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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Ya Jul 19. 2022

쳇바퀴

아침에 눈을 뜬다.

딱히 일어나고 싶지 않아서

졸면서 핸드폰을 본다.


옆에서 아이가 들썩거리는 소리에 일어난다.


화장실에 다녀온다.

몸무게를 잰다.


식기세척기 문을 벌려서 열고 

컵은 컵 자리에, 밥그릇은 밥 그릇 자리에, 국그릇은 국 그릇 자리에,

젓가락과 숟가락은 손 잡는 부분의 물기 닦고 수저꽂이에 꽂는다. 


아직 다 마르지 않는 가위는 날을 벌려서 걸어놓고

바짝 마른 칼은 칼 꽂이에 넣어둔다. 


아이들 식판을 뚜껑을 닫아서 식탁 위에 올려둔다. 

그전에 현관에 들려서 아이들 가방을 현관 입구에 내려놓는다. 

식기세척기 가장 안쪽에 있는 아이들 물통을 꺼낸다.

물통의 뚜껑과 몸통을 조립하고 물통 가방에 넣어서 식탁에 올려놓는다. 

그리고 한마디 한다. 


"식판이랑 물통 가방에 넣어라."


가장 작은 후라이팬을 꺼내서 흐르는 물에 씻고 불 위에 올려놓는다. 

토스트팬을 꺼내고, 냉동실에 얼려진 식빵 2장을 꺼내놓는다. 


가장 작은 후라이팬이 불에 의해 물기가 마르면 기름 한바퀴 두르고 계란을 올린다. 

젓가락으로 노른자를 깨면서 한바퀴 젖는다. 

냉장실 문을 열고 무슨 쨈을 발라줄까 고민하다가 딸기쨈을 꺼낸다. 


살짝 녹은 식빵 한쪽에 딸기쨈을 바르면서 토스트팬 위에 올려놓는다.

익은 계란을 그 위에, 또 그 위에 남은 식빵 한쪽을 올리고 토스트팬 뚜껑을 눌러서 닫는다. 

아이들 컵을 꺼내고 우유를 따른다. 


그 사이 그을리게 익은 빵을 접시에 올리고 가위로 가운데를 자른다. 


내가 보기엔 늦게 일어난 신랑이 바쁘게 씻는다. 

씻던 신랑이 드라이기 쓰는 소리가 들린다. 스프레이 뿌리는 소리가 들린다. 

그러고 화장실에서 나온 신랑을 보며 난 그 화장실로 들어간다. 


스프레이건으로 변기와 그 주변에 물을 뿌린다. 

샤워기로 욕조와 세면대에 물을 뿌린다. 


화장실에서 나와서 아이들을 독촉한다. 

다 먹은 아이들을 양치와 세수를 시키고 

또 옷 입으라고 독촉한다. 


내 입에서 독촉의 말이 끝이 없다. 

일어나라, 먹어라, 앉아라, 입어라,


사실 아무말도 하고 싶지 않은 아침

난 끊임없이 독촉을 목청 높여한다. 


마지막으로 신발을 신으라 독촉하고 나면 

아이들은 등원하고 난 돌아와 다급히 커피를 내린다. 


그리고 노트북을 켠다. 


매일매일 누군가가 날 햄스터 쳇바퀴에 넣어놓은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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