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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른 피해자로부터 연락이 왔다.

대기업, 성추행, 그리고 나 - 6

by 찬란



나의 메신저 불이 반짝이기 시작했다.

​​​

평소 알고 지내던 여자 선배였다. 회사에는 여직원이 많지 않았고,​ 여직원들은 친하게 지내오고 있었다. 우리는 오며 가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 하지만, 그녀와 내 소속팀은 업무 관련성이 높지 않았다. 그러니, 아마도 월요일 아침부터 반짝이는 이 메신저가, 업무 관련한 내용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직감했다.


”아…사건이 퍼졌구나.“

​그녀에게 대답했다.


​“네 안녕하세요.”

“큰 일 하셨네요.”​​

눈 앞이 또 하얗게 바래기 시작했다. ​도대체 회사 사람들은 어떻게 이렇게 빨리 모든 걸 알게 되는 걸까.


사건 유포 과정을 알 수 있었다. 인사팀의 누군가가 이번 사건에 대해 사무실에서 큰 소리로 떠든 모양이었다. 그 주변을 지나다니던 이들이 이를 귀동냥 후 한 시간도 안 되어, 이 사건은 회사 전체에 퍼졌다.

​​

하지만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그 뒤에 그녀가 써 내려가는 메시지가​ 한 줄 한 줄 메신저에 점등하기 시작했다.​​

사실 그녀는 조심스럽게 나에게 하고 싶었던 얘기가 있었다. 그 순간이 아니었다면 하지 못했을.​​​

나는 숨을 멈추었다.

“나도 당했어요. 그놈한테.”

“Hardships often prepare ordinary people for an extraordinary destiny.” - C.S.Lewis

시련은 평범한 사람을 특별한 운명으로 인도하기도 한다.


*처음 이 시리즈를 접하신 분들께*

이 시리즈는 실제 사건과 경험을 바탕으로 한 이야기입니다.

1화부터 정주행 추천드려요.

1화부터 읽기: https://brunch.co.kr/@laylagrace/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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