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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아이의 눈물

by 레일라J


감사하게도 내 아이는 보통의 남자아이들보다 조용하고 얌전한 편이다. 아이 친구들의 생일파티에 도우미 엄마로 가서 아이들을 케어하다 보면 대부분의 남자아이들이 우다다다 뛰어놀며 역시 남아들에겐 상해보험이 필수구나를 외치고 있을 때, 우리 아이는 늘 조용히 앉아 사부작 거리는 몇 안 되는 남아들 편에 속해있어 예민하고 작은 소음에도 예민한 나 같은 엄마에게 특화되어 있는 아들이다. 참 고마운 부분이랄까,


그동안의 글에서도 말했듯 우리 아이는 체력이 늘 부족하고, 운동을 잘하지 못하고 앉아서 또는 누워서 책을 보고 있는 것을 즐겨하는 아이이다.

아이는 자신이 몸을 활용하여하는 것에는 재능이 없다는 것을 일찌감치 깨닫고, 자신이 공부를 열심히 하면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어릴 적부터 똑똑이로 불리는 것을 추구했다.


동네가 비학군지이기에 어쩌면 아이에게 그 추구미는 도달이 쉬웠는지도 모르겠다. 7살 때부터 받아쓰기는 1개 이상 틀린 적이 없었고, 초등입학 후에 단원평가는 늘 100점 아니면 95점 이상이었다. 올해 4학년이 되고 타 학교에서 우리 학교에 전근을 오셔서 아직 이 학교 수준을 정확히 파악이 안 되신 선생님께서 기존과는 다른 꽤 어려운 수준의 수학문제를 내셨을 때 단독 100점을 받아오고, 적어도 95점 이상을 늘 받아오며 뿌듯해오던 아이였다.


그런 아이에게 곧 열릴 경시대회의 작년 기출문제를 테스트 삼아 풀어보게 하였다. 아이가 경시에 참가할 것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수준을 갖고 있나 궁금해서 풀어보았더니, 가장 중요한 마지막 킬러문제 3개에서 아이가 접근도 못하고 눈물을 터뜨렸다. 어른인 내가 보아도 어려운 문제였다. 해답지를 꼼꼼히 읽고 아이에게 하나하나 설명을 해주며 괜찮다고 엄마가 봐도 어려운 문제였고, 이래서 수학경시대회라는 걸 하는 거라고 독려함에도 불구하고 아이는 울음을 못 그쳤다.


‘내가 아이를 다그치듯이 말하고 있나? 아닌 것 같은데?’


아이가 자꾸 우니 나도 이 상황이 혼란스러웠다

왜 자꾸 우는 건지 아이에게 물어보니, 지금껏 풀어온 상위문제들보다도 어려운 문제를 보고 접근도 못하는 자체에 자존심이 너무 상하고 놀랐다고 했다.

아이에게 어떤 말을 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 나도 고민되던 순간이었다.


“엄마 생각엔 어려울 수 있고, 이런 문제들을 다 풀어내야 진짜 수학 잘하는 아이들 소리를 듣는 것은 맞겠지만, 전국의 모든 4학년들이 이 시험을 일제히 다 보는 것도 아니고, 이 어려운 문제들은 너처럼 느끼는 아이들이 아주 많을 거야, 그러니 자존심 상한다고 속상해하는 걸로 그치지 말고, 네가 다른 곳에 가면 이렇게 늘 다 맞추는 잘하는 아이가 아닐 수도 있단 생각으로 자만 하지 말자 응?!”


이렇게 두서없는 잔소리와 위로와 격려를 섞어 말했는데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알겠다며 눈물을 멈추었다. 아이에게 이런 문제를 풀기 위해 학원을 다니고 더 공부할 수도 있고 지금 수준에서 기초를 더 탄탄히 쌓는 것도 방법일 수도 있다고 하니 아이는 아직은 학원은 가고 싶지 않다고 하며 하던 대로 일단 열심히 해볼게요라고 하기에 나도 좋다며 아이와의 기출문제 에피소드를 뒤로 미루었다.


아이들을 보면 현행이 또는 선행이 맞는 건지, 학원을 보내는 것이 맞는지 아님 집공부가 맞는 건지, 이렇게 놀 시간도 없이 공부하는 것이 맞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아이를 낳을 당시만 해도 나는 ‘자유롭고 신나게 놀고 건강하게만 자라면 되지’의 목표를 가진 엄마였는데 늘 내게 요구사항 없이 네가 좋으면 나도 좋아를 말하는 남편이 처음으로 내게 요구한 것이 ‘아이공부에 대한 정보력이 있는 엄마’였다. 남편은 공부를 깨나 잘했는데 그래서 인서울을 했지만 자신이 원하는 학원이나 공부 방법을 알려줄 어른이 없어 늘 그 부분이 아쉽고 고팠다고, 그래서 우리 아이는 공부에 대한 뜻이 있을 때 부모가, 특히 엄마가 정보가 있어 가이드라인을 세워줄 수 있는 엄마가 되면 좋겠단 것이었다.


그 후로 나는 아이 책 읽기에 더 열중했고, 아이가 어릴 때부터 하원 후엔 스티커 붙이기라도 꼭 하며 엉덩이를 붙이고 있게 했고 그 결과 11살 초4가 된 아이는 하교 후 책을 읽으며 쉬다가 오늘 할당량의 공부를 꼬박꼬박 하고, 나는 늘 아이의 교육과 책에 대한 정보를 수집한다. 정보도 많고 어느 학군지에선 이만큼 저만큼의 공부량과 선행을 한다는 등의 소식을 들으면 나도 귀가 팔랑이고 마음이 들썩인다. 어떤 엄마가 한 번도 휩쓸리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자식에게 욕심이 있는 것은 엄마라면 누군들 다 그러한데...

하지만 아이를 키우며 느낀 건 그들의 ’ 카더라‘가 아니라 내 아이의 성향과 욕심, 본질 같았다. 우리 아이는 체력도 안되고 학원을 다닐 시간도 없는데 무조건 남들이 한다고 밀어붙이다간 기초도 놓치고 전기세만 내주고 올 수도 있는 노릇이니, 아이가 오늘 경시 기출문제에 매운맛을 보았으니 신선한 자극제가 되어 다시금 자만하지 않고 차분히 자기의 길을 잘 찾아가길 바라본다.

애썼다 울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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