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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쓰완 Jul 18. 2023

헤드헌터

매력적인 직업이라고 생각했다  

드라마 작가가 되겠다고 글을 쓰고 있노라니 슬슬 불안감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언제 데뷔할 수 있을지도 모르는데 올인해도 될까 싶은 마음이 들었고 결국 매일 조금씩 쓰는 것으로 나 자신과 타협하고 말았다. 생계비는 영어 번역으로 충당하고 있었다. 


하루는 문자를 통해서 한 써치펌의 대표님께 연락이 왔는데 채용사이트에 등록되어 있던 이력서를 보고 헤드헌터를 제안하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회사는 다닐 마음이 여전히 없었기 때문에 거절할 생각으로 재택근무만 가능해서 어려울 것 같다고 답신을 드렸는데 재택근무를 해도 좋다고 하셨다. 얼떨결에 전화로 대표님과 면접을 진행했고 일을 시작하기 전에 교육을 받고 근로계약을 체결하러 서울에 위치한 사무실을 방문했다. 대표님은 똑 부러지는 말투로 업무에 필요한 교육을 해주셨다. 딱 봐도 깐깐하게 일을 잘하시는 분 같았다. 학벌도 좋았고 일이 힘들기로 알려진 대기업 출신이시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일은 깔끔하게 꼼꼼하게 깐깐하게 잘하는 사람을 좋아한다. 단, 아무리 일 잘해도 인성이 아주 글러먹은 사람이라면 상종을 하지 말아야 한다. 어쨌든 교육이 끝나고 근로계약서 (헤드헌터는 개인사업자로 용역 계약을 하기 때문에 따박따박 월급을 받는 직장인이 아니라 4대 보험 가입이 안되고 수입 발생 시 3.3% 세금 원천징수를 한다)에 서명을 한 뒤에 대표님은 점심에 약속이 있다고 나가셨다. 출근해 있던 다른 헤드헌터 두 분과 점심식사를 하러 나갔는데 한 분이 사주셨다. 일반회사도 아닌데 얼마나 고맙던지. 그런데 여기에 또 반전이 있었다. 오후에는 내 개인 노트북에 세팅한 회사 계정과 HR시스템을 살펴보고 담당해야 할 채용 포지션도 파악하느라 사무실에 계속 앉아 있었는데 대표님이 먼저 퇴근을 하셨다. 그때부터 상당히 마음이 찝찝했는데 명쾌하게 설명해주지 않은 부분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우선, 가장 중요한 보수 문제로 헤드헌팅에 성공했을 경우 고객에게서 받는 수수료에서 내가 받는 요율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으셨다. 교육 때 물어보고 싶었으나 나 말고도 다른 한 명이 같이 있어서 못 물어봤다. 퇴근 전에는 설명해 주시려니 했는데 그냥 가신 것이다. 그리고 재택근무로 알고 있었는데 매주 월요일에 사무실에서 회의를 진행한다고 하셨다. 그렇다면 매주 월요일에 서울까지 와야 하는데 교통비와 식비는 누구 부담인지도 알 길이 없었다. 솔직히 말하면 그렇게 똑 부러지는 분이 보수와 복리후생을 잊어버리고 설명을 안 했을까 싶은 생각이 들어서 마음이 찝찝했다. 정말 바빠서 잊어버리셨을 수도 있지만 말이다. 회사 생활을 오래 해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윗사람들은 상대방이 어떤 사람인 지 한눈에 귀신같이 파악한다. 가만있으면 가마니로 보이겠구나 싶어서 대표님께 톡을 보냈다. 대표님께서 바로 전화를 주셨고 중요한 부분을 놓쳤다며 미안하다고 하시면서 수수료 설명을 해주셨고 교통비와 식비는 매월 정액으로 입금해 주신다고 하셨다. 나는 지방에서 올라오니 교통비를 더 챙겨주시겠다고도 덧붙이셨다. 궁금증은 해소되었지만 앞으로 일하면서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겠다 싶었다. 아까 잠깐 언급한 반전은 오늘 점심에 밥을 사준 다른 헤드헌터분이 사무실에 들어와서 대표님께 내 점심을 샀다고 굳이 말을 했었는데 본인이 내 점심값을 냈으니 식사비는 본인에게 달라는 의미였을까? 아니면 정말 호의로 밥을 사주시고 대표님께 아무 생각 없이 말을 한 걸까? 만약 내 점심값까지 그 사람이 받는 거라면 이득이다. 대표님이 주는 점심값 정액보다 우리가 갔던 식당 점심이 몇 천 원 더 저렴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헤드헌터로서의 첫 날도 마무리가 되었다. 직장 생활할 때 인사팀에서도 있었기 때문에 헤드헌터를 통해서 채용을 진행한 적이 꽤 있다. 쉽지 않은 직업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었지만 추천한 인재가 채용이 되면 수수료가 꽤 컸기에 이미 채용 경험이 있는 나로서는 잘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고 시간 활용이 자유로우며 노력한 만큼의 결과를 보장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매력을 느껴 도전한 것이다. 그러나 역시 직접 현장에 뛰어들어 보면 예상치 못하게 겪는 애로사항들이 생긴다. 


