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 '상영중입니다' by 신이명 감독, 2025
그곳으로 가는 길은 고속이었다. 미림극장에 거의 다다랐을 때 고개를 꺾어 올려다보아야 했던 높디높은 초고층 아파트의 하늘을 찌르는 속도도 고속이었다. 어디까지 올라가려는지 지금도 올라가고 있는지는 모른다.
지난 11월 30일 인천 미림극장에는 묵직하게 열린 붉은 문과 진지하게 맞는 사람들이 있었다. 뜨거운 개발의 열기 속에 세대를 이어주고 그 땅을 데워주는 영화가 지금도 상영 중인데 칼날같이 지나가는 자본의 속도가 미림극장을 위협하고 있었다. 다큐멘터리 영어 제목인 Now Showing에 짠한 마음이 들었다.
일찍 도착해 극장 뒤편 낡은 공터에 차를 세우고 낮은 빛으로 잔잔한 근처 작은 카페에서 라테를 마셨다. 1957년 오픈했다는 미림극장의 농도만큼 진한 커피였다. 김장을 하던 중이었는지 간간이 손님에게 커피를 만들어주고 잠시 짬을 내 배추를 절이러 가는 카페주인의 웃음이 따뜻했다.
황혼이 걷히던 즈음부터 머물렀던 인천의 시간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오래된 흔적과 그것들의 촘촘한 사이에 배어있는 온기를 잃는다는 것에 대해 생각했다. 시간과 공간에 시멘트를 쏟아붓는 레미콘 트럭의 비틀려 돌아가는 몸통과, 하늘을 향해 끝이 보이지 않는 크레인의 끝이 베어가는 것은 다름 아닌 사람들의 안식처였다.
영화 후 신이명 감독과 영화관을 사회적 기업으로 운영하는 최현준 대표가 미림극장이 마주한 여러 상황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목소리가 필요한 곳을 향해 카메라를 드는 감독의 목소리에서 미림극장이 끌어 온 오래된 세대 간 연대를 더 강하게 만들고 싶다는 의지를 읽었다. 하지만 언젠가는 개발이 될 거라는 자조의 분위기가 흘렀다. 그래서 나는 함께 모여 지키려는 사람들의 마음을 더 들뜨게 느꼈던 건지도 모르겠다. 지금 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해 분위기가 맞춰지는 것 같았다. 안타까웠다.
미림의 공간을 그대로 두고 신구의 조화를 이룰 수는 없을까. 미국 시애틀의 쇼핑몰 사이에 철거되지 않고 유지된 주택, 메이스필드 하우스처럼 사람냄새나는 가치를 세울 수 있는 특별한 장소가 되길 바란다. 그런 배경이야기에서 영화 Up(2009)이 탄생했듯이 이번 다큐멘터리를 이어 사람 사는 세상이 어떻게 조화를 이룰 수 있는지 보여줄 수 있다면 좋겠다.
사람들의 온기를 더 가까이 나누며 여유 있고 마음 편하게 세대가 교류할 수 있다면 좋겠다 생각했는데, 벌써 그곳의 대표와 예술인들의 연대가 진행 중이었다. 특별 상영회와 영화 후 게스트 톡, 시각 예술가와 음악가, 시인과 배우가 미림의 빛을 세상으로 보내고 있었다. 거기에 지역 대학생들의 영상 축제까지 다양하게 살아있는 힘으로 채워지고 있는 미림극장이었다.
마음을 오래 담아 두었던 미림, 아름다은 숲의 두 번째 열, 내가 앉았던 좌석이 그리운 2025년 크리스마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