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 죠이스,『율리시즈』(p.7)

한수산의 『이별없는 아침』, 중앙일보사, 1984

by 서희복
p.7

J. 죠이스의 '안녕히'라는 말로 시작하는 첫 장이 이미 어떤 결론에 다다르게 했지만 그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왜 모두에게 그렇게 이별을 고해야만 하는지 알기 위해 마음을 다. 영어 Good night이라는 말이 '이별없는 아침'이라는, 이미 생명이 하얗게 바랜 그 시간을 반어적으로 의미한다. 수의 마지막 밤이 아침의 이별을 슬프게 하지는 않을 것이다.


같은 목적을 결심하고 떠나는 두 별개의 생명들의 마지막 세상에 남겨두는 태도가 많이 다르다. 물리적인 무소유가 살아온 날에 대해 남은 앙금을 감추고 있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세상이 더 꼭 잡아주기를 원하는 속내를 가만히 감추고 한 번쯤 허풍처럼 벌이는 연극으로 관심을 끌고 있을 수도 있다. 무작위 전화 유서라니!


순결한 남은 시간들과 진실에 대한 갈증이 그들 사이에 어떤 고리를 어떤 밀도로 연결해 줄지 상상한다. 소설 속의 '나'는 불가에서 부처에게 올리는 네 가지, 꽃, 차(茶), 향(香), 등(燈)과 '나'와 그녀 앞에 남겨질 모든 희미한 것들을 진실이라 여긴다.


보이는 것들을 통한 보이지 않는 가치와 그들이 결국 떠나려는 삶의 가벼움에 동행하고 있다. 무엇을 마지막으로 선택할 것인가. 가방이나 노트, 연필 또는 볼펜을 가지고 갈 수도 있다. 기록을 봉인하는 마지막 시간이다. 무심히 오고 가는 대화와 그 기록은 물과 기름처럼 서로를 외면하며 각자의 통증으로 오래 남을 것이다.


꿈이 없는 그저 긴 잠으로 가는 그 길로 이끈 슬픈 또는 부조리한 이유들이 무엇일까. 속이 여전히 뜨거운 사람과 비워낸 속을 한 손에 쥔 사람, 누구의 삶이 계속되고 누구의 삶이 어디쯤에서 영영 머물러도 좋은 것일까. 남은 자와 떠난 자의 사이에 내가 서있다, 아직. 모든 사람들이 그렇듯이.


제임스 조이스의 The Dead(1914)로부터 인용되어 룸 넥스트 도어(The Room Next Door, 2024 by Pedro Almodovar 감독)에 나왔던 구절이 떠오른다. 'The snow is falling... falling upon all the living and the dead, 눈이 내린다... 모든 살아있는 자와 죽은 자들의 위로'

매거진의 이전글어느 분에게 (p.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