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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쓰완 Jul 18. 2023

둥둥 비눗방울

둥둥 비눗방울 

육지에서 벗어나고 해가 바뀌었어

순식간이었어

언제 이렇게 시간이 지났지 싶을 정도야

여전히 앞은 보이지 않아


한 가지만 분명했어

다시 돌아가지는 않겠구나 싶은 어렴풋한 확신

대책은 없었어

계획도 없었어


앞이 보이지 않아서 이별을 고했는데

새로운 만남도 쉽지가 않아


요상한 감정의 파도가 몰려왔어

심연의 바닥에 가라앉고 있었거든

마음속 깊이 묻혀있던 

꺼내고 싶지 않던

기억의 문제들을 발견했어


처음부터 알고 있었을지도 몰라

모든 것은 과거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았던 거야

두려웠어


바닥에 가까워질 때마다 발버둥 쳤어

그럴수록 몸이 돌덩이처럼 무거워져 결국 바닥에 닿고 말아

한 번만 발돋움하면 될 것 같은데

바닥을 치고 수면으로 올라갈 힘이 없어


어쩔 수 없이 마주해야만 했어

아프더라

눈물이 나더라 

한참을 바닥에 기대어 있었어

더 이상 숨을 쉴 수가 없었어


그때야 

몽글몽글한 방울들이 나타난 게

바닥에 갈라진 틈 사이로 보글보글 올라오고 있었어

한 방울, 두 방울...

그러다 엄청난 방울 떼가 나타나 나를 태우고 올라가


다시 숨을 쉴 수 있었어

바다 위에 떠 있었어

방울들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어


정체가 뭐였을까

 비눗방울 같았는데

삼켜버리면 다 깨끗해질 것 같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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