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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성윤 Nov 03. 2024

첫 번째 마침표


시를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한 지도 거의 1년 가까이 되었다. 시라는 것을 처음 느끼기 시작한 시점은 5년 전 수험생활 때였으나 그때 조금 나온 시라고는 오글거리는 허접한 습작 몇 편이었다. 문학 공부를 하면서 시를 쓰고 싶어졌다. 그러나 그 시란 인식의 감옥에서 벗어나지 못었기에 보기 민망해서 모두 지워버렸다.  뒤로 몇 년간 시를 쓰지 않았다.


브런치 작가도 몇 수한 내 시가 나름 잘 팔리는 것을 보면, 이제는 어느 정도 봐줄 만한 정도는 된 듯하다. 고등학생 때까지만 해도 내게 시는 그저 고리타분하고 재미없는 텍스트에 불과하였다. 그 보잘것없던 시가 지금은 내 인생 그 자체가 되었다. 조금씩 내면에 쌓여가던 상처가 결국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때 느꼈던 작은 황홀경은 인식의 전환점이 되었다.


아직은 한 호흡이 길지 않기에 긴 시는 쓸 줄 모른다. 텍스트란 일관성이 있어야 하기에, 호흡이 끊긴 시는 맛이 없다. 체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긴 시는 아직 엄두를 못 내고 있다. 더 멋진 시를 쓰기 위해 살고 있다. 그것은 골방에 틀어박혀서 머리를 굴린다고 나오지 않는다. 하나뿐인 인생을 치열하게 살아야 멋진 시가 나온다. 삶의 마지막 작품을 위해 사포질을 열심히 해대고 있다.


이번 연재는 써놓은 시보다 연재 중에 작성한 것이 더 많다. 그러다 보니 시도 쓰다 보면 점점 느는 것 같음을 느낀다. 첫 브런치 연재북인 "가끔 쓰는 시"는 내 첫 번째 작품이 되었다. 이제야 방황을 멈추고 마지막을 향한 여정을 내딛기 시작하였다. 그런 점에서 길고 긴 여정의 시작점인 이 작품은 내게 가장 소중한 기억 중 하나가 될 것 같다.


첫 번째 마침표


용을 그릴 때는 눈점을 찍지 않는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눈에 점을 찍으면 그림이 살아나

용이 되어 날아가기 때문이다

그러나 화가에겐 그것이 최고의 영예이다

어쩌면 인생이란 것도 마찬가지 아닐까?

영원히 소유하길 바래도

마침표를 찍지 않으면 최고의 작품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유명한 작가는 모두 죽어있는 것이겠지

나도 처음으로 내 작품에 마침표를 찍어본다

아쉬움 많아도 작품을 위해서 바람날려 보내련다




*다음 브런치북은 12월에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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