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해한 것들의 역습

[영화] 웨폰 (Weapons) by 잭 크레거 감독, 2025

by 서희복

아이들이 뛰어가는데 왜 청소년관람불가일까. 단지 그거였다. 제목만 보고 들어가 시작 바로 전 확인한 장르, '공포'가 공포가 되려는데 시간이 디지털 숫자로 뜨면서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매듭짓기를 하듯 중간 허리가 꼭꼭 조여지며 교차할 때마다 장르가 코미디로 변했다가 다시 심각해진다.


잭 크레거 감독의 능력은 때론 자신도 생각 못한 것들이 관객으로부터 나올 때 받은 영감과 그가 겪은 사소한 순간들을 예상할 수 없는 필름 퍼즐로 엉키게 하는 것이다. 창의적 분절이다.


타들어가는 살점 이전의 순수한 아이, 그리고 그 발바닥, 새겨진 숫자의 증폭된 상상만 아니면 영롱한 소리의 순수, 따뜻하게 혀를 타고 넘어가며 진한 향을 남기는 치킨 수프, 한껏 팔을 벌려 탁한 공기에 산소를 보내는 여린 나무, 이 모든 것들은 해롭지 않았다. 포스터는 순수했다.


호의의 온도차가 있을지언정 피로 연결된 사람을 도우려는 마음은 여전히 아름답다. 그 아름다움을 건너 마주치는 우연의 하드코어 잔인한 본성이 판타지로 연결되는 것이다.


무의식의 분노와 책임이 결핍으로 이어지고 결국 최종적인 상실을 피하기 위해 타인의 희생을 당연시하게 된다. 희생을 부르는 주술조차 무의식의 발현이다. 얇고 여린 대뇌 피질은 외부 자극에 민감하여 금세 변색되어 빨간 온도의 뇌관을 단 폭탄이 된다.


아이들은 이미 불에 녹아버린 피부를 흘리며 달린다. 분노가 남긴 저작 운동을 하며 때를 기다린다. 어른들이 했어야 하는 당연한 것들은 아이들을 총구 앞에 세운다. 스스로 더 강한 무기가 되지 않으면 안 되는 아이들, 반격할 기회를 기다리며 악한 주술에 떨고 있다.


이미 잃어버린 그 처음으로는 돌아갈 수 없다. 아무리 집착이 광기로 변해도.


음주 운전을 하지 말아야지. 에이즈를 걱정할 일을 만들지 말아야지. 치닫는 화를 조절할 줄 알아야지. 거짓말하지 말아야지. 부도덕한 욕망은 버려야지. 증거 없는 마녀사냥은 말아야지. 이미 굳어버린 습관 속의 어른들은 변하지 않는다. 변하지 않는 어른들은 아이들을 내몬다, 진짜 마녀에게로, 악마에게로.


스스로 해결하는 힘을 길렀다가 반격에 나서는 순간 세상을 피로 물들이며 피의 제단을 만든다. 어른들의 죽은 세포들이 제단에 켜켜이 쌓이고 아이를 되찾은 아버지는 속이 비어버려 늘어진 아이를 집으로 걷어간다. 아주 조금씩 천천히 아이를 제대로 채우는 일은 남은 사람들의 몫이다.


우리가 사소하게 포기하는 사소하지 않은 것들이 인간의 미래에 총구를 겨눌 것이다.


새벽 2시 17분, 그곳의 총 있어야 할 사람들 중 열일곱이 사라지고 단 둘만 남았다. 둘이 해결하는 공포스릴러주술코미디판타지 영화라고 나는 부르겠다.



포스터 from IMDb (Internet Movie Databa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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