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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쓰완 Jul 18. 2023

백조처럼 살고 싶다

백조처럼 살고 싶다


여느 때와 다름없는 날이었는데

눈을 뜨니 친구들이 나를 백조라고 불렀어


부럽다 부러워하면서 이 순간을 누리라고 하더라

마냥 기분이 좋지는 않았어

생각 없이 뱉은 말 일 뿐인걸 알기 때문이기도 하고

온전히 기쁘지도 슬프지도 후련하지도 찝찝하지도 않은 감정의 공허존에 있었거든    


20대-30대를 남들과 다를 바 없이 육지생활로 먹고살았는데

결코 적지도 많지도 않은 나이에 백조가 된 거야

참 이상하게도 어느 날 앞이 보이지 않더라

늘 다음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머리가 하얘졌어

다음이 생각나지 않는 거야

그 기분 알아?


오늘 거울을 봤는데 여전히 어제와 똑같은 나인데

정말 백조가 된 게 맞나 싶어


평일에 산책하다가 호수에서 거위 가족을 봤어

혹시 나와 같은 백조가 한 마리 섞여있지 않을까 싶었어


백조는 부리와 발이 검은색인데

이 가족은 전부 부리가 노랗고 발은 주황색이더라

미운 거위 새끼가 한 마리쯤은 섞여 있을 줄 알았는데 말이지


그때부터였던 것 같아

정말 백조가 되면 참 좋겠다고 생각한 게

고고하게 고개를 들고 우아한 자태를 뽐내고 싶어  


백조는 사실 물 밑에서 쉴 새 없이 발길질을 할 필요가 없대

유유히 물 위에 떠있을 수 있게 태어난 거야


그런 백조도 육지에서 산다면 발바닥 까지도록 움직여야겠지

어느새 터진 발바닥으로 뒤뚱뒤뚱거릴 거야

우아한 자태는 온데간데없겠지


어쩌면 백조처럼 살려고 어제와 작별을 고했을까 싶어

유유히 떠있을 수만 있다면 기꺼이 호수로 들어가 보고 싶어

야생에 갓 발을 들인 백조 새끼처럼 여기저기 부딪치고 자빠지겠지

그래도 두려움보다는 미지의 호수를 맞닥뜨리는 데서 오는 설렘이 더 큰 것 같아


백조는 자기가 아름다운 만큼 삶도 아름답다고 생각할까

먹고살기 위한 몸부림만 없다면 삶은 더 아름다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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