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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비행기를 타다:

by 레일라J



베트남을 다녀온 그 해 가을.

우리는 위 층에 사는 내 동생과 넷이서 해외로 여행을 가려고 급 준비를 하게 되었다.

너무 멀지 않고 또 처음 가보는 곳을 가자 하며 고르다 보니 목적지는 대만이었다.


2시간 반 정도 가는 비행이라 부담도 없고 이번에는 물놀이 없이 시티투어를 하고 택시를 타고 관광 지를 둘러볼 생각이라 아이의 상비약과 체온계를 단단히 준비했다.


여행 전날밤.

되게 심각한 얼굴로 아이가 내게 말했다

“엄마, 선생님 두명이가 같이 가자고 했어요”

아직 발음도 정확하지 않은 우리 아이가 정말 어쩌나 하는 얼굴로 나와 남편에게 걱정 어른 말을 하는데 그 모습이 어찌나 귀엽던지, 다음날 아침에 비행기 타러 갈 때 선생님들과 집 앞 놀이터에서 만나기로 했단다.

선생님들이 자기들도 꼭 데리고 가라고 했다며 선생님들 비행기표가 있냐고 물어보던 아이를 보고 동생과, 남편, 셋이 한참을 웃었더랬다.


여행 가는 날 아침.

이르게 준비를 마치고 출발하려는데 아이의 곤란한 얼굴. 아이에게 선생님들은 바빠서 못 오게 되었다고 이야기를 전하며 여행을 떠났다.


이번애는 시티 투어이기 때문에 우리 세 식구와 내 동생이 함께 묶을 숙소로 호텔이 아닌 에어비앤비로 시내 중심부에서 가장 이동이 편리한 메인역의 오피스텔을 잡았다.


아이는 잘 먹고, 잘 놀고 관광지에 가서도 여러 가지를 잘 구경하며 생각보다 너무 잘 지내주었다.

한참 자연물을 모으는 것에 심취해 있던 터라 가는 곳마다 나뭇잎을 열심히 모아대고, 좋아하는 고양이가 보일 때마다 춤을 추고, 좋아하는 화석들을 보며 신나 했다.

그중에서도 고구마로 만든 찹쌀 도넛 같은 것을 얼마나 잘 먹던지 지나갈 때마다 보이면 늘 아이의 손엔 한 봉지가 들려있었다


마지막날 밤.

시내의 밤거리를 구경 다니며 유모차에 앉아있던 아이가 고구마 도넛을 씹으며 정말 궁금하다는 얼굴로 우리에게 물었다.

“근데, 대만은 언제 도착해요?”


이게 무슨 소리람?

이제껏 관광하고 구경하고 맛난 것들을 실컷 먹였는데도 아이는 대만에 아직 도착하지 않은 줄 알고 있었다.

어찌 그런 생각을 하는지 도무지 아이의 생각이 이해가 안 되어 아이에게 물어보고 아이의 이야기를 정리해 보니


시내를 내내 돌아다니고, 택시를 타고 내리며, 제일 줄요 하게는 물놀이를 하지 않는 것이 아이에게는 아직 여행을 가고 있는 여정이라 생각이 든 것이었다


어쩐지 우리가 묶는 오피스텔 맞은편의 건물에 보이는 수영장을 볼 때마다 왜 저기에 안 들어가냐고 의문을 제기했었는데 그제야 아이에게 여행이란 물놀이가 함께 동반되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된 순간이었다.


아이에게 여행에 대한 설명이 부족했던 내 탓이라는 생각도 들어 우리가 요 며칠 동안 본 것 들은 것 먹은 것들을 사진을 보여주며 설명해 주었다. 아이는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그제야 어렴풋이 이해하는 듯한 얼굴을 보였다.


아이가 11살이 된 올해 아이와의 여행을 준비하며 이때의 “대만엔 언제 도착해요?”를 아이에게 물어보았다. 아이는 전혀 기억을 못 하는 에피소드이지만 그래도 엄마아빠와 어딘가를 재미있게 다녀왔었다는 느낌이

아이에게 남아있었다. 그래 다 기억 못 해도 엄마가 다 기억하는걸. 그럼 된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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