영어 번역과 병행해야 했기에 하루에 평균적으로 2~4시간 정도 헤드헌팅에 시간을 쏟았다. 업무 절차는 클라이언트가 대표님께 채용 대행 요청을 하면 대표님께서 내부 DB에 회사 기본정보와 자격요건, 담당업무, 복리후생 등의 정보를 정리해서 올려주시는데, 그럼 나는 DB를 보고 잠재 후보자들을 컨텍할 때 보낼 메시지와 이메일로 보낼 내용을 정리해 둔다. 그다음에 내부 인재 DB에서 적합한 후보자를 검색해 보고 마땅치 않으면 채용사이트에서 유료결제를 하고 인재 검색을 해서 컨텍을 시도한다. 컨텍한 모든 잠재 후보자들은 다른 헤드헌터들이 중복으로 컨텍하는 것을 방지하고 다시 검색하는 수고를 방지하기 위해 내부 인재 DB로 스크랩해 온다. 그리고 진행사항에 대한 메모도 작성한다. 이 작업만 해도 사실 시간 소요가 적지 않았다. 컨텍한 잠재 후보자들 중에서 채용포지션에 지원하겠다고 이력서를 보내오면 회사 이력서 양식에 맞게 다시 작성을 하는 데 이 과정 중에 이력서 내용을 검토하면서 보완할 부분과 누락된 부분들을 지원자와 확인하고 다시 정리를 한다. 보통 확인할 내용들은 한 번에 정리해서 지원자에게 이메일로 보낸다. 계속 연락해서 확인하자면 서로 피곤하고 오래 걸리기도 하기 때문이다. 제대로 작성되지 않은 이력서나 문의사항에 제대로 회신을 주지 않는 지원자와 계속 확인을 해야 하기 때문에 바로 연락이 되지 않을 경우 하루종일 걸릴 때도 있다. 


결론적으로 헤드헌터는 3개월을 하고 그만두었다. 우선, 매주 주말에도 서울에 가야 하는데 월요일까지 서울에 올라가자니 너무 피곤했다. 대부분 사무실에 출근하는데 재택근무를 하자니 괜히 신경이 쓰였고 회의가 있는 날은 하루를 온전히 써야 하기 때문에 번역도 하지 못한다. 개인사업자이기 때문에 대표님께 일의 진행사항을 보고하기는 해도 실적 베이스라 자율적으로 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무언의 압박이 느껴졌다. 그리고 클라이언트와 직접 소통을 하는 것이 아니라 클라이언트의 성향이나 선호도를 파악할 수가 없고 어떤 정보까지 후보자에게 설명하고 공개해도 되는지 판단하기가 어렵다. 정보의 공개는 클라이언트에게 민감한 사안이다. 직접 채용을 하지 않고 대행을 맡기는 데에는 어려운 포지션인 이유도 있겠지만 공개적으로 진행하고 싶지 않은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대표님께 계속 문의하면서 정보를 얻기는 했다. 그렇게 3개월 동안 클라이언트가 요청한 채용 포지션으로 입사에 성공시킨 지원자는 한 명이었고 신입금이라 내게 들어온 수수료는 200만 원 남짓이었다. 아주 태도가 좋은 지원자였는데 작년까지도 가끔씩 연락이 왔었다. 대표님께서도 가능성 있는 지원자가 있으면 나더러 대신 컨텍해 보라고 도움도 주시고 채용사이트 유료결제 비용도 두 달간 지원해 주셨지만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이구나 싶었다. 그동안 나뿐만 아니라 다른 헤드헌터들이 열심히 인재 서칭 해서 내부 DB로 쌓이니 채용에 성공하지 못한다고 해도 대표님 입장에서 손해는 아니다. 대표님께 잘 말씀드리고 그만두겠다고 하니 월요일에 화상회의로 참석해도 된다고 하시면서 일정 월급을 받고 일하는 건 어떻겠냐는 제안을 주셨다. 감사하고 솔깃한 제안이지만 월급을 받으면 노예가 된다. 그리고 성격 상 받는 만큼 일을 해내지 못하면 내가 스트레스받아서 견디지 못할 것을 알기에 정중히 거절했다. 그리고 다들 사무실로 출근하는데 나만 화상회의로 참석하는 것도 말이 안 된다. 헤드헌터는 매일 꾸준히 인내를 갖고 인재를 찾아보아야 하며 그 경험을 통해 사람을 보는 눈을 길러야 한다. 분명 업무에 익숙해지고 직접 컨텍한 인재들의 DB가 쌓이고 나면 나중에는 훨씬 수월해질 것이다. 그리고 영업을 해서 클라이언트를 직접 수주해 와야 채용 성공 시 수수료를 많이 받을 수 있다. 파트너 헤드헌터는 받는 금액이 적다. 당시로서는 영어 번역 또한 놓을 수가 없어서 병행했는데 무리였던 것 같다. 이렇게 또 다른 직업이 리스트에서 사라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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