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재학 시절에 동아리 활동을 하나 신청했다. 아마 방학 프로그램이었던 것 같다. 한 번만 나가서 잘 기억나지는 않는다. 영화를 보고 학생들끼리 토론을 했다. 영화는 죽은 시인들의 사회였다.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명확하게 드러났던 것 같다. 자기만의 길을 가라 이런 의미였다. 나의 가치관과 잘 맞는다. 그런데 나는 별로 흥미가 들지 않았다. 뭐랄까 그 메시지가 진부했기 때문이다. 그런 슬로건들은 언제나 유행이었고 딱히 영화적 연출도 감명 있지는 않았다. 마지막 장면에서 학생들이 일어서는 연출이 너무 작위적으로 느껴졌다. 오글거린다고 할까. 학창 시절을 생각해 보면 개연성이 없다. 한국의 학교에서 어떤 이가 그렇게 할 수 있겠는가.
영화를 보고 난 후 선생님의 평과 함께 학생들끼리 토론을 이어 갔다. 선생님은 긍정적인 평가를 했었다. 학생들의 평도 저마다 비슷했다. 다들 영화에 무언가를 느꼈는지 겉보기에 좋은 말들만 번지르르하게 해댔다. 선생님의 말을 형태만 다르지 똑같이 되풀이했다. 그리고서는 서로 동의한다. 공감한다 이러는 것이었다.
그게 토론인지는 잘 모르겠다. 별로 재미가 없었다. 그래서 난 별로 재미가 없었다고, 크게 흥미 있지 않았다고 했던 것 같다. 선생님 말에 반박하는 말을 했는데 잘 기억은 나지 않는다. 그랬더니 모두 어정쩡한 표정을 지었다.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 듯한 표정을 지었던 것 같다.
공부를 열심히 하기 위해 갔던 자사고, 거기에 자신만의 길은 별로 없었다. 학교 분위기는 억압적이었고, 교사조차도 자율은 없이 교장의 말을 따랐다. 가르치는 실력 없이 애들을 잡고 상사에게 알랑방귀를 잘 뀌는 선생이 승진을 하곤 했다. 자신들의 자화상을 보고서도 깨닫지 못하는 학생과 선생들을 보고 난 뒤로 동아리에 나가지 않았다. 결국 그 아이들과 다르게 난 시를 쓰고 있다. 이게 좋은 건지는 모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