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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Nicial Kes Jul 01. 2020

민무늬 비석

당신이 죽는다면

비석에 남길만한 업을 쌓아야 한다고들 하죠?

저는 글렀습니다.

매번 흘려보낸 나의 분들을 찾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남은 건 몇 겹의 기억뿐인데 감히 우쭐댈 수 있을까요?

제 비석은 공백으로 남겨두겠습니다.

이미 깎여진 비석엔 할 말이 없습니다.

잘려나간 부분에서 입을 잃어버렸습니다.

그러니 애초에 울퉁불퉁한 돌덩이가 좋겠습니다.

마지막 날 조각가를 꼭 안심시켜주세요.

주저하지 말 것 그리고 방황하는 손을 감출 것.

이 사람은 이제 없습니다.


 소모임이라는 앱을 통해서 나는 시모임을 운영 중에 있다. 그 모임에서 우연하게 죽음에 대해 오랜시간 이야기를 했다. 나는 죽음 뒤에 이야기는 아무도 모르기에 모른다고 하는 게 맞다라고 이야기했지만 윤회를 믿는 사람도 있었고 윤회에 더해서 여러 세계관이 있다는 이야기도 나오면서 다양한 생각을 들을 수 있었다. 한참 이야기를 하고 나니 사람들이 죽음 이후의 시간을 많이 생각한다는 걸 알았다.

 그러고면 사후 세계에 대한 관심은 아주 오랜 시절부터 이어졌다. 그에 따른 괴담도 많이 있고 그런 탓인지 우리는 알게모르게 죽음을 두려워한다. 그래서 죽음에 초연한 것을 뜻깊게 생각한다. 또 하나 신기한 것은 어느 종교나 죽음 이 후의 삶을 근거로 현재의 삶의 지침을 만들어가면서 교리를 이끌어간다는 것이다. 사실 나는 종교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이기에 아무도 알 수 없는 이야기를 근거로 허무맹랑한 이야기를 쌓아간다고 생각한다. 나는 그저 죽음 이 후는 모른다라는 태도에서 멈춰야한다고 생각하기에 자연스러운 과정임을 인식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슬퍼하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다. 이제 이 사람은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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