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참 잘했어요.

by 레이마망


평소와 다름없는 똑같은 일상인데 유독 힘든 날이 있다.


오늘따라 아침부터 투정 부리는 아이를 겨우 달래고 어린이집 선생님께 맡기고 돌아서려니 눈과 발이 움직이지 않아 아이를 한참 쳐다보다 마을버스를 놓치고 지하철도 놓쳐 지각을 했다.

퇴근시간을 앞두고 예상치 않은 회의가 생겨 하원 시간에 늦을까 봐 가슴이 조마조마하고 엉덩이를 들썩들썩거리다가 평소보다 더 미친 듯이 뛰어서 지하철을 타고 눈앞에서 떠난 마을버스를 원망하고 팔딱팔딱 뛰는 숨을 고르지 못한 채 어린이집 입구 벨을 누르면 아이의 웃음소리와 함께 달려오는 소리가 들려온다.

아이는 엄마를 보자마자 두 팔을 쫙 벌리며 안아달라고 표현한다. 아이는 내 품에 안기자 마자 펑펑 울기 시작한다. 아무리 달래어도 아이의 울음은 그치질 않았다.

어제보다 오늘 더 많이 울었다.

어제보다 오늘 울음이 더 마음이 아팠다.


매일 1등으로 등원해서 맨 마지막으로 하원하는 아이의 기다림은 얼마나 외롭고 길었을까.

10분 늦었을 뿐인데 아이는 평소보다 더 긴 기다림에 지쳤을까.

혹시 엄마가 오지 않을까 봐 겁났을까. 왜 이제 왔냐며 엄마를 원망하는 걸까.


이유를 알 수 없는 아이의 울음에 나도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아이와 같이 펑펑 울고 싶지만 입을 꾹 다물며 겨우 눈물을 흘려보냈다.


"엄마가 늦었지, 미안해."

"우리 준이 이렇게 씩씩하게 기다려줘서 고마워"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내 눈물은 삼키고 아이의 눈물을 닦아주며 달래고 달래며 집으로 향했다.

집으로 가는 길 내내 아기띠에 안겨 있는 아이는 손과 발을 허공에 허우적거리며 계속 울었다.

어둑해진 길에서 아이를 안고 오르막길을 두 번 오르고 나의 체력의 끝자락을 겨우 잡으며 계단을 3층까지 걸어 올라서면 집이다. 오늘은 우리 집이 북한산 꼭대기에 있는 것만 같았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아이의 옷을 갈아 입히고 아이와 장난감 놀이를 시작하면 퇴근한 남편이 도착한다.

남편에게 웃어 줄 힘이 없는 내 얼굴을 마주한 남편은 괜한 눈치를 보며 옷을 순삭으로 갈아 입고 아이와 놀아준다. 나는 그제야 옷을 갈아입고 배고플 아이가 제일 좋아하는 고기를 굽고 온 힘을 다해 저녁밥을 준비하면 아이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식탁 위에 올려진 식판을 밀치고는 간식 박스를 끌고 와서 과자를 먹겠다고 그리고 TV를 보겠다고 떼를 쓴다.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떼를 다 쓰고 있는 아이를 달래는 남편의 얼굴은 땀범벅이고 나는 지저분해진 식탁을 정리하고 다른 반찬을 준비해서 한 숟가락이라도 밥을 먹이려고 아이의 눈치를 살핀다.


'오늘은 왜 이리되는 일이 없는 거야.'


아이의 잠투정과 대결을 하는 남편이 승자가 되어 방에서 나오기를 기다리며 불 꺼진 거실 바닥에 그냥 가만히 앉아 있었다. 아이를 재우고 방에서 나온 남편의 한마디에 흘려보냈던 눈물이 그냥 쏟아졌다.


"오늘 힘들었지? 고생했어."


집에 오기 전에 다 삼켰다고 생각했는데 어제보다 조금 더 힘들었을 뿐인데 무언가의 위로가 필요한 하루였나 보다. 오늘의 이야기를 풀어놓기엔 소소하고 그냥 담아두기엔 마음 무거운 그런 오늘을 지나갔다.

오늘 하루 무사히 잘 보냈다고 잘했다고 나에게 나를 칭찬해 주고 싶었다.


'오늘도 참 잘했어!'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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