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와 의료진이 알아야 할 핵심적인 요소
안녕하세요. 저는 약사 출신 의료소송 전문변호사, 이일형이라고 합니다.
저는 약학, 의학 지식을 바탕으로 의료소송 전문변호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살면서 누구나 한번쯤은 병원에 방문하게 되고,
아주 가끔은 병원의 늦은 대처로 인해 상황이 악화되는 일을 겪기도 합니다.
이런 경우 소송을 해야 하는지, 아니면 의료진의 대처가 적절했던 것인지
궁금해 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지나치게 높은 전문지식의 장벽에서
이런 의문을 속시원하게 해결해주는 사람이 없는 것이 현실인데요.
저는 브런치에 누구나 한번쯤 겪을 수 있는 의료사고와 관련된 이야기를 써보려고 합니다.
의료진이라면 예측하지 못한 시점에 겪을 수 있는 환자의 갈등에 대처하는 기초적인 지식을
가져가시면 좋겠고, 환자라면 내가 처한 상황이 어떤지 판단할 수 있는 지식을 제공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설명 편의를 위해 아래에서는 반말투로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의료사고를 겪는 일은 단순히 건강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환자나 보호자 입장에선 충격과 혼란, 그리고 “이게 과연 병원 잘못인가?”라는 수많은 의문이 따라온다.
그래서 오늘부터 ‘의료소송 가이드북’이라는 이름으로, 의료과실 소송을 처음 접하는 분들이 꼭 알아두면 좋을 내용을 시리즈로 풀어보려 한다.
첫 번째 주제는 의료소송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손해배상 청구 요건이다.
의료소송, 언제 가능한 걸까?
의료소송은 단순히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제기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의료진의 과실이 있었고,
그 과실로 인해 환자에게 손해가 발생했으며,
그 손해를 객관적인 자료로 입증할 수 있어야
비로소 법적인 책임을 물을 수 있다.
이걸 조금 더 구체적으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의사의 과실
과실과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
손해액의 구체적 입증
이 세 가지 요건 중 하나라도 부족하면 소송에서 이기기 어렵기 때문에, 각각을 정확히 이해해두는 게 필요하다.
1. 의사 과실 – 나쁜 결과가 곧 과실은 아니다
가장 자주 받는 질문이 이거다.
“치료 결과가 안 좋으면 과실이 있는 거 아닌가요?”
"사람이 죽었는데도 의사 잘못이 없다고요?"
하지만 의료행위의 결과가 나쁘다고 해서, 자동으로 과실이 인정되지는 않는다.
법원은 과실 여부를 판단할 때, ‘당시 의료수준에서 통상의 의사가 취했어야 할 조치’를 기준으로 삼는다.
예를 들어, 수술 중 건드려선 안 되는 신경을 잘라버린 경우처럼 명백한 실수는 과실로 인정되기 쉽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건은 판단의 여지가 있는 상황이 많다.
특히 최근에는 ‘설명의무 위반’이 쟁점이 되는 경우가 많다.
환자에게 충분히 설명하지 않고 수술이나 시술을 진행한 경우, 그 자체로 과실이 인정되기도 한다.
2. 인과관계 – 과실과 손해가 이어져야 한다
과실이 인정된다고 해도, 그 과실 때문에 손해가 발생했다는 사실까지 증명해야 한다.
이게 바로 인과관계 입증이다.
인체는 복잡하고 질병은 다양한 원인으로 악화되기 때문에, 인과관계를 입증하는 건 쉽지 않다.
그래서 법원은 ‘상당한 개연성’이라는 기준을 적용한다.
쉽게 말하면, “과실이 없었으면 이런 결과는 발생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는 식의 판단이다.
내가 예전에 맡았던 한 사건에서는, 환자가 수술 후 감염으로 고생한 일이 있었다.
소독 과정의 문제를 의료기록과 전문가 소견으로 입증해서, 병원의 책임을 인정받을 수 있었다.
이처럼 인과관계는 의무기록, 진료일지, 감정의견서 등을 통해 구조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3. 손해액 입증 – 실제로 얼마나 손해를 봤는지를 보여줘야 한다
의료소송의 마지막 요건은 얼마만큼의 손해가 발생했는지를 입증하는 것이다.
이 부분은 많은 분들이 간과하기 쉽지만, 매우 중요하다.
손해는 보통 세 가지로 나뉜다.
적극적 손해: 치료비, 간병비, 향후 치료비 등
소극적 손해: 휴업손해
정신적 손해: 위자료
이 모든 항목은 영수증, 소득자료, 진료기록 등 객관적인 자료로 입증해야 한다.
특히 휴업손해와 관련해서는, 신체감정을 통한 입증이 필수적이다.
법원은 이 자료들을 바탕으로 손해액을 산정하게 된다.
마무리하며
오늘은 의료소송에서 손해배상 청구를 위해 반드시 갖추어야 할 세 가지 요건에 대해 알아봤다.
의사의 과실, 인과관계, 손해액 입증.
이 세 가지는 의료과실 소송의 출발점이자 핵심이다.
의료소송은 복잡하고 전문적인 영역이기 때문에,
의료사고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너무 늦기 전에 의료소송에 경험이 많은 전문가와 상담하는 것이 좋다.
다음 글에서는 이 세 가지 요건 중 하나를 더 깊이 있게 다뤄보려고 한다.
앞으로도 의료소송 가이드북 시리즈를 통해 차근차근 정리해볼 테니, 관심 있는 분들은 함께 따라와 주시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