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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쓰완 Jul 18. 2023

처음엔 좋았어

 

처음엔 좋았어


처음엔 좋았어

아침에 눈 뜰 때 느껴지는 여유로움이 좋았어

느릿느릿 복층에서 내려와 커피 한 잔 마시면서 멍 때리는 순간이 좋았어

창문 사이로 이른 아침 상쾌한 공기 냄새가 좋았어


무심하게 툭 걸친 티셔츠에 운동화를 신고 나가는 게 좋았어 

더 이상 화장을 하지 않아도 구두를 신지 않아도 돼서 좋았어 


평일 카페의 덜 북적임이 좋았어 

사람들의 뒤섞인 말소리가 아닌 커피머신 소리가 더 크게 들려서 좋았어 

그래도 평일치고 여전히 사람은 많아 

서울이라서 그런 걸까 

저 사람들도 나처럼 일을 안 하는 건지 

어떻게 먹고사는 건지 궁금했어

그런데

왜 얼굴이 다 환해 보일까


산책하는 시간이 늘었어

주변에 녹색만 보면 그렇게 기분이 좋아

나무나 꽃을 보면 사진을 찍고 있는 나를 발견해

그저 길을 걷는 것만으로도 

지구 그대로의 자연을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을 느낄 수 있구나 싶었어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여서 하루하루가 좋았어


참 신기한 건 말이야

열심히 살아도 열심히 살지 않아도 하루는 빠르게 지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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