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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플러스 인생 Jul 18. 2021

두 번째 이야기, 미축 자중 (1)

"새로운 세상을 만들 당신에게, 내가 가진 모든 것을 걸겠습니다."

- 221년, 촉나라 성도 자택. 벼랑 끝에 몰려 있는 남자가 있었습니다. 


이름은 미축, 자는 자중. 서주 시절부터 유비를 따라온 개국공신으로, 벼슬이 그 유명한 제갈량보다도 높았습니다. 그는 중국의 동쪽 끝, 서주의 바다에서 시작한 인생을 중국의 서쪽 끝, 익주의 산맥 안에서 마감하려 하고 있었습니다. 그야말로 대륙 전체를 가로지른 삶이었습니다. 고용한 사람이 1만 명에 달할 정도로 막대한 재산을 유비에게 쏟아부어 마침내 촉나라가 건국되는 것을 보았고, 비록 난세 속에 목숨을 잃고 말았지만 자신의 여동생 미부인까지 유비에게 출가시켜 사돈관계까지 맺었던 미축. 


그런 그는, 시름시름 앓으며 죽어가고 있었습니다. 


역시 서주 시절부터 유비를 따랐던 동생 미방이 형주를 지키던 도중, 적국 오나라와 내통한 끝에 영토를 갖다 바치고, 군주인 유비의 의형제 관우의 목숨까지 앗아가 버린 것입니다. 미축은 하루아침에 배신자의 집안사람이 되고 말았습니다. 


인자한 군주인 유비는 그에게 책임을 묻겠다 하지 않았지만, 미축의 심정은 달랐습니다. 형주의 상실은 촉나라에 뼈아픈 손실이었습니다. 북쪽, 한중에서 위나라의 서쪽을 공격하면서 동시에 동쪽, 형주에서 위나라의 남쪽을 공격해 전력을 분산시킨다는 제갈량의 대전략이 크게 무너져 내리고, 국가의 영토 또한 절반 가까이로 줄어들게 되는 대타격. 


무엇보다 한 날 한 시에 세상을 떠나자 했던 의형제를 잃은 유비의 유령 같은 얼굴을 보며 미축은 자기 자신의 영혼도 절반 정도는 죽어버린 듯한 상실감에 빠집니다. 


미축은 자기 동생의 배신으로, 자신이 평생 몸 바쳤던 리더도, 조직의 프로젝트도 무너지는 결과를 보게 된 것입니다. 



-간손미라는 단어로 미축을 알고 계신 분들이 많을 겁니다. 


간옹, 손건, 미축. 제갈량을 얻기 전 유비를 섬겼던 문관 3명의 이름 앞글자를 딴 것이지요. A급을 넘어 S급 인재인 제갈량에 비해 보잘것없는 '쩌리'들을 일컫는 멸칭으로, 그야말로 B급 삼국지에 어울리는 사람들입니다. 이제는 삼국지 유튜버로도 유명해진 '침착맨' 이말년 만화가가 자신의 작품에서 노골적으로 웃기게 묘사해 인터넷 밈이 됐지요. 제갈량을 삼고초려하러 온 유비가 "제게는... 간손미 밖에... 흑흑" 우는 장면에 덩달아 사색이 돼 있는 세 사람의 모습은 폭소를 자아내게 만듭니다. 


그러나 간옹, 손건, 미축 세 사람이 결코 만만한 사람들이 아니라는 것 역시 삼국지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잘 알려진 이야기죠. 비록 승자의 편에 서지 못했기에 많은 기록이 남아 있진 않으나, 이들 모두 자기의 일생을 걸고 유비와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해 마침내 한 국가의 기틀을 닦은 사람들이었습니다. 


요화가 촉나라의 마지막을 함께 했다면, 간손미는 촉나라의 시작을 열었다고 할 수 있겠죠. 


B급 삼국지, 두 번째 이야기에서는 간손미의 마지막, 미축의 인생을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유비가 보여준 비전을 위해 재산, 가족, 자신의 일생까지 가진 모든 것을 바쳤던 미축. 그런 자신의 일생이 마지막 순간 무너져 내리는 걸 보며 비탄 속에 생을 마감한 미축. 그런 그가 마지막 순간에 떠올렸던 건, 자신의 꿈과 희망이 시작됐던 서주 시절의 추억이 아니었을까요.


이야기는 미축이 서주의 호족으로 지내던 시절, 192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계속)



*작가의 말

제목 글자 수 제한이 너무 짧아서, 제목 양식을 바꿔봤습니다. 소제목도 다르게 달 수 있을 것 같은데 차차 고민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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