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사람과 고기' by 양종현 감독, 2025
얼마나 살았는가. 얼마큼 살고 싶은가.
어떻게 살았는가. 이렇게 살면 되는가.
저 공기 저항 하나 없는 시작의 공명, 모음의 폭신함 뒤에 도사린 처절하고 두려운 삶의 긴장은 그 어떤 이에게도 공평하다. 하지만 누구에게도 아무도 답을 줄 수 없는 허공에 매달린 미래다.
보기에는 넝마스런 잉여로 나아질 것 없는 삶 속에 무덤덤한 주름이 구부러져 웃는다. 필연이 될 얼굴의 고랑과 팽팽한 듯 솟은 이랑은 서로 같이 있어야 그 이름을 얻는다. 어차피 사랑하려면 둘 다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질척한 황톳물로 고였다가 이랑을 넘어 솟구치는 순간은 나와 당신의 마지막이어야 하는 것이다.
돈 들지 않고 죽어감을 택한 사람 옆에 놓인 장례비는 누추하고 냄새나는 이불만큼 슬펐다. 욕망이라기보다 주검 옆에 노여질 민폐의 그늘을 염두에 두었으리라. 마지막 친구는 육신과 영혼이 갈라지는 틈에 서서 허허 웃는다. 몇 년의 공백이 결국 이어 닿은 곳은 삶의 마지막 찰나, 가장 밑바닥에 가라앉은 숨소리다. 평안한.
자식이 틀어쥔 식도의 끝에는 모아 온 종이박스에 남아있는 끈적이가 매일 붙었다 떨어졌다 팔랑거린다. 뱉을 수 없는 자신의 살점을 물고 씹지는 말고 더더욱 삼키지는 말고. 한 걸음씩 꿀꺽이며 걷는다. 1킬로 40원, 그 하루 일당 천 몇백 원, 작은 아들이 불란서에서 큰 아들이 미국에서 목을 조른다. 자업자득 추한 회한의 밤
여자는 할머니가 되기 전이 있었다. 마늘을 까기전이 있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비사람으로 보이지 않게 존재하다가 보여야만 살 수 있는 처절한 길바닥에서 파릇한 시금치가 바람에 날린다. 호박도 양파도 감자도 시멘트에 부대낀다. 핏줄, 누추한 혈관을 한 땀 한 땀 꿰매가며 모멸을 참다가 웃다가 맞는 고기 먹튀 현행범
들었나 놨다 고양이를 자신의 생명줄 위에 두고 마지막 모험에 긍정 쾌감 호르몬을 건다. 마주 닿는 손바닥, 마주치는 눈빛, 같이 휘어도는 웃음, 도망을 위한 계획, 탈출을 위한 정리, 모든 것들이 관계로 시작되어 관계로 사라진다. 죽어야만 살아나는 시(詩)를 보내는 장례식장에서 단 하나의 기억으로 제단에 놓이는 국화의 넋
소고기 뭇국에 이른 통곡을 해버린 난, 죽은 자가 남긴 시(詩)로 사는 남은 자들의 웃음을 멍하니 바라본다. 나도 그의 詩로 살겠지. 오랜 통곡과 함께.
▣ 사진: KOBIS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