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좋았어
처음엔 좋았어
아침에 눈 뜰 때 느껴지는 여유로움이 좋았어
느릿느릿 복층에서 내려와 커피 한 잔 마시면서 멍 때리는 순간이 좋았어
창문 사이로 이른 아침 상쾌한 공기 냄새가 좋았어
무심하게 툭 걸친 티셔츠에 운동화를 신고 나가는 게 좋았어
더 이상 화장을 하지 않아도 구두를 신지 않아도 돼서 좋았어
평일 카페의 덜 북적임이 좋았어
사람들의 뒤섞인 말소리가 아닌 커피머신 소리가 더 크게 들려서 좋았어
그래도 평일치고 여전히 사람은 많아
서울이라서 그런 걸까
저 사람들도 나처럼 일을 안 하는 건지
어떻게 먹고사는 건지 궁금했어
그런데
왜 얼굴이 다 환해 보일까
산책하는 시간이 늘었어
주변에 녹색만 보면 그렇게 기분이 좋아
나무나 꽃을 보면 사진을 찍고 있는 나를 발견해
그저 길을 걷는 것만으로도
지구 그대로의 자연을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을 느낄 수 있구나 싶었어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여서 하루하루가 좋았어
참 신기한 건 말이야
열심히 살아도 열심히 살지 않아도 하루는 빠르게 지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