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이렇게 사는 건가

속절없이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by ONicial Kes

시간은 무섭게 흘러간다. 왜 무섭게라고 나도 모르게 표현했는지 모르겠지만 매주 일요일 저녁 나는 몹시 두렵다. 이렇게 살아가는 게 맞을까라는 의문이 자꾸 들고 고민하다 보면 삶을 부정하게 된다. 자기부정은 파멸이라고 배웠는데 안 그러려고 해도 참 뜻대로 되지 않는다.


서비스 기획자로 고객사와 개발자 논의를 하다 보면 5일은 금세 지나가고 골치 아픈 일이라도 생기면 더 빨리 지나간다. 마치 내가 없는 듯 말이다. 그렇게 5일이 흐르고 주말이 오면 하루는 여자친구 보내고 나머지 하루는 온전히 나에게 주어진다. 어서 이직해야지 어서 집 청소해야 어서 돈 관리해야지 주변의 소음들에 못 이겨 나를 움직이다 보면 그 일요일도 금방 끝났다. 뭐 그렇다고 이런 잔소리대로 잘 해내서 잘 살고 있냐고 묻는다면 또 그런 건 아니다. 겨우 해낼 때도 있고 지쳐서 쓰러져 잠에 들 때도 있다.


그 하루는 거의 스케줄이 정해져 있다. 일단 오전 영화를 본다. CGV에서 VIP로 그 위 등급 RVIP 등급을 위해 달려가고 있다. 한 달의 2.3번을 봤다고 한다. 요즘 같이 영화값이나 영화 퀄리티에 대해 말이 많은 상황에서 열심히도 영화를 보고 있다. 커피 하나 사들고 영화관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나에게는 휴식이다. 별로 돈을 안 쓰는데 유일하게 생각 없이 돈 쓰는 곳이 영화이다. 포스터도 사고 포스터 파일도 사고 밥 사 먹고 영화를 보고 즐기는데 굳이 가격 따지지 않고 산다. 뭐 그렇다고 엄청 돈이 드는 것은 아니지만 돈 2~3 만원 쉽게 쉽게 쓰는 사람은 아니라 내겐 나름 큰 일이다. 영화에 대해서는 할 말이 많다. 나중에 글로 풀 일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영화를 보고 점심을 먹고 집에 오면 2시 정도 된다. 책을 읽던지 이력서를 쓰던지 집안일을 하던지 한다. 물론 중간중간 핸드폰 게임을 한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면 5시가 되고 저녁을 먹는다. 저녁을 먹고 산책을 나서고 그렇게 하루가 마무리되어 간다.


나머지 시간은 월요일을 걱정한다. 또다시 직장에 나가 이런저런 고민을 하면서 기획서를 쓰고 수정하고 삭제하고 이게 내 삶에 도움이 되는 건지 돈 벌자고 하고 있는 건지 고민이 든다. 예전에 원지의 하루 원지가 말한 것이 20~30년 후에도 이러고 있을까 봐 겁이 난다고 했다. 나도 그 생각이 든다. 여담으로 참 오랜 전부터 보았는데 이제는 너무 대스타가 되어서 아쉽다. 여하튼, 직장은 나와 참 안 어울리는 곳이다. 별로 사람들하고 어울리고 싶지도 않고 그냥 조용히 지내고 싶다. 안 맞는 일을 찾은 것인지 의문도 든다. 지식 산업에서 일하고 싶어 개발을 배워 기획자가 되었는데 AI니 뭐니 직장이 사라지니 뭐니 말들이 많다. 다른 INTP 성향의 사람들은 직장 생활을 어떻게 하고 있나 궁금하다. 잘 지내고 있다면 팁이라도 듣고 싶다.


이렇게 사는 게 맞는 건가? 정답은 없다지만 고민은 든다. 고민해서 해결될 문제도 아닌 걸 알지만 어떻게 바꿀지 방법을 찾아가고 있다. 어떻게 직장을 때려치울까? 돈을 어떻게 벌까? 굴레에 빠졌다. 괜스레 옛 생각이 나고 슬퍼진다. 샤워를 하며 고민을 씻어내야겠다. 내일이 월요일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네이버 페이로] pay 앱 들여다보기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