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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경제관념 만들어가는 중

돈은 쉽게 벌어지지 않는단다.

by 레일라J


외동인 우리 아이.

그리고 세 자매 중의 장녀인 나와 두 형제 중 장남인 남편.

그리 넉넉지 않은 형편으로 살아온 우리이기에, 늘 아이에게는 부족하지 않은 것을 주고자 생각해 왔다.

임신 기간에도 가장 좋은 제품으로 준비하고, 출산 후에도 아이의 옷이나 모든 용품들은 아끼지 않고 좋은 걸로 구입했고 하물며 식재료조차 흔치 않고 좋은 것들로 만 더 구입했다.(이 부분은 아무거나 먹지 않던 아이의

영향도 있었다)


아이가 영유아기가 되니 좋아하는 장난감을 사줄 일들이 왕왕 생겨났다. 나도 나지만 특히나 남편은 아끼지 않고 아이가 원하는 것들을 무조건 사주기 시작했다. 어느 날 정신을 차리니 아이의 관심이 지나간 물건들과 생각지도 못한 카드값이 우리 앞에 남겨져있었다.


이대론 안 되겠어!!


정신을 차리고 아이의 물건들을 속아냈다. 아이 앞에서 버리거나 분류를 하면 난리가 날테니 아이가 없는

틈을 타 버리거나, 남에게 주거나, 중고거래를 했다. 하지만 아이는 몰랐다. 그 물건들이 사라지는지 있는지..


이제 아이가 장난감을 사려면 그에 상응하는 것을 해야만 했다. 예를 들자면 매일 하원하고 와서 스티커북놀이하기 장난감 정리하기와 같은 활동을 하고 아이와

칭찬 스티커를 붙였다. 이이는 생각보다 즐거워했고, 잘 적응해 나갔다. 그리고 집안일을 도우면 100-200원 정도의 용돈을 받아 갖고 싶은 장난감을 구매했다.

그 장난감들이 관심밖으로 나가지면 나와 함께 중고거래에 금액을 책정해 올리고 팔아서 그 돈을 직접 가지고 있다가 그다음에 갖고 싶어지는 장난감들을 샀다.


어느 날, 아이가 친척들을 만나고 와서는 어른들이 주신 용돈을 자기가 다 가지고 싶다고 했다. 늘 아이의 돈을 저금해주고 있긴 했는데 아이의 돈을 아이에게 주려니 금액이 커서 불안했다. 아이와 이야기 끝에 용돈을 받으면 1만 원~3만 원은 아이가 모두 가져가고, 5만 원부터는 1만 원~3만 원 정도로 금액을 아이가 가져가고 나머지는 아이가 보는 앞에서 통장에 입금을 해주기로 했다. 단, 아이의 저금통에 현금이 10만 원이 넘어가면 아이 동행하에 10만 원은 통장에 넣기로 했다.


3학년이 되고 아이가 가끔 혼자 집에 오는 날이 생기면서 아이에게 주 2천 원의 용돈을 주고 용돈 기입장을 쓰게 해 주었다. 용돈을 받기 시작하니 아이의 머릿속엔 새로운 세상이 열린 것이 보였다. 바로, 엄마, 아빠의 지갑에서 돈이 나갈 땐 몰랐는데 모든 것이 다 비싼 것이었다. 주 2천 원이라면 월 8천 원이니 학교 앞에서 자질구레한 젤리나 과자를 사 먹을 때면 모르지만, 가끔 들리는 편의점이나 팬시점, 서점을 가면 자신이 갖고 싶다고 턱턱 들던 물건들이 자신의 용돈을 훌쩍 넘는 것이었다. 가격표도 보지 않고 ‘사주세요’를 외치던 아이의 세계가 확장된 것이었다. 생각보다 집 밖에서 구매하는 모든 물건들은 비쌌고 그것들은 자기가 사려면 돈을 아껴모아야한다는 생각에 아이는 돈을 모았다.


그러던 중, 카카오뱅크에 미니 라는 것이 초등학생아이들을 위한 계좌(출금만 안된다)인데 체크카드도 만들 수 있어서 아이의 핸드폰에 어플을 깔아주고 계좌를 만들어주었다. 아이에게 계좌가 생기니 가족들이 아이에게 너나 할 것 없이 먼저 용돈을 보내주었다. 아이는 계좌에 잔고가 쌓이는 것이 재미있었다. 아이에게 이자를 알려주고 싶어서 아이에게 자동이체가 되는 26일 적금을 알려주었고 매일 들어가서 1원부터 10원까지 랜덤으로 지급되는 이자를 받게 했더니 아이는 이자가 붙는 재미를 알고 열심히 들어가 잔고를 체크했다.


가끔은 엄마에게 그 체크카드로 커피도 사주고, 어떤 날은 갖고 싶은 물건을 계좌이체로 구입도 해보았다. 가족들의 생일에는 직접 선물도 사기도 했다. 아이는 자신도 어떠한 경제개념의 한 가지 속에 들어와 있다는 것에 굉장히 뿌듯해했다.


최근, 아이와 좋은 기회로 설문지 관련한 리서치 회사에서 아이와 내가 각각 큰 비용으로 사례비를 받고 아르바이트를 할 일이 생겨 아이와 주말 오후를 반납하고 돈을 벌어왔다. 아이가 처음으로 자신의 능력으로 직접 번 돈이다. 아이에게 아이의 몫의 비용을 계좌이체 해주고 아이에게 물어보았다. 직접 번 돈인데 어떻게 하고 싶냐고, 아이는 갖고 싶은 걸 사고 싶다고 할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일단은 고민해보고 싶다고 했다. 아이가 어떻게 자기가 번 이 돈을 쓸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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