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거룩한 술꾼의 전설 by 에르마노 올미, 이탈리아, 프랑스
1988 이탈리아 / 한국 2023, 2025
고독이 진해질수록 명예의 전당에 가까워진다. 그가 중시하는 곳을 향하는 허름한 껍데기와 본능을 향한 순진함, 에탄올이 이끄는 창백한 길에 우두커니 선다. 이 모든 것의 시작으로부터 서서히 달아오르는 붉은 열기에 테레사를 향해 묵념을 한다. 들여다보다가 숨었다가 다시 마주 선다.
판타지가 쥐어주는 100프랑 두 개, 500프랑 두 개가 전당으로 가는 길을 빛나게 한다. 뜨개질하는 창녀를 지나 카지노 댄서의 다리 사이에 뜨거운 호흡을 멈춘다. 어디로 가는 건지 안다, 바로 그 명예의 길 위에서 진한 살냄새를 향해 곤두박질치는 순수한 영혼, 악취 나는 실체는 없다.
덮고 자는 신문지 위로 살벌한 바람과 그 안으로 들이미는 달콤한 환상에 테레사를 에탄올에 담그며 눈물이 황홀하다.
오오, 나는 명예를 중요시하는 사람이지. 반드시 그 위에 바로 서리라,
취한 눈 위로 버건디 와인이 투명하다. 다시 받는 100프랑 두 개가 타버려 사라지려는 눈가 붉은 테두리 위에 날아든다.
테레사를 꼭 찾아주세요. 그 성당으로 가야 해요. 가고 있는 중이에요. 갈 수 있을 거예요.
가녀린 종아리를 따라 깊어가는 호기심에 테레사를 위한 200프랑은 지갑이 되었다가 화대를 대신한 선물이 되었다가 붉은 와인 잔의 가느다란 허리를 휘감는다. 어쩔 수 없는 뜨거운 취기는 빨갛게 타는 두 눈을 태우고 욕조의 방탕한 비눗방울에 녹는다. 그 사이로 흐르는 끓는 눈물은 볼을 채우고 턱을 따라 사라지며 진한 욕정의 순수에 말려든다.
성녀가 닦아주는 찌푸린 불안은 그녀가 서서 바라보는 때 낀 손톱으로 누른 지폐에 머물고 만다. 잠인지 죽음인지 알 수 없는 평화에 둘러 선 성직자들이 두 눈을 똑바로 뜨고 증인이 된다. 욕망을 사고 관계를 기만하는 잔돈의 흔적은 술꾼의 망상 속에 판타지로 태어나 꼭 쥔 주먹 안에 하수구를 뚫는다. 지독한 무색무취로 아름답게 흐적이는 명예의 사나이는 정성스럽게 준비된 의자에 푹 꺼져 새로운 세상의 성스런 홈리스로 다시 태어난다.
어디선가 만난듯한 한 신사로부터 그는 또 200프랑의 신세를 질 것이다. 추적거리며 내리는 굵은 빗줄기를 남겨두고 신사가 떠나며 남기는 말, 감사합니다, 저도 성녀 테레사에게 빚을 졌어요. 계속 찬란한 빚을 질 거랍니다.
명예롭게 마치고 싶은 삶, 도돌이표에 머물며 그는 다시 뜨거운 허벅지와 처량한 울부짖음을 따라 들어갈 것이다. 끝없이 이어지는 투명한 레드 와인잔을 세며 빚독촉을 하는 성녀 앞에서 순수한 눈물을 한없이 쏟을 것이다. 결국 다시 그 어느 누구보다 더 성스럽게 그 의자에서 잠들 것이다.
짠하디 짠한 술꾼의 전설 앞에서 와인대신 보드카 스트레이트에 영혼을 파는 나, 그는 내가 되고 나는 그가 된다. 명예로운 우리는 성녀 앞에서 다짐을 한다, 곧 다시 볼 수 있을 거라고, 늦기 전에 당신 앞에 설 수 있을 거라고.
"주님, 우리 모두에게, 우리 술꾼들에게 편안하고 아름다운 죽음을 허락하소서" - 요제프 로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