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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Nicial Kes Jun 30. 2020

더 나은 미래를 꿈꾸는 자만심

이 시국에 채용을 거절하고 오리알이 되다.

https://brunch.co.kr/@lazykes/20

 (이전글)


 첫 번째 면접이 끝나고 4~5일이 지났을까? 그 회사에 다시 연락이 왔다. 2차 면접을 보라는 메시지였다. 만만의 준비를 하고 회사에 도착하니 나 말고 다른 지원자들도 있었다. 직접 경쟁자를 마주하니 긴장감이 온몸을 감쌌다. 그렇게 시작된 면접관 3명과 지원자 2명의 면접. 각급 팀장님들이 오셔서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물어보셨다. 면접은 생각보다 오래 진행되었고 이전과 다른 진짜 면접 과정이었다. 면접이 시작되고 긴장감에 이상한 소리도 많이 했지만 곧바로 페이스를 찾고 준비해 갔던 것을 이야기했다. 나와 함께 본 면접자는 긴장을 많이 한 탓인지 연이어 횡설수설했다. 3명이 계속해서 50분 동안 질문을 퍼붓는데, 한 순간도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면접 과정을 수월하지 않았지만 나름 대답을 잘하고 나온 것 같아 내심 뿌듯했다. 그리고 긴장이 풀리면서 끊었던 담배가 생각나 같이 봤던 면접자와 함께 맞담을 했다. 


나는 이 회사의 대한 평판에 대해 물었고 그 지원자도 이 회사의 안 좋은 사내 분위기에 대해 알고 있었지만 자신은 감수하고 일할 것이라고 대답했다. 나는 깨나 혼란스러웠다. 일하는 게 맞는 건지 아니면 아직 상반기 시작인 지금 더 좋은 회사를 위해 도전해야 하는지 고민이 시작되었다. 어쩔 수 없다는 상대방에 대답이 이해되어 더 고민이 깊어졌다. 그래도 이미 다른 중견기업(이 전 글에서 면접관이 잔 회사)의 면접을 앞두고 있던 시점이기

에 이 번 상반기는 나름 기대감을 갖고 있었다. 일단 면접 결과를 기다려보기로 했다. 면접 결과는 다음 주에 알려주겠다고 했지만 정말 이상하게도 당일 메시지가 다시 오면서 다음 면접 날짜를 잡았다. 나는 조금 더 이 회사에 대한 불신이 생겼다. 체계가 너무 없다고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이상한 질문의 연속이었던 첫 번째 면접부터 정해진 일정이 없는 모습까지 대한민국 회사의 단면을 보는 것 같았다.


https://brunch.co.kr/@lazykes/30


 어쨌든 주말을 모두 회사에 대해 다시 조사해 나가면서 보냈고 3번째 방문을 하니 나와 같이 면접을 본 지원자만 회사에 도착해있었다. 아마 우리 2명만 합격인 듯했다. 사실 나와 같이 면접은 본 면접자는 대답을 잘 못했기에 붙은 것에 대해 의아했다. 어쨌든 이번에는 면접장이 아닌 지하 교육장 같은 곳으로 향했다. 그리고 한 시간의 마지막 면접을 마치고 이 회사는 아니다는 확신을 얻었다. 정해진 형식 없이 이어지는 질문들과 요즘 취업이 어렵다는 이야기, 인턴 월급이 얼마인지 아느냐, 6개월 인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 등 마치 떠보는 이야기가 주를 이루었다. 인턴 월급이야 취준생이면 모를 리 없고 6개월 인턴이 겁나 길다는 것도 취준생이 아니더라도 길가던 고등학생도 알 것이다. 마치 취준생 신분을 약점 잡는 듯한 이야기들은 이 회사에 대한 정이 뚝 떨어지게 만들었다. 적은 인턴 월급과 긴 인턴 기간을 너희는 모를 거라는 식의 이야기를 듣는 내내 황당했다. 하지만 이런 나에게 이 회사는 최종 합격을 주었다.


 일주일의 고민의 시간이 주어졌고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더 나은 미래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충돌했다. 하반기에 탈락의 아픔을 다시 겪고 싶지 않았지만 이 회사를 다니는 것도 정말 싫었다. 우리의 삶은 버티기 위해 사는 삶이 아닌데 개인 시간 없이 일만 하며 보내라는 회사의 뻔뻔함이 역겨웠다. 진정한 갑질이라고 느껴졌다. 한편으로는 많은 역량을 쌓지 못한 나 자신이 미워졌다. 이런 감정이 들어도 고민이 안 되는 것은 아니었다. 정말 많은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보고 온라인으로 할 수 있는 코멘토, 잇다 등 내가 할 수 있는 채널들을 이용해서 주변 사람의 의견을 모았다. 참 황당한 조건이지만 한국 회사가 다 그렇다는 의견이 정말 많았다. 월요일까지 결정하는 날이었지만 나는 일요일까지 결정을 못 내리고 있다가 결국 한 통의 메일을 늦은 저녁에 보냈다. 채용 거절 메일이었다.


 다음날 바로 전화가 와서 나에게 왜 채용을 거절했냐고 이유를 물으셨다. 다른 회사가 붙은 거냐고 물었고 나는 아니라고 대답했다. 근데 왜 안 다니지라는 생각이 들었는지 채용 담당자는 이유를 알 수 없다는 목소리로 아 그럼 왜 채용을 거절한 건지 연거푸 물어봤지만 나는 그냥 얼버무리며 다른 회사를 알아보고 있다고 대답했다. 마음 같아서는 인터뷰도 거지 같았고 사내 분위기나 워라벨이 심하게 안 좋아서요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어차피 다닐 회사도 아니고 말한다고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했기에 그냥 얼버무렸다. 채용을 거절하고 길거리를 지날 때마다 그 회사 판매점들이 눈이 거슬렸다. 한 편으로 마음이 불편했기 때문이다.


 그 뒤로 나는 여러 번의 서류 탈락, 몇 번의 필기 탈락, 몇 번의 면접 탈락을 맛보고 지금도 자소서를 쓰고 있다. 늦은 나이에 취업을 하는 만큼 정말 불안함이 크다. 게다가 코로나 여파도 채용 시장 상황은 정말 안좋아지고 문과는 문송합니다를 외치고 다닌다. 나는 솔직히 지금도 종종 잘한 선택이었는지 되묻는다. 내 지갑이 얇고 가끔 용돈을 챙겨주는 동생을 볼 때마다 부끄럽고 창피하다. 주변 친구들의 소식에 한 없이 작아지기도 한다. 친구들 , 선배, 후배들에게 능력없는 놈이라고 낙인 찍히는게 괴로울 때도 많다. 나는 더 나은 미래를 꿈꿀 자격이 없었는데 오기를 부렸던 걸까? 그 자만심 때문에 나는 여태껏 벌을 받는 걸까? 인생을 버티려고 사는 것이 아니라 말하면서도 나는 버티지도 못한 게임을 시작한 걸까? 다들 그렇게 사니까 그렇게 살아야 하는 걸까? 적어도 떳떳하게 살 줄 알았는데 참 떳떳하게 살기가 힘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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