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쉽게 이기지 못하는 싸움, 그래서 더 조심스러운 이야기
안녕하세요. 저는 약사 출신 의료소송 전문변호사, 이일형이라고 합니다.
저는 약학, 의학 지식을 바탕으로 의료소송 전문변호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살면서 누구나 한번쯤은 병원에 방문하게 되고,
아주 가끔은 병원의 늦은 대처로 인해 상황이 악화되는 일을 겪기도 합니다.
이런 경우 소송을 해야 하는지, 아니면 의료진의 대처가 적절했던 것인지
궁금해 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지나치게 높은 전문지식의 장벽에서
이런 의문을 속시원하게 해결해주는 사람이 없는 것이 현실인데요.
저는 브런치에 누구나 한번쯤 겪을 수 있는 의료사고와 관련된 이야기를 써보려고 합니다.
의료진이라면 예측하지 못한 시점에 겪을 수 있는 환자의 갈등에 대처하는 기초적인 지식을
가져가시면 좋겠고, 환자라면 내가 처한 상황이 어떤지 판단할 수 있는 지식을 제공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설명 편의를 위해 아래에서는 반말투로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의료소송은 누구에게나 낯설고, 어렵고, 무엇보다 고통스러운 절차다.
누군가에겐 생명을 잃을 뻔했던 절박한 경험이고, 또 다른 누군가에겐 선의로 행한 의료행위가 공격받는 순간이 된다.
나는 지금까지 수많은 의료사고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들어왔고, 또 한편으로는 의료진들의 답답함과 억울함을 마주하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한 가지 분명히 느끼는 건, 의료소송은 의사에게도, 환자에게도 쉽지 않은 싸움이라는 거다.
의료소송은 누구를 위한 것일까
환자에게 의료사고는 단순한 의료적 문제가 아니다. 몸이 망가지는 것뿐 아니라, 신뢰가 무너지고 일상이 흔들리는 일이다.
"왜 이런 일이 생겼는지", "누가 책임져야 하는지", "내 삶은 어떻게 되는지"
환자들은 그 물음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법의 문을 두드린다.
하지만 법정에 들어선 순간부터, ‘내가 옳다’를 입증하는 싸움이 시작된다.
의료진은 치료의 정당함을, 환자는 피해의 명확함을 증명해야 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말할 수 없는 감정의 골이 점점 깊어지기도 한다.
그래서, 나는 기록하고자 한다.
의료소송은 단순히 법조문 몇 줄로 설명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치료 현장의 긴장, 환자의 절박함, 의료인의 판단, 그리고 그 모든 걸 뒤늦게 해석하는 법원의 시선까지.
사회적으로도 의료소송 그 자체와 관련하여 여러가지 시각이 있다.
필수의료에 장애가 되는 요소로 보는 시각이 있는 반면, 의료진에게도 무제한적인 면책이 허용될 수는 없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나는 이 연재를 통해 의료소송이 어떤 절차로 진행되는지, 어떤 요소들이 중요한지, 그리고 무엇보다 의료소송을 준비하는 이들 또는 방어하는 의료진들이 놓치지 말아야 할 것들이 무엇인지 정확하고, 현실감 있게 전하려고 한다.
이 글은 누구를 위한 걸까
의료사고를 겪고 소송을 고민하고 있는 환자들, 진심으로 치료했지만 소송에 휘말려 괴로워하는 의료진들, 그리고 의료와 법의 경계에서 조심스럽게 판단을 내리는 전문가들.
이 연재는 누군가의 편에 서기 위한 글이 아니라, 조금 더 정직하고 균형 잡힌 시선으로 의료소송을 바라보려는 시도임을 분명히 하고자 한다.
나는 이 글을 읽는 당신이 어떤 입장에 서 있든,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글을 쓴다.
의료소송은 생각보다 가까이에 있고, 생각보다 많은 이들이 조용히 아파하고 있다.
다음 편부터는 본격적으로 의료소송의 핵심 구조와 쟁점들을 차근차근 풀어보겠다.
조금 무겁지만 꼭 필요한 이야기, 함께 시작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