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

by 안성윤


은은한 달빛이 나를 감싼다. 오늘의 산책은 춥지만 왠지 모르게 달아오른다. 무언가 나를 밀고 있다. 어떤 관성이 나를 계속 민다. 어리숙하고 소심한 울보 소년을 민다. 가기 싫다. 여기가 좋아. 엄마 품이 좋아. 날 홀로 두지 말아 줘.


누군가에게는 인생이, 하나의 이야기를. 강렬한 이야기를 만든다. 나는 달로부터 태어났다. 달의 아이는 태양의 전사를 찾는다.


평범하게 살 수 없는 운명은 내게 내게.. 지겹다고 이런 고통을 선사하는 걸까. 나는 너무나 겁이 많다. 남들처럼 살고 싶었다. 잘난척하는 게 제일 기분 좋다. 잘난척하다가 허당인 척하면 모두가 웃는다.


언젠가부터 보였다. 왠지 모르겠다. 그냥 그랬다. 남들의 마음이 읽혔다. 이야기가 저절로 만들어졌다. 내가 생각하지도 않았는데 점이 선이 되었다. 이야기는 모두 비극으로 끝났다. 내가 아직 소년이기에. 소년이기에 소녀에게 끌린다. 그런데 소녀는 없다. 모두가 회색지대에서 그렇게 이도저도 아닌 채로 살아간다.


태양이 없는 달은 빛나지 않는다. 달은 태양을 비춘다. 나는 낮에 서 있을 수가 없다. 이상하게 눈이 감긴다. 이렇게 밝은 대낮에도 스스로 어둠을 만든다.


별, 내게는 별이 필요해. 하나면 충분해. 태양. 태양이라는 별 하나면 나는 가득 차. 모든 것이 충만하고 모든 것을 채울 수 있어. 작은 별 하나도. 저렇게 빛나는데.


아- 나는 알아. 모두가 빛이 꺼져 있다는 걸. 나 홀로 빛난다는 걸. 그래서 내가 별이 되어야 해. 낮에도, 밤에도 빛날 수 있는. 그러면 꼭 두 명이 필요하지 않잖아. 그렇게 나를 나를 안아주는 거야. 어차피 계속 홀로 서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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