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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빈털터리가 무슨 상관인가요

영화 '머티리얼리스트' 셀린 송 감독

by 서희복
자본주의는 사랑을 집어삼키려 한다. '부유함'이 현시대의 가장 위대한 마약이다. - 셀린 송


감독의 진지한 표정을 읽는다. 그 무엇도 사랑에 영향을 줄 수 없다. 바라보지 않을 수 없는 그 끌림, 아무런 대가 없이 자라나는 그 방향으로의 쏠림, 자유를 향한 두려운 용기가 계속 살아있도록 심장을 채우는 뜨거운 박동, 그게 사랑이다.


그 끌림과 쏠림, 자유에 내 맡겨진 영혼이 되는 것에 자본주의가 끼어들 틈은 없다. 어야 하는 거다.



빈털터리에 대한 선전 영화라는 평가를 마주한 감독은, 받은 상처를 숨기지 않는다. 꿈을 이루려 노력하는 연극배우 존이 가난하다는 이유로 사랑하지도 받지도 못해야 하는가.


부유함을 선택하는 여성들을 매도하는 영화가 아니다. 수많은 자본주의적 조건들 뒤에도 진심을 찾는 사람들이 있다. 지 순서가 다르다고 믿는 것이다.


키 작은 남자의 사랑은 돈으로 산 15센티가 이루어주고, 인조 보형물로 풍만한 가슴은 식할 듯한 뜨거움을 이루어 줄 거다 환상에 빠진다. 그 높이만큼의 고독과 그 부피만큼의 외로움이 드러나는 날은 존재의 공허에 자신을 묻는 거다.


조건은 언제나 새로운 다른 또는 빛나고 더 속된 조건에 굴복할 준비가 되어 있다. '사랑'과 '조건'은 어울리는 조합이 아니다.


심장을 채우는 울메이트를 만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이미 자본주의 시장에 자신을 팔고 있는 것이다. 그 어떤 조건을 달아도 타인에게는 언제나 모자라 스스로 그 초라함을 널어두고 있는 것이다.


머티리얼리스트? 사랑한다면, 그가 또는 그녀가 해주기를 바라는 것을 당신이 먼저 하는 거다. 사랑은 부유함을 전제하지 않는다. 서로의 심장이 맞닿아 하나가 되는 상태다. 유하지 않는다.


같이 있으면 그 존재만으로도 기쁜, 그런. 서로 독립적으로 분리와 고독을 극복하며 자기 자신에 대한 사랑마저도 확장한다는 에리히 프롬의 철학처럼 말이다.


꿈을 꾼다, 어쩔 수 없는 고독을 견딜 수 있을까. 분리에 대한 두려움, 어쩌면 나도 존재의 갈증을 느끼는 머티리얼리스트인지도 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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