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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더 믿어보기로

외부에 뭐가 답이 있을 것이라는 착각

by ONicial Kes

오늘 한 회사에서 서류 합격을 하였다. 나에게는 조금 특별한 서류 합격이었다. 그동안 퇴사를 하고 여러 곳에 포트폴리오를 돌렸지만 어느 곳도 서류를 붙지 못했다. 개선이 필요했고 지원을 중단한 후 먼저 나는 데이터 리터러시 강의를 듣고 어떤 점이 포폴에 부족했는지 학습했다. 그리고 PM 포지션을 지원하는 나는 내 분석력 그리고 논리력으로 승부하고자 케이스 스터디를 포트폴리오에 추가를 했다. 사실 이 방법은 처음 취준을 할 때 큰 기업에서 모조리 떨어지고 나서 내가 썼던 방식이었다. 몇몇 기업을 노리고 분석글을 쓰는 방식으로 어필하는 방식이었다. 실제로 이를 통해서 연락도 오고 분석하지 않은 회사에서 면접도 여러 번 봤었다. 그러다 막판에는 전혀 이상한 선택을 하고는 엉뚱한 회사에 들어갔다. 취준의 기간이 길어서 나는 부담감에 조금은 비합리적인 선택을 했었다.


지금 이 순간 그때 시점이 아쉽다. 조금 더 나를 믿고 글을 더 쓰고 더 좋은 기업들에게 어필할 수 있었을 텐데라는 아쉬움이다. 그렇게 분석글을 쓰고 포폴을 업데이트하던 중 최근에 링크드인에서 한 포스팅을 보았는데 요지는 조용히 취준 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어디가 되었건 본인이 구직한다는 걸 알리고 그렇게 해야 없는 자리도 만든다는 것이었다. 순간 머리가 띵했다. 나는 열심히 글을 쓰면서도 한 편으로는 나에 대한 의심이 있었다. 글이라는 것이 워낙 날 것 그대로 자신이 드러나는지라 조금은 부끄러웠다. 하지만, 이번에는 많이 생각하지 않기도 했다. 글도 예전보다 가볍게 쓰고 무엇보다도 여기저기 취업 커뮤니티에 글과 포폴 그리고 이력서를 모두 올렸다. 그냥 내 방식대로 밀고 나가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렇게 한지 하루도 되지 않아 정말 신기한 일이 일어났다. 한 회사 창업주가 이직의 도움을 주겠다고 메일을 보내온 것이었다. 솔직히 믿기지 않았다. 무슨 일인가 싶었다. 작은 회사도 아니고 상장사이기도 했다. 미팅을 잡고도 얼떨떨했고 이상하게 무서웠다. 사기가 아닐까도 생각했지만 거짓말도 아닌 진짜 그 사람이었다. 너무나 친절한 모습과 회사로 초대는 내가 이런 대우를 받아도 되나 싶을 정도였다. 그렇게 들뜬 하루에 어떤 취업 준비도 못하고 다음날이 왔다.


오전에 어제 회사에 대해서 찾아보고 정리하고 여기 갔으면 좋겠네 하며 커피를 마시는 순간 이메일 한 통이 왔다. 서류 합격 이메일이었다. 이 회사는 내가 분석해서 글을 쓰고 케이스 스터디로 썼던 곳이었다. 내 전략이 통했구나 속으로 생각이 들었다. 더불어, 내가 옳았구나 그리고 왜 나를 더 믿지 못했을까 처음 나의 분석 대상이었던 와이즐리가 떠올랐다. 브런치에 와이즐리 분석글을 썼고 창업주 한 분에게 좋아요를 받았던 그때가 떠올랐다. 그 신호를 가벼이 보지 말고 더 믿고 더 했어야 했는데 그때 채용에 실패하면서 나는 엉뚱한 방향으로 혹은 남의 말에 홀려 남들 가는 대로 따라갔다.


이번에는 연이어 이틀 이런 일들이 일어난 건 우연이 아니라고 믿어보려고 한다. 그동안 분명 나는 나를 믿는다고 이야기했지만 의심이 더 컸던 속마음을 애써 감추지 못했었다. 물론 지금 모든 것이 끝나고 홀가분한 상태는 아니지만 한 가지는 분명해졌다. 나를 더 믿어도 되고 어차피 외부에 답은 없고 내 길은 내가 만드는 것이라는 것이다. 이 전 회사에서 참 헛소리들을 많이 들었다. 마치 본인이 다 안다는 듯한 이야기, 다해봐서 안다는 이야기 등 마치 본인들은 인생을 2번 산 것 마냥 떠들어대는 이야기들이었다. 너는 절대 알 수 없다는 등의 오만한 이야기들. 솔직히 그때도 헛소리라고 생각했지만 신중하게 내가 모르는 부분이 있지 않을까 조심스러웠다. 이제는 굳이 생각할 필요도 없는 이야기들이란 걸 깨달은 것 같다.


합리를 위해 내가 부족한 부분은 없을지 먼저 확인했던 나였지만 조금은 내려놓고 나를 더 믿어봐도 괜찮을 것 같다. 내일이 더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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