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전에 김천시에서 이루어진 김밥 축제가 성행하여 사람들이 많이 몰렸다. 김밥천국의 줄임말인 '김천'을 지자체의 이름과 연관 지어 축제를 열었던 것인데, 갑자기 몰린 인파를 수용하지 못해서 관광객들이 제대로 축제를 즐기지 못했다. 애초에 축제의 예상 인원을 1만 명에서 2만 명 사이로 잡았지만, 10만 명이나 몰렸기 때문이다.내가 보기에는 참 웃픈 상황이다. 김천과 김밥은 전혀 관련이 없다. 둘은 이름이 유사하다는 것밖에없다.
내가 어릴 때만 해도 지역 간 특색이 참 많았다. SNL 프로그램에서 다뤘듯이 서울조차도 지역 사투리가 있었고, 지방으로 내려갈수록 지역 간의 차이가 잘 보였다. 사람들 인심도 다르고 음식도 다르고.. 그런데 요즘은 다 똑같다. 관광지에서 눈탱이 씌우는 것은 마음에 안 들지만 요즘에는 수산시장에 가도 물고기들을 표준가로 다 맞춰서 주고 있다.
이러한 경향을 여실 없이 보여주는 결과물이 지역축제다.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축제들에 비해 우리나라의 축제들은 근본이 부족하다. 전통이나 해당 지역의 문화적 특색이 전혀 나타나지 않는다. 다 똑같다. 사람들이 즐길 수나 있을까? 개발도상국의 축제만 가도 축제의 주체들은 지역 주민이다. 편의성이나 시설은 부족할 수 있어도 서로 간의 만남 속에서 즐기고 있다. 천막 몇 개 치고 지역 유지들 앞에 앉혀놓고 연예인이나 댄스부 불러다가 공연을 해대는 것과는 다르다. 이런 것들은 서울 어디서나 볼 수 있다.
우리나라의 지자체들은 국가로부터 보조금을 받으며 서로경쟁하면서 지역 축제를 기획하고 있다. 몇몇 말단 공무원이 축제를 기획하는 모습을 보면 엉성하기 그지없다. 서로 좋다는 것은 다 베끼면서 일단 그럴듯하게 모양새만 갖춰놓는다. 지역 축제가 공급자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그 공급조차도 제대로 기획되지 않으니 지역 축제의 질이 떨어진다. 지역축제의 참여율은 떨어지고 지차체 별로 양극화되고 있다.
결론적으로, 기존 공급자 중심의 방식이 계속된다면 지역축제에는 미래가 없다. 전통, 문화, 예술은 삶의 방식이다. 이것들은 국가가 돈을 붓고 기획한다고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 지역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자연스럽게 만들어내야 한다. 살아가는 삶의 방식에서 지역 간의 차이가 생기고 그것이 축적되어 하나의 문화가 된다. 그것이 이어지면 전통이 되고 지역 만의 특색이 되는 것이다. 국가는 전부 직접 다루기보다는 이런 것들이 잘 이루어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지역 주민들이 축제에서 멀어지니까 국가 보조금과 정부 정책에 기생하려는 사람들이 꼬인다. 악순환은 반복되면서 축제는 활기를 잃어간다. 방식만 바꿔도 지속가능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시민과 관광객이 축제를 즐길 수 있을 텐데, 눈앞의 이익만을 생각하면서 우리가 가진 전통과 문화적 가치들을 놓치는 것이 참 답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