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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쓰완 Jul 18. 2023

웹툰작가

어릴 때 그림그리는 것을 좋아했다 

학원 강사를 하면서 한 해가 또 지나고 2023년을 맞이했다. 설날을 보내고 나서 필라테스를 시작했는데 처음에는 오랜만에 운동을 하려니 몸도 무겁고 힘들어서 여러 번 결석을 했다. 이후에 일주일에 2~3회씩 꼬박꼬박 가려고 노력했고 한 달 정도 지나자 의지가 생기고 활력이 돌기 시작했다. 이때 남동생이 말하기를 내가 학원 다니는 동안에 너무 피곤해 보이고 표정이 안 좋아서 말 붙이기도 어려웠다고 한다.  


학원 강사로 일하고 그만두게 된 이 경험은 '무엇을 하든 나는 잘 해내는 사람이야'라는 마지막 자존심마저 버리게 해 주었다. 직장생활을 아예 정리한 지 2년 넘는 시간이 지났기 때문에 그동안 내면도 많이 단단해지고 건강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착각이었다. 그저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에서 벗어나 있었던 것이지 스트레스를 직면하는 내공이 강해진 것이 아니었다. 데스크 실장님의 태도에 감정이 여러 번 상하는 경험을 하고 나니 주변의 감정에 아직도 쉽게 휘둘리는구나 싶었고, 근무하는 동안 직원 및 강사교육 시스템을 뜯어고치고 업무 매뉴얼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 여전히 내 가치관과 생각이 강한 사람이구나를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다. 더불어 뭐 하나 변한 게 없다는 생각에 자괴감도 크게 느끼게 되었다. 


학원을 그만둔 이후에는 정말 아무것도 안 하고 필라테스만 하러 다녔는데, 몸의 근육이 피어나자 마음을 다스리고 싶어 졌고 도서관을 다니면서 마인드에 관련된 책을 읽었다. 잡생각 없이 집중해서 할 수 있는 것을 생각해 보았고 퇴사하고 웹툰을 그리겠다며 사두었던 아이패드가 생각났다.


초등학생 때 내 꿈은 화가였다.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했고 어느 날 그린 수채화에 선생님께서 색상을 자유롭게 잘 사용한다며 칭찬해주셨던 기억이 어렴풋이 난다. 그런데 언제부터인 지 자유로움은 사라지고 흔한 그림만 그리게 되었다. 생동감과 살아있는 느낌이 없었다. 중학교 때는 미술 선생님께서 예고 진학을 권하기도 하셨는데 엄마는 날고 기는 특기생들이 많을 텐데 이 실력으로 되겠냐며 우려하셨다. 너무 가고 싶었지만 나도 같은 마음이었다. 일반고로 진학을 한 뒤에도 미술학원은 다녔는데 테이블 위에 놓여있는 물체를 보고 보이지 않는 생명력까지 그려내는 친구를 보며 그림에 점점 더 자신이 없어지게 되었고 결국 그만두었다. 여전히 지금도 그림그리는 것은 자신이 없다. 요즘에는 일반인들도 취미로 그림그리기를 많이 하는데 그 실력이 상당하다. 그래도 한 때는 좋아했던 특기이자 취미였고, 스토리를 상상하는 것은 여전히 즐겨하기에 웹툰을 그려볼까 싶었다. 시대가 많이 바뀌어 지금은 일반인들도 웹툰을 그려서 인스타그램에 올리고 있었고 그림을 개발새발 그려놓아도 인기있는 웹툰 작가들이 많다. 


아이패드를 다시 꺼냈다. 이미 20편 정도 일상툰을 올렸었고 약 60명 정도의 팔로워가 있었다. 아이패드로 웹툰을 그릴 때는 보통 프로크리에이트 앱을 많이들 사용하는데 당시 가격으로 12,000원을 결제해서 영구 소장하고 있었다. 지금은 검색해보니 19,000원으로 나온다. 요즘에는 구독료 형식이 많은데 저렴한 가격에 영구 소장이라 좋다. 메디방 페인트 앱도 무료라 설치해두긴 했지만 광고가 너무 많이 떠서 안쓴다. 


필라테스와 도서관 가는 일 외에는 하는게 없었기에 일상툰을 다시 그려서 올리기 시작했다. 최소한 일주일에 한 편을 올리려고 노력하고 있고 지금은 약 40여편 정도 업로드 되어 있으며 80여명의 팔로어가 있다. 웹툰을 그릴 때는 잡생각이 나지 않아서 좋다. 집중이 되지 않을 때는 아이패드를 꺼낸다. 유명한 인스타그램 웹툰작가가 네이버 웹툰작가 그림을 가끔씩 보면서 참고하는데 어쩜 그리 재미있게도 그려내는지. 내 목표는 네이버 웹툰에서 '대학일기'를 그린 '자까' 처럼 베스트셀러 웹툰을 그리는 것이다. 자까님처럼 심플하게 그려내면서도 독자를 사로잡을 수 있는 웹툰을 그리고 싶다. 인스타그램에서 제일 유명한 웹툰작가는 단연 '키크니'님이다. 유퀴즈에 나오기 전부터 팔로우 했었는데 TV에 나오니까 참 신기했다. 그때 TV에서 '유명해지고 싶지만 알려지고 싶지는 않다'고 이야기하면서 가면을 쓰고 등장했었는데 그 말이 참 공감이 가더라. TV에 나올 정도로 유명하지 않아도 인스타그램에서 팔로워 몇 만명 정도 되는 웹툰작가들을 보니 꽤 오랫동안 꾸준히 웹툰을 그려왔던 사람들이었다. 누군가는 취미로, 누군가는 업으로 그리고 있었지만 몇 년 동안 게을리하지 않고 보여준 성실함이 크게 특이할 것 없는 일상툰이라 할지라도 구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었던 것이다. 


당장의 수입을 가져다 주는 일이 아니라 우선순위에서 밀렸고 취미 정도로만 생각하고 임했기에 처음에 몇 번 그리다가 말았었는데, 천천히라도 꾸준히 하면 알아봐주는 구독자들이 생기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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