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의 나에게

목포에서 민성이, 1년 전의 나에게

by 김츤츤

안녕. 2018년의 김민성.


지금 너는 한없이 어두운 터널 속을 걷고 있겠지.

믿기 힘들겠지만 나는 10년간의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지금 목포에 살고 있어.

춘화당이라는 한옥 게스트하우스에서 매니저 일을 하면서

그 앞 카페에서 커피를 내리고 있어.

상상이 안되지?


사람들과의 관계가 서툴러서 힘들었던 나였는데 이제는 동네 친구도 많이 생겼어.

10년 동안 서울에 살면서 전혀 만들지 못했던 동네 친구를 말이야


같이 밥을 먹고 수다를 떨고 축구 경기를 보며

매일 웃고 떠드는 그런 날들이 지금은 보통날이 되었어.


물론, 지금 하는 일들도 언제까지 계속할 수는 없을 거고

계속해서 새로운 삶의 과제들이 주어지지만


그래도 한 가지 달라진 점이 있다면

이 고민을 함께 나눌 사람들이 있다는 거야.


함께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뭔가 방법을 찾아내.

그 친구들과 함께하면, 이겨낼 힘이 생기고

뭐라도 할 수 있을 거 같아.


너는 지금은 책을 읽으며 그 안에서 해답을 찾으려 애쓰고 있겠지.

그때의 그 고민과 시간 그리고 문장들이 있었기에 친구들과 함께 마음 목욕탕이라는 걸 만들 수 있었어. 그곳에서 누군가는 낙서를 하고 마음에 드는 문장을 옮겨 적었어.

그렇게 조금은 고민을 덜고 돌아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일 년 전 네가 책을 읽고 글을 쓰며 버텨온 시간들이 지금의 나를 만든 거 같아.


일 년 전, 다음엔 뭘 해야 할지.

그다음엔 또 뭘 해야 할지 무언가에 늘 쫓기면서 살았었는데.

지금은 사는 게 그래도 재밌고 내일이 기대가 돼.


그리고 그 일련의 과정들을 책으로 엮어내고 있어.

책 제목을 미리 정했는데,

정말 이제 좀 사는 거 같아서, 책 이름도 “이제 좀 사는 거 같다”


친구들이 장난스럽게 주문처럼 얘기했던 말이 떠올라.

“뭐라도 되겠지.” “어떻게든 되겠지.”

무책임해 보이고 무관심해 보이는 그 말이

알고 보니 나를 한없이 믿어주기에 해주는 말이더라.

그 따뜻한 마음들 덕분에 나는 지금 스스로의 행복을 찾아가는 중이야.


민성아. 좀만 더 버텨줘. 목포행 기차에 몸을 실을 때까지.

이제 너는 누구보다 재밌는 인생을 살게 될 거야.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