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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범석 변호사 Dec 09. 2022

이런 경우도 처벌이 되나요?

내가 절도죄 전과자가 될 수 있다고요?

서변호사, 내가 하나 문의를 해도 될까?


과거 경찰서에서 같이 근무한 뒤로 종종 연락을 주고 받던 수사관에게서 오랜만에 연락이 왔습니다. 


사건 접수를 받았는데, 죄명을 어떻게 정할지 고민이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수사 업무를 오래 하면 죄명을 정하는 것 정도는 쉽지 않냐고 반문하는 분들도 있겠지만, 여러 죄명들 사이의 경계에 있어서 죄명을 정할 때 고민이 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사건의 내용은 이러했습니다. 


한 음식점 업주가 주문 받은 음식을 포장하여 손님에게 주었습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포장 비닐 안에 음식점 업주가 손목에 차고 있던 고가의 시계가 떨어졌습니다. 손님은 아마 시계가 떨어졌다는 것을 알지 못하고 집에 간 것 같았습니다. 


음식점 업주는 수소문하여 그 손님의 연락처를 알게 되었고, 손님에게 연락을 하여 그 시계를 돌려달라고 했습니다. 이 시점에 손님이 시계를 돌려주었다면 제가 수사관에게 연락을 받을 일은 없었을 것입니다. 


손님은 무슨 말을 하냐면서 시계는 알지 못한다고 하였습니다. 


하지만, 음식점 업주는 가게 CCTV를 통해 손님의 비닐 안으로 시계가 들어간 영상을 확보해 두었습니다. 음식점 업주는 경찰서에 찾아가서 신고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손님의 죄명은 무엇일까요?


경찰서 내에서도 손님의 죄명에 대해 절도죄, 점유이탈물횡령죄인지 여부에 대해 갑론을박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 과정에서 저에게까지 연락이 왔던 것 같습니다. 


대법원 판례 중에는 “피고인이 종업원으로 종사하던 당구장의 당구대 밑에서 어떤 사람이 잃어버린 금반지를 피고인이 주워서 손가락에 끼고 다니다가 그 소유자가 나타나지 않고 용돈이 궁하여 전당포에 전당잡힌 사안”에서, 절도죄인지 점유이탈물횡령죄인지가 문제된 경우가 있었습니다. 이 판례에서 대법원은 “어떤 물건을 잃어버린 장소가 이 사건 당구장과 같이 타인의 관리 아래 있을 때에는 그 물건은 그 관리자의 점유에 속한다 할 것이고, 이를 그 관리자가 아닌 제3자가 취거하는 것은 유실물횡령이 아니라 절도죄에 해당한다 할 것이다.”라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대법원 1988. 4. 25. 선고 88도409 판결).


이와 비교되는 판례로 “피고인이 승객이 놓고 내린 지하철의 전동차 바닥이나 선반 위에 있던 물건을 가지고 간 사건”에서, 대법원은 “지하철의 승무원은 유실물법상 전동차의 관수자로서 승객이 잊고 내린 유실물을 교부받을 권능을 가질 뿐 전동차 안에 있는 승객의 물건을 점유한다고 할 수 없고, 그 유실물을 현실적으로 발견하지 않는 한 이에 대한 점유를 개시하였다고 할 수도 없으므로, 그 사이에 위와 같은 유실물을 발견하고 가져간 행위는 점유이탈물횡령죄에 해당함은 별론으로 하고 절도죄에 해당하지는 않는다.”라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대법원 1999. 11. 26. 선고 판결). 


두 판례를 통해 비교한다면 피해자가 잃어버린 장소가 누군가의 점유하에 있는지 여부에 따라 점유가 인정되면 절도죄, 점유를 이탈한 것이라면 점유이탈물횡령죄로 보는 판례의 취지인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가 된 사건의 경우, 손님이 가게 주인의 시계를 발견한 시점은 가게 안이 아니라 손님의 집 또는 거리일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러하다면, 가게 주인의 점유는 이미 이탈된 상황인 바, 점유이탈물횡령죄를 적용하는 것이 보다 타당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물론, 가게 안에서 이미 시계가 떨어진 것을 보았다면 절도죄를 적용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담당 수사관이 손님에 대한 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밝혀질 부분일 것입니다. 




절도죄와 점유이탈물횡령죄를 구분하는 실익은 그 처벌 정도에 있을텐데요, 


형법에서는 절도죄는 “제329조(절도) 타인의 재물을 절취한 자는 6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라고 정하고 있고, 

점유이탈물횡령죄는 “제360조(점유이탈물횡령) ①유실물, 표류물 또는 타인의 점유를 이탈한 재물을 횡령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원 이하의 벌금 또는 과료에 처한다.”라고 정하고 있어서, 


그 법정형의 차이가 있습니다. 


절도죄, 점유이탈물횡령죄 처벌에 연루되신 분이시라면 아래 링크도 확인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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