 저는 다시는 그 친구에게 연락할 수 없었습니다. 들리는 말에 의하면, 그 친구 역시 저에게 마음이 커 가는 중이었다고 합니다.
⑥ 여고 축제의 추억
고등학교 1학년 때 가을, 저는 친구의 소개로 한 친구를 알게 됐습니다. 처음 만난 건 카페였는지 축제였는지 모르겠는데, 그 친구 덕분에 여고 축제도 가보았습니다.
저는 마음이 커졌고, 서로 잘 되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독서실에서 설레는 문자도 주고받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 친구는 자기가 좋아하던 오빠가 자기에게 고백을 해왔다며, 미안하다는 문자를 보내왔습니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고, 목표를 향해 함께 나아가는 여자친구를 사귀고 싶던 저의 꿈은 산산조각이 났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그 친구 이름이 들어간 시를 짓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저의 프로필 게시판에 올리기도 했습니다. 그걸 본 그 친구는 ‘^^’을 남겼습니다.
몇 년 후 그 친구를 우연히 본 적이 있는데, 스무 살 때 주차 아르바이트를 할 때 BMW를 끌고 온 손님이 그 친구였습니다. 안녕.
다음 화에 또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